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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

알라딘의 요술 램프와 황금 제구

  • 보도 : 2019.07.31 08:30
  • 수정 : 2019.07.31 08:30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그 울림은 묵직하나 시지프스의 돌과 같아 지켜내기 힘겹다. 재물 앞에 약해지는 인간의 본성, 중력을 거스르는 탓이다.

일제치하 소설가 김유정(1908~1937)은 금과 관련된 소설을 많이 써냈다. 1935년 한 해에만 '금 따는 콩밭', '금' 및 '노다지'같은 단편들을 발표했다.

가난과 질병은 그 시절 민초들의 숙명과도 같았는데 그에겐 유독 모질게 달라붙었다. "돈이 있으면 닭을 한 삼십 마리 고아 먹고 살아나겠다."던 소원을 끝내 이루지 못하고 서른이 채 되기도 전에 스러지고 말았다.

'금 따는 콩밭''에서 순박한 농부 영식은 친구의 꼬임에 빠져 멀쩡한 콩밭을 갈아엎는다. 금맥을 발견한 순간 천지개벽 수준의 인생 역전이 펼쳐지리라는 환상에 온종일 곡괭이로 밭을 찍어댄다.

그로부터 한 세기가 지날 무렵 밭에 금맥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상상력은 뜻밖에도 현실이 되었다. 도박꾼들이 법망과 세금 징수를 피하기 위해 불법게임으로 얻은 돈을 마늘 밭에 숨겨 놓은 얘기다.

5만 원 권을 다발로 묶은 뒤 비닐로 싸매 밭에 묻어 두었던 것이다. 그 돈은 밭주인이 마늘을 심으려고 트랙터로 갈아엎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도박꾼들의 창의력이 작가의 상상력을 뛰어 넘었다고 해야 할까?

법령상 위법한 방법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몰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위법 수익에 소득세 혹은 증여세 추징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전액 몰수된 수익에 다시 세금을 추징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견해와 위법 수익 몰수와 과세는 별개의 법률로 규정되어 있으니 각각 합법적이라는 설이 대립한다.

여기 최영 장군의 가르침을 충실히(?) 받든 사례도 있다.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해야 한다며 일갈한 사건이다. 마치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튀어 나온 '지니'가 마술을 부린 이야기 같다. 

새 천 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상속세 신고 현지 조사를 하던 조사관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넉넉히 수십 억 원의 가치는 있어 보이는 황금 제구가 피상속인의 집에서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황금 제구가 상속재산 목록에서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한 조사관은 소명을 요구했다. 마침 상속이 개시되기 수 년 전부터 수십 억 원이 예금 계좌에서 빠져 나간 흔적이 있었다. 그 현금이 황금 제구로 탈바꿈한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던 것이다.

국세청은 제구는 관습상 나무로 만드는 데 반해 황금으로 만들어졌고 금은 화폐가치를 지닌 재화이니 과세가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납세자는 "제구의 소재는 나무, 돌, 스테인리스 혹은 동 등으로 다양하며 황금으로 만들면 안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또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상 제구는 비과세로 규정되어 있다."며 맞섰다.

해당 사건은 국세청이 물러서면서 종결됐다. 당시 상증법상 비과세가 타당하다고 본 것이다.

그해 말 정부는 상증법을 개정했다. 평가액이 1천만 원을 초과하는 제구(족보 포함)는 상속세 대상이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이제 1천만 원을 초과하는 황금 제구는 당연히 과세임이 명확해 졌지만 사후약방문이 되고 말았다. 

이런 류의 사건은 매우 드물지만 아주 없지도 않다. 법령의 허점(loophole)을 파고 들어 세금을 피하는 행위는 도덕적으로는 비난 대상이 된다. 하지만 세금은 법적 근거가 있어야 과세할 수 있다. 그런 연유로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 법령 해석 다툼은 끊임이 없다.

삼일세무법인
정찬우 대표이사

[약력]성균관대원 박사과정 수료, 고려대원 졸업(석사), 서울시립대 졸업, (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저서]사례와 함께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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