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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환수 국세청장 1년 '명암(明暗)']

③'희망사다리', 국세청에 정말 희망이 놓였을까?

  • 보도 : 2015.08.24 08:48
  • 수정 : 2015.08.24 08:48

임환수 국세청장을 대표하는 단어를 굳이 하나 뽑으라 한다면, 아마도 '희망사다리'를 뽑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임 국세청장이 취임 당시 밝혔던 희망사다리는 단번에 국세청 조직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열심히 일해 성과를 냈다면, 출신을 비롯해 과거와 현재의 위치에 얽매이지 않고 관리자급 또는 최고위급으로 올라 설 수 있는 인사상의 사다리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공언한 희망사다리는 인사 문제에 있어서 항상 민감한(?) 국세청 내부의 핫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상대적으로 인사상 소외를 받아 온 그룹에 속한 조직원들이 임 국세청장의 희망사다리론에 '뜨거운 한표'를 던진 것은 무엇 때문일까.

본청·지방청 및 고시(행정고시) 출신 우대주의 등 수 많은 말과 탈을 몰고다니며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온 국세청의 인사 관행은 한 사람의 의지만을 가지고 깨뜨리기는 힘든, 공든 탑이다. 이를 가장 잘 아는 것이 국세청 조직 구성원들이다.

아마도 과거 국세청장들이 줄기차게 외쳐왔지만 오히려 더욱 단단해져 온 인사 관행에 대한 변화욕구가 임 국세청장의 희망사다리론 이라는 적절한 '물때'를 만나 '기대감'으로 치환되면서 사뭇 다른 크기의 주목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희망사다리', 탄생 배경은? = 희망사다리론 탄생 배경은 수십년간 이어지면서 고착화 되어버린 국세청 인사 관행 때문이다. 차관급 중앙부처인 국세청은 비고시 출신(7, 9급) 직원들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한 행정고시 출신들이 소위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해 왔다. 

특히 고위직 인사에서 비고시 출신들은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국세청 내부에 인사를 둘러싼 고시-비고시 갈등은 하나의 문화로 굳어져 버린 상황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각급 승진인사에서 본청과 지방청 소속 직원들이 우대되면서 일선 세무서는 말 그대로 '승진 불모지'로 취급받아 왔다. 자의 또는 타의로 일선 세무서에 배치되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승진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과를 내기 보다는 승진에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줄서기' 등 엉뚱한 경쟁을 하는 등 부작용의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간혹 일선 세무서에 배치된 후 스스로의 '동기'를 부정한 부분에서 찾는 경우도 발생해 국세청 조직 이미지를 망치기도 했다.

모두가 알면서도 제대로 고쳐 내지 못한 조직 내부의 폐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임 국세청장은 지난해 8월 국세청장 임명장을 받자 마자 희망사다리론을 제안, 변화를 예고했다.

□ '희망사다리', 어디에 놓였을까? = 임 국세청장은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한방'을 날렸다. 무려 26년만에 비고시 출신 차장(김봉래 현 국세청 차장)을 발탁한 것이다.

희망사다리론에 대한 기대감에 제대로 화답을 해 준 것이다. 이어 연말 고위직 인사에서 4명의 지방청장(중부·대전·광주·대구)을 모두 비고시 출신에서 뽑아 올리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차장을 포함해 지방청장급 7자리(1급 4자리 포함) 중 6자리가 비고시 출신으로 채워진 경우는 국세청 인사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고위직에서만 희망사다리론이 구현된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사무관 승진 인사에서는 일선 세무서 소속 승진자 비율이 크게 늘어났다. 구체적으로 2012년 24명(전체 승진자 중 23.5%), 2013년 40명(27.6%)이었던 일선 세무서 승진자 비율이 2014년 52명(32%)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한 지난해 11월 단행된 복수직 서기관 승진 인사에서는 그동안 전무했던 일선 세무서 소속 승진자가 발탁되는(당시 손순희 강남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김태근 동수원세무서 납세자보호담당관) '이벤트'가 가미되면서 화제를 불러 모았다.

올해 초에는 국세청 개청 이래 처음으로 첫 여성 부이사관 승진자(이창숙 전 국세청 전산운영관리담당관)가 배출됐다. 전산직 출신으로 부이사관으로 올라 선 첫 사례이기도 했다.  

비록 당사자의 명예퇴직 시한이 임박(6개월)한 시점에 이루어진 인사였지만 앞으로 닥쳐올 변화에 대한 신호탄의 성격이라는 중대한 의미가 부여됐다. 

□ 그 사다리는 정말 '희망'이었나 = 임 국세청장이 단행한 인사를 둘러싼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일련의 인사로 임 국세청장이 국세청 조직원들에게 '약속을 지키는 국세청장'이라는 우호적인 이미지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포장지는 화려하지만 실제 내용물은 따져보면 그다지 품질이 뛰어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지방청장급 고위직 인사의 경우 국세청의 인재풀 구성상 불가피했던 측면을 고려해 희망사다리 구현 여부를 냉정히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존재한다.

복수직 서기관의 경우도 세무서장으로 진출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퇴직 임박자들만 뽑아 올리면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평가와 함께 사무관 승진의 경우 예년에 비해 일선 세무서 소속 4~5명 정도를 더 승진시킨 부분이 과도하게 부풀려졌다는 평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희망사다리론이 '역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희망사다리의 의미를 단어가 가진 의미와 몇 번의 인사에서 드러난 몇 가지 상징성만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희망사다리론이 지향하고 있는 부분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복수직 서기관 및 사무관 승진 인사에서 일선 세무서 비율을 늘린 것은 숫자의 크기와 실제 내용을 떠나 '일선 세무서도 열심히 일하면 마땅한 보상이 주어지는 일터'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과 여부를 떠나 최근 단행된 세무서장급 인사에서 임 국세청장은 '행정고시 출신은 무조건 고위직으로 승진한다'는 '행시 우대주의'와 완전히 역행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즉 '임환수의 희망사다리론'은 오랜 기간 동안 숙성되어 고착화된 국세청 내부 인식을 깨뜨리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는 이야기다. 고시-비고시, 본·지방청-일선 세무서 등 미묘하게 갈려져 있는 집단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간극을 좁히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몇 가지 표면적 결과물만 가지고 이른 평가를 받기 보다는, 긴 시간을 갖고 국세청 역사를 통해 평가받아야 할 대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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