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물품가격 200만원 초과 안해 신고의무 없어"
◆…대법원이 최근 3000만원 상당의 면세 화장품을 구매한 뒤 다른 물품으로 위장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 국적 유학생에게 무죄를 확정했다. 서울 명동 롯데면세점에서 국경절 연휴를 맞이해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산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법원이 3000만원 상당의 국산 면세 화장품을 구매한 뒤 다른 물품으로 위장해 밀수출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유학생에게 물품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신고의무가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원심의 판단에 관세법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중국 유학생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A씨는 2015년 9월 부산의 한 면세점에서 345만원(미화 2886달러) 상당의 국산 화장품 115개를 구매해 부산대 근처 사무실 창고에 보관했다가 이를 중국에 수출했다.
수출 과정에서 면세 화장품을 책으로 위장한 방식이 성공하자 A씨의 범행은 더욱 대담해졌다.
A씨는 이 때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총 60회에 걸쳐 3000만원 상당의 화장품 900여개를 책, 장난감 등으로 품명을 속여 우체국 국제특송편을 통해 중국으로 보냈다가 관세당국과 검찰에 덜미를 잡혔다.
A씨는 "우편물에 대해선 수출신고의무가 없으므로 수출신고 대상이 아니고, 제품명을 화장품이 아닌 것으로 표시한 것을 '해당 수출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가 우편물 세관신고서에 물품명, 가격 등을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이상 유죄로 판단한다"며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2800만원을 추징했다.
1심은 "A씨가 수출한 우편물 중 물품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부분은 정식 신고절차를 밟아야 하는데도 A씨는 간이한 절차를 통해 수출했다"며 "물품가격 200만원 이하인 우편물의 경우에도 송품장, 간이수출통관목록 또는 우편물목록을 제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1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에는 A씨가 면세물품을 구매한 내역 및 우체국 국제특송으로 발송한 내역만 기재돼 있을 뿐 물품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했는지 여부가 명시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다"면서 "증거들을 살펴봐도 물품 시가액이 200만원을 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