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기 "경찰국 신설, 정치권력에 의한 경찰권 장악...심각한 역사 후퇴"
"시행령 개정 위법 지적 많아"...이석연 "야당과 협의해 정부조직법 고쳐야"
"인사지원과에 경찰공무원만 보임...이미 치안정감, 치안감 인사 입맛대로 구성"
경찰직협 회장단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지휘는 감시할 것"
◆…전국경찰직장협의회회장단 관계자 들이 14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안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행정안전부가 경찰 통제 논란을 부른 '경찰국' 신설 방안을 지난 15일 최종 발표한 가운데, 일선 경찰관들의 90%는 여전히 경찰의 중립성‧자주성 훼손으로 보아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기 전 전국경찰직장협의회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각 경찰서별로 여론을 한번 듣고, 경찰직장협의회회장들도 여론을 듣자 해서 지금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90% 정도는 반대한다"면서 "일부에서 동요하는 거 아니냐, 다소 진정된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 전 회장은 "행안부 장관이 현장 경찰관 의견을 듣겠다고 하면서 지구대 등 방문했지 않나. 저희들이 보기에는 보여주기식 방문이 아니었나"라며 "저희 직협하고는 직접적인 소통은 없었다. 제가 행안부 앞에서 9일 동안 있었는데 행안부 관계자는 전혀 사실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안부가 경찰제도의 역사적인 설립 절차 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현 제도의 문제점을 부각해서 대안으로 경찰국을 신설하겠다, 이렇게 보여진다"며 "사실 경찰청이 독립 외청으로 31년 전에 분리된 배경하고 그 과정에서 나온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가 공권력이 갖는 위험성을 외면한 부분이 있지 않는가, 정치권력에 의한 경찰권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심각한 역사적 후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시행령 개정을 통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서 시행령으로 통제한다는 건 명백히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며 "정부는 정부조직법 등 법률에 근거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법에서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시행령개정은 위법이라는 지적이 사실 지금 상당히 많지 않나. 현재 경찰국 관련 사안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계속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앞서 이석연 전 처장은 한국일보에 "법률로 정해서 위임하지 않은 사무를 시행령으로 위임하는 건 헌법 제75조의 포괄적 위임입법금지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경찰국 신설이 필요하다면 야당과 협의해 정부조직법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찰국 내 설치되는 인사지원과의 경우 경찰공무원만으로 보임 가능하므로 인사권에 의한 경찰 조직 장악 우려가 불식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분석에 대해 "그 내부에 경찰관이 들어가서 인사를 한다, 안 한다, 이런 부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 전 회장은 "가장 문제 된다는 부분이 (행안부에서 발표한 지휘규칙 제정안) 제2조 제3항 제5호 중 '그 밖에 중요 정책의 수립 및 시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장관이 요청하는 사항'이라는 규정은 상당히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내용이다. 수사에 관한 사항 역시도 행안부 장관이 수사권한의 확대로 통제와 감시가 필요하다고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찰 수사를 지휘하려는 모습들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사 부분은 치안정감, 치안감 인사를 경찰청 내정자 없이 참모진을 이미 벌써 구성했지 않나"며 "아직 경찰국이 설립되지도 않았는데도 지금도 얼마든지 행안부 장관이 자기 입맛대로 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행안부 내에 치안감을 부서장으로 하는 '경찰국'을 신설하고 소속청장 지휘규칙을 제정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신설되는 경찰국은 ▲경찰 관련 중요정책과 법령의 국무회의 상정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에 대한 임용제청 ▲국가경찰위원회 안건 부의 ▲자치경찰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경찰국에는 ▲총괄지원과 ▲인사지원과 ▲자치경찰지원과 등 3개 과가 설치되며, 국장 포함 모두 16명의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다.
경찰국장과 인사지원과장은 경찰공무원만으로 보임 가능하며, 특히 인사 부서는 부서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을 경찰공무원으로 충원한다.
아울러 행안부 장관의 소속청장(경찰청장·소방청장) 지휘규칙이 제정되며, 지휘규칙에는 ▲ 소속청의 중요정책사항에 대한 승인 ▲ 사전보고 및 보고와 예산 중 중요사항 보고 ▲ 법령질의 결과 제출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이어 민 전 회장은 "2021년도에 검경수사권 조정이 되면서 사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됐다. 13만명 중 한 6만여명 정도가 자치경찰로 현재 완전히 이관이 안 됐고 과도기적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때 이미 경찰의 거대 공룡화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자치경찰을 시행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수사권으로 경찰 권력이 비대해졌기 때문에 행안부 장관이 통제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인정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에 관한 사무는 존재를 하지 않는다"며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경찰국 신설은 역사적인 후퇴다. 경찰이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치안활동을 할 수 있게 국민 여러분께서 이 사안에 대해 많은 관심들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회장단은 18일 입장문을 내고 "행안부에서 발표한 경찰제도개선방안은 정부의 직접 통제가 갖는 위험성을 외면하고 있으며 경찰권을 사유화하려는 것"이라며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과 부령을 통해 임의로 행안부 내 국을 신설하고 지휘규칙을 제정해 사실상 치안 사무를 관장하려는 것은 법치행정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휘부의 부당한 수사 지휘를 감시하고, 보여주기식 치안 정책에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며 "경찰청장 인사권은 치안책임 강화 측면에서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 지방분권화 시대를 역행하려는 중앙통제식 행안부 조치는 재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