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못내' 세무조사 거부하는 다국적社…"美처럼 법원 개입 필요"

자료제출 거부때 과태료 2000만원…"제재 미흡"

美·英선 법원 개입 하에 '문서제출명령' 운용해

"금전적 제재 반복…행정절차서도 법원 개입 필요"

이중교 교수, '세무조사 비협조 대응 방안' 제시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국세청 산하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연 '2022 국세행정포럼'에 참석, '다국적기업 등의 세무조사 비협조시 대응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납세자가 세무공무원의 질문조사권에 응하지 않거나 과세자료의 제출을 거부하는 식으로 세무조사의 수인의무를 위반했을 땐 최고 2000만원의 과태료를 맞는다. 문제는 이러한 제재수단이 조사 기피를 막기엔 역부족이다. 이 교수는 "납세자가 정상적으로 세무조사를 받으면 수입억원 또는 수백억원의 세금이 부과되는 상황을 상정하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는 수인의무의 이행을 담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납세의무자가 질문조사·자료제출 요구를 100번 거절해도 국세청이 부과할 수 있는 과태료는 2000만원이 최대다(하나의 세무조사 과정에서 1건의 과태료만 인정).

민사소송절차나 형사절차와는 달리 행정절차인 세무조사에서는 납세자가 과세관세청의 문서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더라도 문서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부분은 조세탈루를 용인하고 있단 우려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제재의 취약성으로 인해 자료제출을 회피·거부함으로써 일단 세무조사의 고비를 넘긴 다음 불복과정에서 유리한 자료를 증거로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유인을 제공하게 된다"고 했다.

미국, 영국 등은 법원이 적극 개입하면서 한국보다 '더 센' 제재를 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과세관청이 법원으로부터 ‘문서제출명령’을 받아서 문서를 제출받을 수 있고, 납세자가 법원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법정모독죄로 처벌받는다. 영국은 납세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과세관청의 서류(서면에 의한 장부 등)제출요구를 2회 이상 거부했을 땐, 과세관청은 법원에 사전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해서 문서를 확보할 수 있다.

"금전적 제재 개선하고, 문서제출 강제해야"

이 교수는 우선 "과태료 부과가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규모를 고려해 과태료 수준을 달리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꺼낸 게 '제재의 반복·가중화'다. 그는 "1회성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계속적 의무위반에 대해서는 가중된 재재 또는 반복적인 재재를 통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제출을 거부하는 횟수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자는 소리다.

특히 행정절차에서도 법원의 개입이 필요하단 목소리다. 이 교수는 "미국의 소환제도와 같이 세무조사 단계에서 법원의 개입과 통제를 허용한다든지,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를 미이행한 경우 추후 불복과정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증명책임을 납세자에게 지우는 제도도입도 언급했다. 다만 "법원조직의 개편 등이 필요해 장기과제로 추진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역외거래에 대한 자료 등 접근권도 손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역외거래에서의 자료제출 등 납세협력의무의 범위와 그 위반에 따른 제재는 최근 들어 매우 활발하게 입법개선을 이루었다"고 평가하면서도 ①과태료의 한도가 1억원(또는 2억원)으로 설정되어 있고 ②정당한 자료제출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도 제척기간이 진행되며 ③특정 자료에 대한 제출 거부엔 제재규정이 미비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의무위반에 대한 제재를 강화함과 동시에 정당한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는 경우 사실상 제척기간 중단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버법령을 개정하고, 일부 자료제출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