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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동의 상속법 이야기]

첩과 그 자식도 상속 받을 수 있을까?

  • 보도 : 2019.08.28 08:18
  • 수정 : 2019.08.28 08:18

사정옥과 연산군은 이른 나이에 결혼하고 하루하루 열심히 일한 덕분에 든든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두 아들을 낳고 기르는 사이 새로 시작한 연산군의 사업이 크게 성공하면서 재산도 크게 늘었다.

오랜 고생 끝에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사정옥은 남편 연산군이 젊은 장녹수와 바람을 피워 딸까지 낳고 두 집 살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정옥은 연산군에 대한 배신감으로 치를 떨며 당장이라도 연산군과 이혼을 하려 했지만, 두 아들들의 장래에 나쁜 영향이나 미치지 않을까 걱정돼 남편의 바람을 모른 체 참고 지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통스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연산군은 심장마비로 급사를 하게 됐고, 연산군의 재산은 법률상 배우자인 사정옥과 두 아들에게 상속됐다.

연산군이 사망하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장녹수는 자신과 연산군 사이에서 낳은 어린 딸을 데리고 사정옥을 찾아와 유산을 나눠달라고 사정했으나, 사정옥은 "첩과 그 자식에게 줄 돈은 없다"며 냉정히 거절했다.

이 경우 사정옥은 장녹수와 그 딸에게 연산군의 유산을 나눠주지 않아도 될까?

우리 민법에 의하면 법률상 배우자에게만 상속권이 있으므로 연산군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던 장녹수는 연산군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다만 장녹수와는 달리 연산군의 혼외자인 장녹수의 딸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된다.

왜냐하면 우리 민법에 의하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1순위 상속인이 되는데, 이 때 직계비속에는 자연혈족과 법정혈족이 모두 포함되며, 성별이나 혼인 여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되어 있는지(혼외자인지) 여부를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혼외자는 곧바로 상속권을 주장할 수는 없고 인지절차를 거쳐서 자신이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임을 법적으로 우선 인정받아야 한다.

인지는 임의 인지와 재판상 인지로 나누어지는데, 혼외자를 자발적으로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하는 임의 인지의 경우 특별한 형식 없이 친생자로서 출생신고를 한다거나 인지신고를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반면 강제로 인지할 것을 요구하는 재판상 인지의 경우 혼외자가 친자관계를 인정받으려는 부 또는 모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해 자신이 친자임을 입증하는 재판을 받아야 한다(민법 제863조).

따라서 연산군이 생전에 장녹수의 딸을 임의 인지하지 않았다면 장녹수의 딸은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재판상 인지의 방법으로 자신이 연산군의 친자임을 확인받아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될 연산군이 이미 사망하였으므로, 장녹수의 딸은 민법 제864조에 따라 검사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지청구의 소를 통해 장녹수의 딸이 연산군의 법률상 상속인으로서 인정받는다면, 사정옥의 아들들과 장녹수의 딸은 연산군의 직계비속으로서 동순위로 상속인이 될 것이다.

다만 민법 제864조에 따라 인지청구의 소의 피고가 될 자가 사망한 경우 그 사망을 안 날로부터 2년 내에 소가 제기돼야하므로 이를 도과한 경우 상속인이 될 수 없다.

법무법인 두현
김준동 대표 변호사

한양대학교 법과 대학 및 동대학원 졸업
전 법무법인 청와 대표변호사
현 법무법인 두현 대표변호사
서울가정법원 성년후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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