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살인미수 사건 기억법… '살인의 추억'과 '오래된 미래'

청산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백범 김구 암살과 장면 암살미수 사건 판박이

영화 제목이 하필 '살인의 추억'일까. 아니 도대체 살인을 '추억'할 수 있을까?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감독이 제목을 이렇게 작명한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살인을 추억하는 단 한 사람, 범죄자의 관점에서 기억이 아닌, 추억이라는 작명을 가져옴으로써 그를 역사적인 공간에서 여전히 피의자로, 시효가 끝나지 않은 범죄인으로 소환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리하여 영화의 마지막 앵글이 시골 형사역의 배우 송강호가 과거 살인사건 신고가 들어왔던 농수로를 다시 찾아 한참이나 들여다 본 후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는, 그리하여 한편으로는 관객에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어딘가 숨어있을 연쇄살인범을 향해 지켜보고 있다는 섬뜩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지는 않았을까.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살인미수(?) 사건은 백주대낮의 테러 행위로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고있다. 사인을 부탁하며 지지자인냥 다가와 갑작스럽게 온몸을 날려 날카로운 칼로 목을 찌르는 모습, 이내 쓰러지면 지혈을 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전해졌다.

며칠이 지나면서 과거에도 간간이 일어났던 정치인들에 대한 테러의 역사가 겹쳐 떠오른 것은 비단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백범 김구의 테러범 안두희는 내내 범행을 부인하다가 43만에야 실토했다. 그리고 그 배후에 이승만의 심복인 특무대장 김창룡의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이승만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특히 김구 선생이 안두희에게 암살될 때 배후로 지목된 김창룡은 육군본부 정보국의 방첩대장을 맡고 있었는데, 체포된 안두희에게 여러 편의를 보아준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김창룡이 김구 암살의 배후일 뿐 아니라 역시 김구 암살과 관련이 있던 채병덕, 장은산, 신성모의 입을 막기 위하여 이들의 죽음에도 개입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백범 암살 이후 1956년 대선 정국에서도 이승만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던, 장면 총리에 대한 암살 시도가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장면 총리를 발탁해 정계에 입문시킨 사람은 이승만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이후 정치적인 행보가 갈리면서 둘은 정적이 됐고, 결국 이승만의 정치적 양자인 이기붕의 사주 아래 장면 총리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는 게 상당수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장면 총리의 암살미수 사건(장면 총리는 손등에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은 당시 범행을 일으킨 김상붕이 현장에서 "유석 조병옥 박사 만세"를 외치며, 민주당 구파인 장면 총리를 민주당 신파인 조병옥 박사측에서 살인하려 했다는 구도를 연출하려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배후가 밝혀졌다.

김상붕의 윗선으로 최훈이라는 사람이 총을 구입해줬는데, 최훈은 당시 빚에 허덕이며 돈으로 쉽게 매수된 민주당 지지자로 알려졌다.

최훈의 윗선으로는 성동경찰서 사찰주임인 이덕신이 있었고, 그 윗선에 서울시경 사찰과장 오충원, 그 윗선에 중앙사찰분실장 박사일, 그 윗선에 치안국 과장 장영복, 그 윗선에 치안국장 김종원, 그 윗선에 내무부 장관 이익흥, 그 윗선으로 제9대 서울시장 임흥순, 그 윗선에 이기붕 부통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처 : 유튜브 방송 매불쇼, 역사학자 배기성)

그러나 이들에 대한 처분은 경징계로 끝났고,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권력을 잡고 있던 이승만 대통령의 측근들이 윗선 지시자들이었다는 점에서 역시 제대로 된 역사 청산이 아쉬운 대목이다.

역사학자 배기성씨는 위 유튜브 방송에서 이재명 대표의 살인미수 사건을 보면서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며 장면 총리에 대한 살인미수 사건이 놀랍도록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청산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는 것일까.

경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 1월 2일 벌어진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는 살해 의도를 갖고 벌인 끔직한 살인미수 사건이다. 피의자 김씨(67세)는 스스로 살해 의도가 있음을 밝혔으며, 당일 일부 유튜브 방송에 비춰진 사건 직전 김씨의 행동에서는 예행 연습을 하듯 종이를 들고 팔을 쭉 뻗어 찌르는 동작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와 헤럴드경제 등 일부 언론에서 김씨가 사건 발생 하루 전날(1월 1일) 묶었던 곳(A모텔)으로 지목(또는 추정)된 CCTV속 숙박업소는 실제 김씨가 방문하기는 했지만, 숙박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건물에는 숙박업소 뿐 아니라, 식당과 노래방, 카페 등의 상가가 함께 영업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휴일이었던 지난 1일에는 다른 곳은 영업을 하지 않았고, 4층 식당과 5층 A모텔만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1층 카페의 경우 사장이 잠깐 나왔다가 곧바로 문을 닫고 들어갔다는 게 뉴탐사의 전화 취재 결과다.

인터넷 매체인 뉴탐사는 8일 보도를 통해 조선일보 등에서 김씨가 1일 숙박한 곳으로 보도한 A모텔에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결과 김씨는 그곳에서 숙박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김 씨가 A모텔이 있는 건물에 방문한 것은 숙박 목적이 아닌 다른 사람과의 약속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사람은 왜? 무슨 목적으로 만났을까? 하는 점이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의문점으로 보인다.

뉴탐사는 김씨의 1일 숙박장소는 A모텔에서 차로 약 8분 떨어진 M모텔이라고 보도했다. 김 씨가 그날 밤 8시경 A모텔 앞에서 모범택시를 잡고 떠나는 장면이 또 다른 CCTV 화면에 잡혔다.

또 뉴탐사측에서 A업체와 M모텔에 확인한 결과 경찰은 A모텔은 탐문 수사를 하지 않았고, M모텔에 대해서만 탐문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사건을 담당한 부산경찰은 부산 지역 언론 브리핑에서 숙박 장소를 M모텔이라고 특정했지만, 기존의 잘못된 보도(A모텔에서 숙박했다는)에 대해서는 바로잡지 않고 넘어갔다고 뉴탐사측은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9일 피의자 김 씨에 대해 당적 비공개 결정에 이어 신상에 대해서도 비공개 하기로 결정했다.

과거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사건이나, 장면 총리의 사례에서 보듯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살인미수 사건 역시 범행의 동기나, 배후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미제 사건으로 남을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실이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영화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장면처럼 누군가는 이 사건의 추이를 주의깊게 따라가야 한다.

언론과 정당과 시민사회와 일선 경찰과 주변의 수많은 목격자와 혹시 있을지 모를 공범자의 양심선언까지 다시는 이런 불행한 장면이 반복되지 않도록 명백한 책임자 처벌과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가 불행히도 반복되는 사례를 종종 접하곤 한다.

문화생태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선생의 '오래된 미래'는 과거에서부터 쭉 이어온 가난한 서부 히말라야 고원 '라다크'의 시골 공동체가 서구식 개발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역설적인 책 제목(오래된 미래)으로 보여주는 문화생태학 보고서다.

이재명 살인미수 사건 역시 마찬가지로 역설적으로 언제일지 모르는 미래에 기억해 떠올려 봐야할 '오래된 미래'일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이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는 당대인 또는 동료시민들에게 흩어진 진실의 편린들을 묶어 오래도록 기억하고, 교훈을 찾아가는 기억의 보고서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