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이회창 전 총재 언급하며 "국가 장래 고민해 본 적 없어... 尹도 마찬가지"
경제 신뢰 후보엔 "尹은 판단 어렵고, 李는 현안 때마다 자기 생각 바로 얘기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3일 YTN라디오 방송 대담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가정하면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일 저녁 여의도 한 식당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만나 인사하고 있는 윤 전 장관［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선대위 제공］
'보수의 책사'로 불려 온 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과거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례를 언급하면서 "이회창 총재는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훌륭한 경력을 쌓으신 분인데 국가의 장래를 고민해 본 일이 없었다. 검사도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직책은 미래를 고민하는 일이 아니다"며 "과거의 일을 현재 재구성해서 유무죄를 판단하는 일"이라고 윤 후보의 그간 경력이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괴리가 있음을 부연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1993년 정계 입문, 1996년 신한국당 입당해 이후 1998년~2002년까지 한나라당 총재를 지내며 제1야당을 장악한 거물 정치인이다. 하지만 세 차례 대통령 선거에서 늘 유력 대통령 후보로 거명됐으나 전부 낙선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윤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국무총리, 대법관, 국회의원,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총재, 자유선진당 총재 등을 역임하며 대통령을 빼고 다 해본 사람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이회창 전 총재를 소환하며 윤 후보 역시 검사로서 ‘평상시 미래를 고민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굉장히 취약하다’는 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대선 후보 공식 TV토론에서 보여준 윤 후보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의엔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상당히 자연스럽고 의연하기는 하던데 그러나 토론 내용을 보면 역시 생소한 분야가 많다"면서 "어쩔 수 없다. 누가 바꿔나가야 (하지) 방법이 없을 거"라고 단언했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서는 윤 후보의 학습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고 호평한 점에 대해선 "머리가 좋으니까 하는데 토론이라는 게 상대방이 무슨 얘기 할지 어떻게 알아요"라면서 "기습적인 질문이 나오면 당황하는 게 역력하고 대답을 잘 못하니까 다른 말로 한다든지 그런 게 있다. 그런 걸 보면 고충을 이해하지만 평생을 검사라는 직업에 있던 분이니 어쩌겠나"라고 평가했다.
한편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아직 임기가 안 끝났지만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기는 어려워 보이고, 과거 대통령은 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능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민주주의의 내면화와 투철한 공인의식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저절로 민주적이 돼야 한다"라며 "공인의식이 없으면 권력이 내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대로 써서 필연적으로 부패가 따라온다"고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또한 양당 후보가 국회의원 경험이 없는 '0선' 후보라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국회에서 여야가 국민을 대변하기 위해 갈등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절충하는 과정이 민주정치인데, 이걸 체험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국회의원을 4년 해보니까 굉장히 많은 공부를 하게 된다"며 "특히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상임위 활동을 하며 엄청난 걸 배우게 된다. 그 체험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하고는 큰 차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서는 "몇 년 사이 만난 일이 없어서 어떻게 변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잠깐 같이 일했던 시기에 비해서는 많이 성숙한 것 같다. 실패를 체험했기 때문에 성숙해진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은 정말 곤란하다"며 "전문가일 필요는 없으나 전문가의 얘기를 이해할 수준, 경제 지표를 보고 뭐가 나쁘고 좋은지 알아야 보고서를 100% 믿고 따라가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아랫사람들이 정직한 보고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어느 후보가 경제적으로 신뢰가 가나'라는 질문에 "윤 후보는 일면식이 없어 판단하기 어렵고, 안 후보도 공부한 것 같긴 한데 단기간에 쉽게 공부할 수 있는 건 아니라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는 경제 현안 얘기할 때마다 자기생각을 바로바로 얘기하는 걸 보면 학습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라고 하면서 우회적으로 이 후보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윤 전 장관은 대통령을 선택할 기준에 대해선 "효율성과 도덕성을 보면 된다“면서 ”얼마나 국정을 효율적으로 이끌지, 그다음 효율성을 받쳐주는 건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무너지면 효율성이 역기능을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번 대선을 두고 '흔히들 최선이 아니고 차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대해선 "공교롭게 후보가 그렇게 됐다. 우리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긴 나라들에서 일찍부터 선거라는 게 최악에서 최선을 뽑는 것이라는 거 아니냐"고 반문한 뒤, "우리나라도 아직은 민주주의 역사가 짧으니까 혼란스러운 선거를 치르게 되는 것 아닌가. 세월이 지나가면 성숙한 민주주의를 할 날이 오겠죠"라고 답했다.
윤 전 장관은 국회의원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이 의정 경험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그걸 경험한 거 하고 하는 거 하고는 저는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전 장관은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 전 장관은 앞서 지난 8일 이재명 후보와 만찬을 겸한 환담에서 "경제를 모르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국민에게 공포로 다가올 것"이라고 이 후보에 후한 평가를 줬다.
이 자리에서 "준비된 대통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뉴노멀시대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윤 전 장관이 초대 위원장이 되어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고 승낙했다는 반응이 전달되면서 이를 두고 윤 전 장관이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그 다음날 윤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대화 중 반농담으로 주고받은 얘기”라며 위원장 승낙 사실을 일축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1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집권시 적폐 수사' 발언에 대해 "원론적인 얘기를 왜 그 타이밍에 하냐"라고 반문하면서 "지금 자기 신분이 대통령 후보고 선거기간 중에 예민하지 않나“라고 윤 후보의 실언을 지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