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 오피니언 > 칼럼

[최재천의 상속설계 이야기-(22)]

싸나톨로지의 핵심으로서의 상속설계

  • 보도 : 2018.07.24 16:51
  • 수정 : 2018.07.24 16:51

"'곧 죽는다'는 생각은 인생에서 결단을 내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도구였습니다. 외부의 기대, 자부심, 수치심, 실패의 두려움은 죽음 앞에서 모두 떨어져 나가고, 오로지 진실로 중요한 것만 남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무언가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덫에서 벗어나는 최고의 방책입니다. 죽음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명입니다. 아무도 피할 수 없지요. 그리고 마땅히 그래야만 합니다.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바로 '죽음'이니까요"

"죽음은 삶을 대신해 변화를 만듭니다. 죽음은 낡은 것을 깨끗이 쓸어버려 새로운 것이 들어서게 길을 터줍니다" (스티브 잡스,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 중)
 
'죽음'을 학문의 영역으로 분류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싸나톨로지(Thanatology)'라는 학문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죽음학', '생사학' 또는 '임종학' 정도로 사용된다. 싸나톨로지는 인문학, 철학, 종교학, 의학, 간호학 등 학문의 모든 영역에서 죽음에 관해 연구하는 학문의 통섭이다. 싸나톨로지의 직접적 대상은 죽음이지만 본질은 삶, 그 자체다.

싸나톨로지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직업이 있다. '싸나톨로지스트'는 죽음 교육 및 상담 전문가다.
 
미국의 경우 '죽음학(Thanatology)'은 1963년경 미네소타대학의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됐다. 우리나라도 2005년 이미 조직됐지만, 미국에서 죽음학회가 발족한 지는 오래전이다. 국제죽음학회 또한 미국주도로 설립됐다.

일본에서는 사생학(死生學) 혹은 생사학이라고 칭한다. 일본 조치대학에서 1975년 처음으로 '죽음 교육 과정'이 개설되었고, 도쿄대학교는 2000년 사생학연구소를 설립했다.

R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사진 네이버 지식백과)

죽음은 숙명이겠지만, 숙명이라고 해서 방치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헤쳐나가겠다는 생각 또한 위험하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자각이야말로 죽음학의 시작이자 끝이다.

17년 간 임종을 앞둔 환자의 정신적 스트레스와 불안, 우울 같은 심리적 증상을 진단, 치료하는 의사로 일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죽음을 목도한 스위스 의사 모니카 렌츠(Monika Renz)가 있다.

"음악치료사로서 나는 임종을 앞둔 많은 사람들이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 특히 원초적 불안 형태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동요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심층심리학자로서 나는 그들이 자신의 임종 과정을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죽어가는 사람들의 조각난 언어에도 상징적인 내적 논리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신학자로서 나는 임종 자리에서 경험하는 놀라운 사실들을 인식하는 것에 그저 머물지 않고 창조적이고 종교적인 표상으로 우리에게 현시되는, 거대한 차원으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놓고자 한다"

그럼에도 렌츠는 덧붙인다. "임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죽음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어떻게 죽음을 마주할 것인가》)

얼마 전,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저명한 법률가의 임종 소식을 들었다. 마지막 병문안을 하러 갔더니 법률가 집안임에도 제3의 변호사를 불러 유언장을 작성하고 계시더라는 것이었다.

임종을 준비하는 방식은 여럿 있다. 도움 또한 여럿 필요하다. 종교, 철학, 호스피스,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법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가족법, 상속법, 계약법, 세법, 신탁법의 개입이 필요하다.
 
이렇듯 따지고 보면, 죽음을 전후한 순간에 인간은 대단히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실제로 "그들 안에 무엇이 존재하는지는 모른다" 그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미뤄 짐작할 뿐이다.
 
그래서 준비하자는 것이다. 한계를 자각하고 종교인, 의료인, 세무사, 금융전문가, 법률가들의 도움을 요청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상속설계는 인생의 마지막 설계인 것이고, 죽음학의 핵심 분야가 되는 것이다.

최재천 변호사

법무법인 헤리티지 대표 변호사 (현)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전)
17대, 19대 국회의원 (전)

주요기사

  • 출생 :
  • 소속 :
  • 학력 :
  • DID :

상세프로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