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간주모집도 공모처럼 증여세 부과 대상 안돼

대법원, 간주모집도 증권관련법 규제받아 공모와 동일 판단

주식의 공모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증권거래법상의 규제를 받는 간주모집 절차를 따랐다면  시가보다 저가로 신주를 취득해 이익을 얻었더라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50인 미만에 대하여 청약의 권유가 이루어진 경우라도 전매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증권거래법에 따른 규제를 받았다면 공모와 같이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저가로 유상증자가 이루어졌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 구 증권거래법상 모집에 따른 유상증자의 범위에는 전매가능성 기준을 충족하는 간주모집에 따라 이루어진 유상증자가 포함되므로, 여기서 얻은 이익에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세법은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배정받아 이익을 얻은 경우 증여로 보아 과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상장법인이 구 증권거래법에 따라 유가증권 모집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공모의 경우 공정성이 담보되었다고 보아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자본시장에서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신주를 발행할 때는 증권거래법의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공모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어느 정도의 할인발행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한 규정이다.

증권거래법은 50인 이상에게 유가증권 취득의 청약을 권유하는 것을 공모인 유가증권 모집으로 규정하여 유가증권의 발행 및 공시와 관련한 규제를 적용했다. 이 내용은 새롭게 대체된 현행 자본시장법에도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1차로 49인 이하를 대상으로 주식을 발행한 뒤 이들 주주들이 발행 주식을 전매하는 방법으로 유가증권 모집과 관련한 규제를 사실상 회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를 규제하기 위해 50인 미만을 대상으로 청약을 권유하는 경우에도 발행된 유가증권에 전매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유가증권 모집으로 보도록 1998년 관련 규정이 개정되었다. 이를 소위 ‘간주모집’ 이라고 한다.

대법원에서 ‘간주모집’을 통하여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 되었다. 과세관청은 ‘50인 이상에 대한 청약의 권유가 있었던 경우’만 본래 의미인 증권거래법상 유가증권 모집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이에 따라 50인 미만에게 청약을 권유한 간주모집을 통하여 시가보다 저가로 신주를 취득한 주주들에게 일제히 증여세를 과세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간주모집도 증권거래법의 문언과 체계상 유가증권 모집의 하나로 볼 수 있으므로, 이들 주주들에 대한 증여세 과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간주모집도 신주의 발행절차 및 발행가액 등과 관련하여 관련 법령에서 정한 각종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공모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세법은 증여세 비과세 요건을 ‘증권거래법상 모집’이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어떠한 모집이 여기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해석 문제는 전적으로 증권거래법에 맡겨두고 있다고 할 것이다. 구 증권거래법이 전매가능성이 있는 경우 ‘모집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세법에서 다르게 정하지 않는 한 간주모집에는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엄격해석의 원칙에 부합할 것이다.

간주모집에는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취지의 하급심 판결이 2008년 이후 계속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이제라도 대법원에서 올바른 판단이 나온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2두2571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