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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행복상속]①

행복한 상속, 어떻게 보다 왜부터 물어라㊤

  • 보도 : 2019.04.24 08:00
  • 수정 : 2019.05.03 09:50

"상속은 거래가 아니다."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서 부조금을 내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만약 어떤 사람이 "얼마 내면 되요?"라고 물으며 지갑을 꺼낸다면 어떨까? 봉투가 성가시다며 물건 값 계산하듯 지폐를 불쑥 내민다면?

이는 매우 몰상식하고 거북하게 다가올 터다.

부조를 주고받는 일은 거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축하와 위로하기에 적당한 액수를 건네는 것이 '경우'에 맞다.

나아가 상대가 내놓은 부조금이 적어 섭섭하더라도 왜 이만큼 밖에 안했느냐고 대놓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렇게 하는 것도 '도리'가 아닌 탓이다.

일상에서 부조를 둘러싼 스트레스는 결코 적지 않다. 얼마를 해야 적당한지, 혹여 상대가 섭섭해 하면 어떨지, 반대로 너무 과하면 어쩌나 하는 등의 고민이 끊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면 아예 부조금의 '공정가'를 정하는 편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관계의 정도와 소득 수준, 사회적 지위 등등을 따져 부조금의 '가격표'를 만들자는 말이다.

이런 아이디어가 과연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별로 그럴 것 같지 않다.

말 그대로 '경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사 부조금 정찰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내가 너를 얼마나 아꼈는데 이 정도밖에 나를 생각 안 해?", "나한테 뭐 해준 게 있다고 이만큼이나 부조를 해야 돼?" 등등의 투덜거림은 사라질 듯싶지 않다.

상속도 다르지 않다. 상속에서 "법대로 합시다."라는 말은 의절(義絶)을 각오해야 할 수 있는 말이다.

부조나 상속은 본질적으로 '거래'와 다르다.

거래의 목적은 이익에 있다. 반면, 부조나 상속의 본질은 '공동체 유지'에 가깝다. 대놓고 돈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상속의 뿌리, 인(仁)과 예(禮)

유교가 뿌리내린 사회에서 인(仁)과 예(禮)는 사회생활을 꾸리는 두 틀이다.

여기에 대해 공자(孔子, 기원전 551~479)는 <논어(論語)> 등에서 길게 설명을 늘어놓지만 우리가 이를 학문적으로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과 예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뿌리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자하신 분", "예의를 아는 사람" 등에서 떠오르는 느낌을 떠올려 보라. 인과 예가 무엇인지 자연스레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사람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형인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 그러고도 네가 내 형제야?"

막장까지 간 재산 다툼에서 흔히 터져 나오는 말들이다.

이는 모두 상대가 '인'과 '예'에서 벗어났다는 비난이다.

공자에 따르면 인이란 곧 인간다움(仁之人也)이고, 예란 사람이라면 마땅히 좇아야 할 도리(克己復禮)다.

아무리 치열한 재산싸움에서도 '분배정의'가 무너졌다느니, '상도의(商道義)를 어겼다'느니 하는 소리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사람답지 못하다', '가족끼리 이런 경우는 없다'는 식의 비난이 쏟아질 뿐이다.

이렇듯 상속에는 거래를 뛰어넘는 가치가 담겨 있다.  

이쯤 되면 상속이 왜 어려운지가 분명해 진다. 거래와 계약에서의 분쟁은 법에 따라 다투면 된다. 하지만 상속은 인간관계와 얽혀 있다. 그래서 거래보다 훨씬 조심스럽고 두렵다.

사람 사이를 권리와 의무를 둘러싼 계약으로 바라보는 순간, 살가운 정(情)은 자리 잡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자식은 부모를 마땅히 줘야 할 돈을 주지 않는 채무자로, 형제자매는 내 몫을 차지하려 드는 경쟁자로 접근할 때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이 지경에 이르기를 바라는 상속자가 과연 있을까?(㊦편에 계속)

철학박사
안광복 박사

[약력]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철학, 역사를 만나다』,『처음 읽는 서양 철학사』,『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열일곱 살의 인생론』,『철학자의 설득법』,『소크라테스의 변명, 진리를 위해 죽다』등 10여 권의 철학 교양서를 펴내며 30만 명이 넘는 독자를 철학의 세계로 안내한 대표적 인문 저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다양한 대중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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