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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칼 라거펠트와 슈페트

  • 보도 : 2019.12.18 08:20
  • 수정 : 2019.12.1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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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녀만 보면 홀딱 넘어가요.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이 넘치지요. 그녀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요. 그녀와 이토록 진한 사랑에 빠질 줄은 몰랐어요."

연인 사이 사랑의 고백같은 이 이야기는 실상 2019년 2월 세상을 떠난 샤넬의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생전 인터뷰에서 반려묘 슈페트를 두고 한 말이다(보그코리아, 2019.2.). 

슈페트의 일상은 드라마에서나 접할 법한 여느 재벌가들보다 화려하다. 일류 셰프가 요리하는 고급 음식을 즐기며 경호원을 대동하고 다닌다. 패션 화보는 물론 광고나 캠페인 등에도 출연하면서 칼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이른바 반려동물계 셀럽이다.

그런 슈페트에게 라거펠트는 자신의 유산 중 일부를 상속한다는 유언을 남겼다.

반려묘를 그리고 있는 칼 라거펠트(사진출처: 슈페트 인스타그램)

◆…반려묘를 그리고 있는 칼 라거펠트(사진출처: 슈페트 인스타그램)

칼 라거펠트는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지만 독일출신이다. 프랑스는 법률상 동물은 유산을 받을 수 없다. 독일은 1990년 민법에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하여 보호된다고 규정했다. 이어 2002년에는 우리나라의 헌법에 해당하는 연방공화국기본법에 자연적 거주지 보호 조항에 동물을 추가했다. 인간의 동물에 대한 보호와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독일은 협회나 단체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상속 대상으로 지정할 경우 유산 상속이 가능하다. 따라서 슈페트는 앞으로도 스타로서의 품위와 묘격(?)을 유지하며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우리나라는?

바야흐로 반려동물 전성시대다. 단순히 기르는 동물이나 애완동물 정도로 여겨지던 반려동물은 가족의 반열에 당당히 올라 선 듯하다. SNS엔 반려동물 가족 얘기가 넘쳐난다. 2013년 어느 배우가 외로움을 달래준 것은 오직 자신이 돌보는 강아지뿐이라며 전 재산을 반려견에게 물려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려동물도 가족의 일원으로 상속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민법에서 권리능력을 가진 자로 자연인과 법인만을 규정하고 있다. 1990년대초 동물보호법이 제정되면서 반려동물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반려동물은 권리능력을 가진 자연인이나 법인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 상속을 받을 수가 없다.

대법원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만, 반려동물을 단순한 물건이 아닌 가족 구성원으로 보아 위자료 청구대상이 된다고 판결한 사례는 있다.

현재로선 신탁제도를 활용하여 반려동물이 유산의 혜택을 받도록 할 수 있다. 이른바 펫신탁으로 주인이 생전 은행에 유산을 맡기고, 본인 사망 후 반려동물을 돌봐줄 부양자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지는 세태 속에서 반려동물을 보호하는 것이 곧 인간을 보호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보호와 (상속을 포함한) 권리능력에 관한 입법을 정비할 시점으로 보인다.

삼일세무법인
정찬우 대표이사

[약력]성균관대원 박사과정 수료, 고려대원 졸업(석사), 서울시립대 졸업, (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저서]사례와 함께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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