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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개혁 리포트]

③기회이자 위기…심판원 인력확충이 품은 '리스크'

  • 보도 : 2019.09.24 07:54
  • 수정 : 2019.09.24 07:54

지난해 11월20일 조세심판원 직원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3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열렸는데, 문 대통령이 청산해야 할 생활적폐 대상으로 심판원 심판청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심판제도를 투명하게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어떤 경로를 통해 심판청구의 문제점을 파악해 날 선 메시지를 던졌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관가 안팎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대통령의 메시지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심판원 개혁의 확실한 추동력이 된 것만은 사실이다.

조세개혁 백년대계(百年大計)의 한 지류 '불복제도'

재정특위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재정개혁보고서'를 발표,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만 필요적 전치제도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조직개편 등 여러가지 논란으로, 권고 내용은 그 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담기지 않았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재정특위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을 제막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사진 기획재정부)

전체적인 내용 측면에서 사실상 '흐지부지'되기는 했지만 100년 가는 조세·재정 개혁방안을 만들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출범(지난해 4월)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도 조세불복제도 개편을 주요 개혁과제로 삼았었다.

애초 논의 과정에서 '조세법원' 설치 주장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해 '독립성'이 보장된 체제를 만들자는 의견이었는데 그동안 학계를 중심으로 제시됐던 내용가 일맥 상통하는 방안이었다.

구체적으로 18명의 상임심판관(비상임 폐지)이 배치된 형태가 제시됐지만, 행정부 조직 개편 등 대수술이 필요한 부분한데다 세무대리 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던질 수 있는 다소 과격한 방안이라는 측면에서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실제 올해 2월 발표된 최종 조세개혁 보고서에는 이 내용이 담기지 않았고, 대안으로 심사·심판청구 통합론이 제시됐다. 기획재정부도 재정특위 안을 일부 수용, 국세청 심사청구를 필요적 전치주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

하지만 이 또한 조직 개편(심판원 확대-국세청 조직 축소) 문제와 첨예하게 결부되면서 흐지부지 됐다.

결국 재정특위 최종 보고서에 담겼던 심판절차 개선 사항 중 상임심판관 증원 등 조직 확대 부분이 핵심적으로 남았다. 심판원은 재정특위에서 권고했던 내용 상당부분(납세자 의견진술기회 확대 등)을 수용해 자체 개혁안을 만들어 지난 6월 청와대에 보고, 현재 추진하고 있다. 

왜 불복제도는 고쳐져야 하는가

조직

◆…지난해 국회 입법조사처는 조세심판원 행정실의 '내부검토'를 두고 "법적 근거가 부실해 실무기관의 재량 범위를 넓히고 결과적으로 로비 의혹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논란을 둘러싸고 심판원 내 조직을 개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은 상태다.

심판원 개혁의 명분은 두 갈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전문성 논란, 그리고 유착의혹이다.

그동안 심판원 결정 내용에 대한 논란은 끊임이 없었다. 전문성 부족 논란과 함께 심지어 '통행세 논란'으로 상징되는 유착의혹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실제 여부를 떠나 이러한 논란의 원인은 모두 심판원 스스로 제공한 측면이 크다.

심판결정이 가진 구속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인용결정시 과세관청 항소권 없음) 과세관청은 과세관청대로, 납세자는 납세자대로(기각시)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전문성 논란과 유착의혹이 동시에 파생되어 왔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은 여러 갈래에서 제시되어 왔으며, 조세법원 설치는 대안 중 하나였다.

특히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전문성 논란이다. 심판원은 준사법기관에 해당하기 때문에 세법에 대한 전문성이 없다면, 납세자권리구제 기능의 핵심축이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인력들이 충원되고 순환하면서 법에 근거한 자유심증 원칙에 따라 편향되지 않는 심판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개혁의 출발점이라는 지적이다.

현재의 심판원 조직 및 인력 체계로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중론. 인력을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지만,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을 운영해서는 납세자권리구제 기능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는데 대다수 전문가들은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심판원 개혁은 이러한 측면에서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인력을 확충해 업무과부하를 줄여놓았는데도, 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전문성 부족 및 유착의혹을 떨쳐 내지 못한다면 심판원 개혁은 그저 공허한 '자리 늘리기'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심판원 조직·운영 어떻게 뜯어고칠까

심판원

◆…조세심판원은 장기적 관점에서 심판부를 '전원 상임'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최소한의 인력(심판부 3개 확대 등)을 늘리는 한편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비상임심판관 제도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심판원이 지난 7월 발표한 심판제도 개혁방안은 납세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데 목표점을 두고 있다.

모든 심판관회의에서 의견진술기회를 허용(현재 2차 회의부터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하고 의견진술시간 현 5~10분에서 더 늘리도록 했다. 과세처분으로 압류, 출국금지 등 급박한 어려움이 예상되는 영세 납세자가 일정 요건(청구세액 1000만원 미만, 개인·중소기업 대상)을 충족하면 사건을 우선 처리하는 패스트트랙(Fast-Track)' 도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심판원은 이러한 개혁추진으로 현재보다 업무량이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인력이 어떻게 운용되느냐에 개혁의 성패가 달렸다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가뜩이나 쏟아져 들어오는 조세불복 사건의 양을 감안하면 현재의 인력체계로는 감당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팩트다. 인력확충이 추진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심판원은 행정안전부에 조직개편 초안을 제출한 상태다. 심판부 3개(6→9개), 조사관실 4개(15→19개)를 각각 신설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 확충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심판원이 원하는 수준까지 인력이 늘어날 지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 정황상 상당폭의 인력확충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내달 중 인력확충안이 도출되고 예산안 반영 등 실무적인 부분에 대한 협의가 연내 마무리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심판원 안팎에서는 최종 결과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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