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후발적 경정청구 적용범위 함부로 제한 못해”
건설 시행사가 건축물을 분양하고 수입금액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한 뒤 계약자가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아 분양계약을 해제했다면 이미 납부한 법인세를 어떻게 돌려받을지가 문제다. 이 때 납세자 스스로 계약 해제일이 속한 사업연도에 사업소득을 차감하여 신고하지 않는 한 당초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경정청구하여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후발적 사유로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가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어 적용범위를 함부로 제한할 것이 아니다”고 판결하였다.
시행사는 아파트나 상가를 신축·분양하고, 계약자부터 분양대금을 받아 소득을 얻는다. 대부분의 분양계약은 계약자가 분양대금을 상당한 기간 동안 분납하도록 약정을 하는데, 실제로 수분양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더라도 분양회사는 법인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는 법인세법이 현실적으로 소득이 없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는 그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행사는 대금 수령과 무관하게 작업진행률에 따라 법인세를 납부하게 되는데. 그 후 계약자가가 약정을 위반하여 대금을 납부하지 않는 경우 곤란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 분양회사는 계약자가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 분양계약 해제라는 후발적 사유로 이미 납부한 법인세를 수정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기간과세 방식인 법인세는 납세의무 성립 후 다른 사업연도에서 후발적인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2가지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당초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수정하는 방법(후발적 경정청구 인정)과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법인세에 반영하는 방법(후발적 경정청구 부정)이 있다. 여기서 후발적 경정청구는 세금을 납부한 후 특별한 사정이 생기는 경우 처음부터 소득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법인세를 경정해달라는 청구를 말한다.
이 사건의 1심 판결에서는 계약 해제로 인한 소득금액의 변동은 해제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손익에 반영하여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회계처리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았다. 즉, 후발적 경정청구를 부정하는 입장이다. 이 경우 소득이 발생했던 사업연도에만 수익이 있고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결손이 발생하거나 폐업을 한 경우라면 납세자의 억울한 사정을 구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2심과 대법원 판결은 분양계약 후 작업진행률에 따라 분양수입금액 등을 계산하여 법인세를 신고·납부 한 후, 분양계약이 해제되었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된다고 보았다. 당초 신고·납부한 사업연도의 법인세를 바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법인세법에서 채택하고 있는 권리확정주의는 후발적인 사유에 따른 소득금액의 조정을 당연히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계약이 해제될 경우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고 해석하였다.
다만, “납세자 스스로 기업회계의 기준이나 관행에 따라 해제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될 수 없다”는 단서를 붙였다. 납세자의 권리 보호와 조세법률의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판결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14.3.13. 선고 2012두10611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