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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의 상속이야기]④

백석과 자야(子夜) 그리고 유류분

  • 보도 : 2019.03.06 08:00
  • 수정 : 2019.03.06 08:00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백석이 연인 자야를 그리며 노래한 시의 한 구절이다.

함흥 영생고보 교사로 재직하던 백석이 회식자리에 나갔다가 인텔리 기생 진향과 운명적으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

백석은 중국 민요 '자야오가'의 주인공인 '자야'를 진향의 이름으로 붙여 줬다. 둘은 정열적으로 사랑했지만 백석 부모의 반대로 결혼하지 못했다.

백석은 해방 전 만주로 떠나며 자야에게 동행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그 날 이후 둘은 서로 만나지 못했다(백석평전, 안도현).

백석을 떠나보내고 시름의 나날을 보내던 자야는 60~80년대 서울 성북동에서 유명한 요정, '대원각'을 운영했다.

불교신자인 자야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법정스님의 고매한 인품과 불심에 감동하여 1996년 1,000억원의 가치를 지닌 대원각 부지를 아무런 조건 없이 시주했다.

불교계는 1997년 그 터에 사찰을 지었는데 자야의 법명이 '길상화'였기에 자연히 '길상사'로 이름 지어졌다.
 
자야는 슬하에 딸(A)을 두고 있었는데 유명을 달리할 때까지 누구의 자식인지 밝히지 않았다.

자야는 법정 스님을 통해 시주한 대원각 부지 외에도 남긴 재산이 상당해 A에게 부동산과 현금 등 약 31억원을 상속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우리나라 과학기술발전에 써 달라며 122억원을 기부했다.

자야가 사망 한 이듬 해 A는 자신이 상속받은 재산이 민법에 정해진 상속 금액에 미치지 못한다며 KAIST에 기부한 122억원 중 일부를 돌려 달라는 유류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망자)이 증여 혹은 유언에 의하여 재산을 전부 처분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상속인을 위해 남겨둬야 하는 최소한의 몫을 말한다.

상속권자의 유류분의 범위는 '직계 비속 및 배우자'는 자기의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이며, '직계 존속과 형제자매'는 자기 상속분의 3분의 1이다(민법 제1112조).

민법상 유류분 산정방식에 따르면, A는 본인이 상속받은 31억원과 모친이 KAIST에 기부한 122억원의 합계액(153억원)의 1/2인 76.5억원을 상속받을 받을 수가 있는데 이미 31억원은 상속을 받은바 있어 이를 차감한 45.5억을 돌려 받을 수 있다.

A가 KAIST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담당판사의 조정으로 44억원을 반환 받고 A는 KAIST가 운영하는 글로벌 장학재단의 이사로 취임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백석은 해방 이후 북한에 정착했다가 1995년경 84세의 일기로 북한의 한 이름 모를 협동농장에서 쓸쓸히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야는 길상사가 지어진 2년 뒤 사랑하는 연인 백석의 곁으로 떠났다.

소천하기 며칠 전, 기력이 약해진 자야에게 기자가 물었다(백석 시집 '사슴', 라이프하우스).
"천억 원을 내 놓았는데 후회되지 않나요?"
자야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천억 원도 그 사람 시 한 줄 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문학은 힘이 세다. 사멸되어 가는 것을 불멸로 이끄는 끈질긴 생명력이 있다. 자야가 남긴 마지막 말은 '황진이' 시에 버금 갈 명시(名詩)로 남아 세인의 가슴을 적셨다.

삼일세무법인
정찬우 대표이사

[약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조세재정학과 (석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전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전 기획재정부 자체규제개혁내부심의위원, 현 (사)한국조세연구포럼 부회장, 현 삼일세무법인 대표이사 [저서]사례와 함께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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