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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심판원 개혁 리포트]

②늑장 처리·전문성 시비…심판원 둘러싼 논란의 근원 '인력'

  • 보도 : 2019.09.18 08:49
  • 수정 : 2019.09.18 08:49

6명이 연간 1만여건 조세불복사건 판결
인력증원 명분 있으나…수십년째 제자리
"조직개편 없인 납세자 권익 침해 계속"

"사건의 양과 질이 과거와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졌는데도 상임심판관 등 심판인력은 그대로다."

"안팎에서 '납세자 권리구제 강화'를 외치면서, 정작 행정부 내 납세자 권리구제의 최정점인 심판원이 당면해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심판사건 처리와 관련한 유착의혹 등도 있지만, 늑장 처리와 전문성 시비 등 심판원이 받고 있는 오해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시간이 갈 수록 늘어나는 업무를 감당할 충분한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납세자 권리구제 기관인 조세심판원이 인력난에 시달린 것은 결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납세자들의 권리의식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장되면서 과세관청의 과세행정에 불만을 제기하는 케이스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심판원의 인력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형편이다.

사법절차로 넘어가기 전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루트가 비단 심판원 뿐만이 아닌데도 불구(국세청·감사원), 유독 납세자들의 발걸음은 심판원으로 쏠리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국세청과 감사원의 심사청구 기능은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납세자들은 몰리는데(2018년 심판청구 처리건수 1만683건) 이 수요를 감당할 인력은 '과거의 기준'에 발목잡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판원은 지금, 납세자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줄 여건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인력 부족은 사건처리의 지연으로 이어지고 처리가 지연되다 보니 사건을 처리할 능력(전문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눈총이 생겨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소'가 따로 없네... 살인적 업무량 견뎌내고 있는 그들

심판원

현재 조세불복 사건이 심판원에 접수되면 과세관청 및 청구인의 소명자료(진술서 등)를 토대로 상임심판관들(조세심판관회의, 상임심판관 2명·비상임심판관 2명)이 내용을 심리해 인용 또는 기각 등 최종 결정을 내리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쉽게 말해 상임심판관 6명이 사실상 최종결정권자들인데, 이들이 지난해 기준 1만건을 상회하는 심판사건을 처리했다고 보면 된다.

1인당 평균 1800건에 육박하는 심판사건을 처리한 것이다. 특히 이들이 내리는 최종 결정이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기 때문에 심판조사관들이 검토해 정리한 내용만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것이 중론. 즉 사건의 내용 및 사건에 얽히고 설킨 세법 조항 등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상임심판관들이 챙겨야 '뒷탈'이 없는 심판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반적인 케이스, 선결례가 존재하는 케이스 등 비교적 단순한 심판사건들도 있지만 내용이 복잡하고 과세관청과 납세자간 이견이 첨예하게 대립된 사건들도 부지기수여서 상임심판관들은 큰 업무·심적 부담 속에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조세심판원이 지방세 분야를 흡수하며 확대 개편된 이후 심판청구 건수는 73%(접수사건 기준 5244건→9083건) 늘었지만, 상임심판관 숫자는 그대로다. 실제 상임심판관 1인당 사건처리 건수는 2016년 1105건에서 2017년 1125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타고 있다.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조사관 1인당 처리 건수도 2016년 510건에서 2017년 519건, 지난해 546건을 기록하며 점점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력증원의 명분은 확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2008년 108명으로 출범한 이후 2019년 9월17일 현재 117명(6심판부-내국세 4, 내국세(소액)+관세 1, 지방세 1)으로 쥐꼬리 만큼 인력이 늘어났을 뿐이다. 이마저도 최근에 사무관급 인력을 조금 늘린 영향이다. 이런 형편인 마당에 고도의 심판품질을 요구하는 것은 정도가 지나친 처사다. 

대놓고 공개한 치부…'1건당 평균 심리시간 8분' 충격

심판원

심판원은 최근 그동안 꽁꽁 숨겨오던 조직의 치부를 스스로 공개했다.

심판사건 1건당 평균 심리시간이 고작 8분에 불과하며 1차 회의시 허용되는 납세자 의견진술 시간도 5~10분에 불과하다는 통계수치를 공개한 것이다. 

납세자 권리구제가 존재 목적인 기관이 내부적으로 납세자들의 권리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냈다는 것은 그만큼 심판원 내부의 상황, 인력난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고육지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납세자 권리구제 지표로 활용되는 심판청구 처리일수도 마찬가지다.

내국세 심판청구 기준(지난해)으로 법정처리기한(90일)이 지켜진 비율은 전체사건의 18.6%에 불과했다. 관세 사건은 고작 4.3%다.

내부적 문제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지만 청구세액이 크면 클수록 구제받는 시간은 오래 걸렸다. 사건이 지연되는 만큼 협력비용이 늘어 부담으로 다가오기에, 납세자 권리구제라는 심판원의 설립 취지마저 훼손시키는 모양새다. 작년 청구세액 1000~5000억원 사건(내국세)의 평균 처리일수(929일)는 2년을 훌쩍 넘겼다. 500~1000억원 사건은 698일, 200~500억원 사건은 500일이 걸렸다.

심판원이 강제적 수단을 통해 장기미결사건을 줄이는 조치를 취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장기미결사건은 151건으로 1년 전(289건) 대비 138건이나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심판원 관계자는 "한정된 인력 상황에서 충분한 주장기회 부여와 신속한 사건처리는 서로 상충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심판원이 오랜 시간 동안 '부실심판' 논란에 시달려온 가장 큰 원인이 결국 업무대비 부족한 인력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지난 2월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조세불복제도 개혁을 권고한 바 있다. 납세자에게 충분한 공격·방어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심판절차를 개선하고, 상임심판관 증원 등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라는 주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조세불복을 하더라도 원처분의 집행이 정지되지 않기에 심판결정이 지연될수록 납세자의 권익은 침해된다"며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인력 증원 등 대대적인 조직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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