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26)]

반려동물에 대한 유산상속 방법은

  • 보도 : 2018.09.18 08:41
  • 수정 : 2018.09.18 08:41
r

◆…미국의 '부동산 여왕'으로 불렸던 헴슬리 호텔 소유주 리오나 헴슬리 (사진출처 중앙일보 조인스)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남쪽 플라자호텔 근처의 헴슬리 호텔에 묵은 적이 있다. 제법 오래된 호텔이라 내부는 낡았지만, 공원 쪽 전망은 참 아름다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유사하게, 미국의 '부동산 여왕'으로 불렸던 헴슬리 호텔 소유주 리오나 헴슬리가 있다. 2007년 9월, 세상을 떠난 그는 자신의 반려견인 말티즈종 '트러블'에게 1200만 달러를, 남동생과 손자 2명에게는 각각 1000만 달러씩을 유산으로 남겼다.

요즘 말로 이야기하자면 사람보다 '개'가 먼저였다. 나중에 또 다른 손자가 나타나 상속분쟁이 벌어지는 바람에 최종적으로 트러블이 받은 유산은 17억여 원.

1992년 카롤레타 리벤슈타인 백작부인은 셰퍼드종 '군터 3세'에게 6000만 달러의 유산을 물려준 적도 있다. 다시 요즘 말로 이야기하자면 '개 팔자가 사람 팔자보다 낫다.' 미국 변호사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내 반려동물 소유주의 4분의 1 정도가 동물들에게 유산을 남기는 것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반려동물을 돌봐 줄 것인가' 그래서 반려동물을 위해서 유산을 상속하는 것은 가능할 것인가. 반려동물에게 어떤 방식으로 유산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인가. 유산을 받은 반려동물은 스스로 관리할 능력이 없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반려동물에게 직접 유산을 남겨야 할까, 아니면 믿을 만한 사람에게 반려동물을 잘 돌봐달라는 조건으로 유산을 남겨야 할까. 결국은 법적 문제다. 그래서 상속설계의 테마가 된다.
 
물론, 상속능력이 전제가 된다. 상속능력은 상속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이자 자격이다. 상속능력은 자연인만 가능하다. 법적으로 자연인은 우리 같은 사람을 말한다. 법인이나, 동물이나, 식물은 인격이 없기 때문에 상속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반려동물은 유산을 상속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애완동물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 이외의 제3자에게 유산을 남기는 방법이 있다. 일정 범위 내에서 유산을 남기고 유언장을 그렇게 써두면 된다.

다만, 내가 떠난 다음에 어떻게 진정성을 담보할 것인지가 걱정스러울 것이다. 때문에 조건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관리방법, 유산사용방법 등 구체적인 조건을 상세히 적어 동의를 구해둘 필요가 있다. 물론 가족에게 반려동물을 맡기고 떠날 수 있다면 가장 평화로울 것이다. 하지만 가족이 없을 경우에는 이 방법이 유용하다.

둘째, 미국은 거의 모든 주에서 애완동물 상속 신탁이 허용된다. 신탁법의 하나로 법제화되어 있다. 생전에는 재산을, 사후에는 유산을 신탁회사에 신탁하고 수익자로 반려동물을 관리해줄 사람을 지정하는 것이다.

수익자는 그 돈을 받아서 반려동물을 관리하게 된다. 신탁 계약의 하나로 인정되는 것이다. 참고로 KB국민은행은 얼마 전부터 'KB(Pet)신탁'을 판매 중이다. 고객(위탁자)은 은행에 자산을 맡긴다. 본인 사후에 반려동물을 돌봐줄 부양자(수익자)를 미리 지정한다. 은행(수탁자)은 고객 사망 후 반려동물의 보호관리에 필요한 자금을 반려동물 부양자에게 '일시'에 지급한다. 금융신탁의 하나다.
 
상속설계와 직접 관련 있는 사례는 아니지만, 반려동물의 권리와 관련해서 기억해 둘 판례가 있다. 동물사랑실천협회가 반려견들을 위탁받아 키우던 중 유기견으로 오인해 안락사를 시키고 말았다. 위탁자는 본인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와 함께 반려견들이 입었을 별도의 위자료(마리당 200만 원)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워낙 희귀한 사건인지라 대법원까지 올라갔다. 대법원은 "민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동물에 대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고, 이를 인정하는 관습법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탁자의 위자료는 인정되지만, 반려견 자체의 위자료는 인정할 수 없다"고 최종 결론 내렸다.

상속능력은 물론 권리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현행 법제하에서는 당연한 결론이라 할 수 있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