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TIS) 구축 사업은 20년 된 낡고 오래된 기존 국세행정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였다.
국세청은 수 년 동안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끝에 지난 2월, 차세대TIS를 전면 개통했다. 하지만 개통과 동시에 여기 저기에서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혼돈의 시간'이 시작됐다.
새로운 전산 시스템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최대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국세청이 개통한 차세대TIS가 안정화를 위해 허락받은 시간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시스템 불안정을 둘러싼 크고 작은 민원이 국민들은 물론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 봇물처럼 쏟아졌다.
시스템 개통 후 6개월이 지난 현재 차세대TIS는 전보다 비교적 안정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문제 발생 및 해결 과정에서 조직 내부에 소통 문제가 불거졌고 새로운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개선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 차세대TIS, 거센 '후폭풍' = 차세대TIS는 지난 2011년부터 추진된 국세청의 거대 프로젝트였다. 기존 시스템은 단순 정보만을 나열해 역외탈세 분석 등 현재 상황에는 맞지 않았지만 새 시스템은 납세자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제공, 성능에 대한 기대카 컸다.
납세자들도 기존에 흩어져 있던 여러 국세서비스와 관련한 홈페이지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월 개통 이후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개통 첫 날부터 홈택스(www.hometax.go.kr) 접속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납세자들과 세무대리인들의 민원이 폭주했다.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오류, 로그인 문제는 물론 세무서에서 조차 새로운 시스템으로 일처리하는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되면서 늑장처리에 대한 납세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가장 힘든 시간에 직면한 것은 국세청 직원들이었다.
모든 것을 전자문서화하기 위해 일선 세무서 직원들은 민원인들의 서류를 스캔하는 새로운 업무를 반복해야 했고 특히 체납과 징수분야에서도 납세자 정보가 제대로 뜨지 않고 세수집계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일선 직원들이 애를 먹기도 했다.
□ '벽' = 차세대TIS 문제가 불거진 후 5월 종합소득세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국세청 안팎의 우려가 높아졌지만 차세대TIS 추진단이 밤낮으로 시스템 안정에 매달린 끝에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스템 오류 문제도 대부분 해결했지만 그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직원들 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발생한 것이다.
일선에서는 차세대TIS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정작 본청에서는 일선의 상황과 목소리를 제대로 보고 듣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특히 본청에서는 개통 초기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일어난 문제에 대한 일선 직원들의 '인내심'을 요구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게 패이기 시작했다.
결국 임 국세청장이 직접 나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을 시작했다.
□ 갈등은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 본청과 차세대TIS 추진단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결과 현재는 시스템이 안정화됐지만 이로 인해 수면 위로 드러난 갈등은 인사 문제로까지 불똥이 튀는 형국이다.
차세대TIS 문제가 해결되면서 직원들 사이에 갈등도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인사과정에서 차세대TIS 개통으로 고생한 전산직 직원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형성되면서 일선 직원들의 반감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차세대TIS 추진단 직원들과 시스템 개통 이후 고생한 일선 직원들을 모두 배려하기에는 자리가 한정되어 있어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차세대TIS 개통을 위해 적은 예산으로 열악한 환경을 견뎌낸 전산직 직원들을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전산분야 직원들과 일선 세무서 직원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탕평인사'가 답인 셈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인사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을 때나 가능한 것이다. 묘안을 찾아내기가 결코 만만치 않은, 난감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임 국세청장이 어떤 묘안을 짜내 국면을 전환해 나갈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