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20)]

효도한 만큼 상속을 더 해준다

  • 보도 : 2018.06.26 13:57
  • 수정 : 2018.06.26 13:57
r

◆…'효' 문자도, 호암미술관 소장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춘추전국시대 노(魯)나라에 노래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나이 70이 되어서도 행여 부모님이 늙었다는 것을, 부모님이 느끼지 못하도록 때때옷을 입고 어린아이처럼 재롱을 피웠다.

자신의 나이를 부모님께 알려 드리지도 않았다. 때로는 물잔을 들고 방문을 넘다가 넘어진 척하며 뒹굴기도 하고 앙앙 우는 모습을 보여 부모님을 웃게 만들었다. 극진한 효성은 동양의 전설이 되었다.

지금도 이런 효가 가능할까. 효라는 도덕적 인자를 상속이라는 법적 요소로 평가해 좀 더 우대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한마디로 효자에게 상속재산을 더 얹어주자는 그런 방식 말이다.
 
상속법에 기여분제도가 있다. 자녀 중 상속재산 유지·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했거나, 특별히 부양(효도)의무를 다한 사람이 있을 경우에 이를 고려하자는 제도다.(민법 제1008조의 2)

예를 들어, 10억을 남기고 돌아가신 부모님이 계셨다. 결혼도 하지 않고 병든 부모님을 극진히 간호했던 효녀가 있었다. 이럴 때 효도의 몫으로 먼저 50%(5억 원)를 공제한다. 그랬을 때 상속재산은 10억 원이 아니라 5억 원이 기준이 된다.

이 5억 원을 상속법에 따라 효녀를 포함한 다섯 형제끼리 공평하게 나눈다. 그러면 다섯 형제가 각각 1억 원씩을 받게 되는데, 효녀는 형제끼리의 상속지분 1억에다가 이미 공제해둔 효도기여금 5억 원을 더해 총 6억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효도의 정도(%)는 어떻게 정할까. 첫째는 자식들 간의 협의다. 그게 되지 않으면 법원이 정한다. 기준은 기여의 시기, 방법, 정도, 재산액 등의 사정을 참작한다. 효도의 정도나 기간, 다른 형제들의 협력 정도, 부모님의 경제력이나 질환의 상태, 이런 것들이 기준이 되는 것이다.
 
기여분에 대한 최근 법원의 경향은 어떨까. 부양의무를 당연시하던 전통이 무너져 내림에 따라 법원이 부양의무를 응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기여분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다.
 
2010년 이전만 하더라도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같이 살며 병간호를 했다 하더라도 이는 부자지간에 당연히 해야 하는 부양의무의 이행'이기 때문에 기여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랬던 법원이 '여러 형제 중 유일하게 생활비와 병원비를 보탰다면 기여분으로 100%를 인정해야 한다'라는 판결을 했고, '주말과 휴일이면 반드시 부모님을 찾아뵙고 생활을 돌봐 왔다면 기여분으로 50%를 인정해야 한다'라는 판례까지 나왔다.

이렇듯 부양의무에 따른 기여분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판례의 확실한 경향성이다. 그렇다면 (효도)기여분제도는 당연히 상속설계의 한 테마가 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기여분제도를 상속설계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결정적 난점이 하나 있다. 기여분이 '법정' 유언 사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유언으로 남기더라도 법적 효력이 없다. 유가족들은 지킬 의무가 없다.

그러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늙어가며 자식들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법적으로 도덕적 의무인 효도를 강제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부담부증여'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살아 계신 부모님이 자식에게 부동산 등을 (상속이 아닌) 증여를 하고 자식은 효도의 의무를 부담하는 일종의 계약이다. 이를 '효도계약'으로 제안하는 전문가(유찬영 세무사)도 있다.

판례도 있다. 부모가 성실히 부양해줄 것을 조건으로 아들에게 부동산을 증여했다. 아들은 불효자였다. 도리어 패륜에 가까웠다. 부모는 증여계약을 해제했다. 아들은 돌려줄 수 없다고 버텼다.

법원은 (조건 없는) '단순증여'가 아니라 부양의무를 부담하기로 한 '부담부증여'가 맞기 때문에 부동산은 부모에게 돌아가는 것이 맞다고 판결했다. 도덕은 따뜻하고, 법은 냉정하다. 하지만 법에도 온기가 있는 법이다. 기여분이 그렇다.

"장난삼아 어머니를 업어보고, 너무나 가벼움에 울며, 세 걸음도 걷지 못하네" 이시가와 다쿠보쿠의 하이쿠(俳句)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관련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