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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리어왕의 효심테스트㊤ - 효도계약

  • 보도 : 2019.11.20 08:20
  • 수정 : 2019.11.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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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 고대 브리튼 왕국을 호령하던 리어왕은 나이가 들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세 딸에게 의지하고 싶어졌다.

그는 딸들을 불러 놓고 효심이 가장 깊다고 고백하는 사람에게 제일 큰 영토를 주겠다고 말한다. 내심으로는 막내딸에게서 최고로 사랑스런 효심 고백을 듣기를 바랐다.

하지만 올바른 성격의 막내 딸 코델리어는 언니들이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모시겠다며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는데 실망하며 무덤덤하게 딸의 도리를 다할 뿐이라고 말한다.

분노한 리어왕은 프랑스 왕에게 시집보낸다는 명목으로 막내딸을 내쫓고 모든 영토를 남은 두 딸에게 넘겼다.

이후 리어왕은 두 딸의 집에서 한 달씩 머물며 효도 받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의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

두 딸은 여전히 권위적이고 까탈스런 아버지를 노망이 났다며 문전박대한다. 실상 아버지와 그가 거느린 백 명의 기사를 건사할 비용이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배은망덕한 자식을 두는 것이 독사의 이빨보다 더 무섭구나!"

두 딸의 배신에 모든 것을 잃고 실성한 채 광야를 헤매던 리어는 자신이 매몰차게 내쫓았던 막내딸과 재회해서 용서를 빌면서 울부짖지만 이미 모든 것이 파탄 난 뒤였다. 

세익스피어의 리어왕 이야기에는 우리 주변 이야기와 닮은 모습이 있다. 실제사례를 살펴보자.

대법원은 최근 부모와 약속한 효도 계약을 어긴 자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반환토록 결정하였다.

Y씨는 아들에게 20억원 상당의 집을 증여하면서 효도각서를 받았다. 하지만 아들은 같은 건물 다른 층에 살면서도 문안 인사는 물론 식사도 같이하지 않았고 어머니의 간병도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도우미에게 맡겼다. 급기야 어머니에게 요양원에 가기를 권하며 막말을 쏟아냈다. 

아들에게 실망한 Y씨는 물려준 집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Y씨의 손을 들어줬다(대법2015다236141 판결).

만일 Y씨가 아들로부터 효도각서를 받지 않았다면? 원상회복이 어려웠을 것이다. 민법은 '증여한 재산은 반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효도 계약이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부담부증여(조건이 붙은 증여)'라고 판단해 원상 복구할 길을 터준 것이다.

효도계약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구체적이어야 한다. 예컨대 자녀가 한 달에 몇 차례 이상 전화 혹은 방문해야 하는지, 부양비나 치료비는 얼마를 주는지 등을 포함하여 계약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증여 재산을 반환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남매끼리 우애를 지켜라" 같은 추상적인 바람은 법률상 의미 없는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증여세는 어떻게 될까?

Y씨 사례에는 증여세가 부과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재산을 증여한 후 반환 받는 경우 당초 증여와 반환 받는 재산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각각 증여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증여계약의 미이행으로 인하여 법원의 결정을 통하여 원인무효가 된 경우 당초 증여와 증여계약 해제에 따른 반환은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조심2008서0947).

삼일세무법인
정찬우 대표이사

[약력]성균관대원 박사과정 수료, 고려대원 졸업(석사), 서울시립대 졸업, (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저서]사례와 함께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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