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검수완박 합의 백지화... 민주당, "단독처리"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선거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해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서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검수완박에 대한 입장을 번복하면서 정국이 다시 첨예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합의 번복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며 법안 단독 처리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한 합의안(중재안)’에 대해 “공직자 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이 빠진 부분에 대해 국민들의 우려가 있었다”며 “여야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소수당 원내대표로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은 차악의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혜택을 보는 입법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재논의를 요구했다.

지난 22일 여야 원내지도부의 중재안 전격 합의 이후 이준석 대표가 합의안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피력하고 윤 당선인마저 우려를 표시하자 권 원내대표는 더 이상 중재안을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렸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재논의' 결론을 내리며 당내 이견을 봉합했지만, 민주당을 상대로 다시 한번 협상에 나서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권 원내대표가 합의안을 막아내지 못하면 입지가 상당히 흔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도 국민의 여론을 의식해야 하고 국민의 뜻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저희 제안이 무리한 제안, 요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합의 파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의힘이 합의를 파기하는 즉시 검찰개혁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합의문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국민의힘에서 합의를 부정하는 말들이 나온다”며 “민주당은 여야 합의를 파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주민·김용민 의원 등 검찰개혁 강경파 의원 22명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주말을 보내고 겨우 사흘이 지난 오늘, 헌신짝 버리듯 이미 합의한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먼저 중재안 합의를 깬 만큼 의장 중재안을 수용한 더불어민주당의 원안대로 검찰정상화법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며 입법 처리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 후 자유발언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께 묻는다.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추인한 국회의장 중재안 합의를 누가 깨라고 종용했나?”라며 따졌다.

그는 “한동훈 후보자의 반대 입장에 왜 찍소리도 못하나. 권성동 원내대표는 소통령 한동훈의 부하냐?”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의힘 재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안의 단독 처리 절차에 다시 착수했다.

민주당은 25일 오후 8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1소위 회의를 소집하고, 민주당 의원 전원 명의로 국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의 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지난 21일 제출한 안건조정위원회 신청은 법안 심사절차를 위해 일단 철회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여야가 합의한 대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조문 작업을 조속히 끝내고, 28일 또는 29일에 국회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