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시행령 정치'의 위험성… '소크라테스 독배'의 교훈

소크라테스를 위한 변명…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동훈의 시행령 정치…결국 입법권과 대립, 행정 유연성 저해로 국민 피해

과거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하며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셨다는 이야기는 잘못된 사실이라는 게 요즘 학문적 평가다.

지난 2002년 우리 교과서에서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부분이 없어졌는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점을 들어 초, 중, 고등학교 교과서 수정을 권고했고 교육부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악법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법' 규범이라는 고압적인 교훈으로 불편함을 주던 위 경구가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왜 그렇게 횡행했을까?

돌이켜보면 '악법'은 위헌법률심판을 통해 규범적 기능을 상실하고, 새로운 법을 제정(개정)해 악법 상황을 실효성 있는 법률로 고쳐나가는 것이 법치주의 원리에 부합할 것이다.

생활이 변화하면 그에 맞춰 규범 역시 변화하기 마련이다. 더디지만 법률 개정을 통해, 더러는 헌법 제·개정을 통해 이런 사회 변화를 반영해 가면서 민주주의 국가의 운영원리로서 법치주의 국가가 안정성을 찾아가는 게 현대 국가의 특징적 국가운영 원리이다. 변동성 있는 민주주의, 안정성 있는 법치주의가 두 수레바퀴로 굴러가는 것이다.

최근 한동훈 장관의 시행령 정치가 다시 논란이다.

과거 소위 '검수완박법'으로 일컬어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시행령으로 수사 범위를 조정하려던 꼼수에 이어 이번에는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고 검찰권한을 확대하려는 시행령 개정안(수사준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한 장관은 이에 대해 "수사준칙은 민생준칙"이라며 "이번 개정은 서민 생활과 직결된 대다수 민생사건 수사가 조금이라도 더 빨라지는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드릴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보장해드릴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장관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을까?

경찰 출신 권은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장관의 이런 설명에 대해 " 과중한 민원에 짓눌린 수사경찰과 무고한 신고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녀야 하는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검찰권한을 유지하려는 번지르르하고 겉멋든 말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과거 청구인적격조차 없어 각하된 권한쟁의심판 청구(2022헌라4, 법무부장관 등과 국회 간의 권한쟁의, 검사의 수사권 축소 등에 관한 권한쟁의 사건) 사건에 대해서도 헌재의 결정에 토를 달던 한 장관이었다.

당시 헌재의 각하 결정에 대해 한 장관의 말을 다시 옮겨보면 "장관과 검사의 권한을 확인하기 위해서 그 청구를 했던 것이 아니에요. 뭐냐하면 위법하고 위헌적인 입법이 있었는지 절차와 내용 위법의 문제인데 내용에 대해서는 아예 각하해서 판단하지 않았고, 절차에 대해선 입법이 위헌이고 위법이지만 유효하다는 이상한 결론이 나온 거죠"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헌재의 판결문을 통해 확인해보면 '검찰의 수사권이 헌법적 권한이 아닌 법률적 권한에 불과'하고, 따라서 '국회에서 입법적으로 얼마든지 검사의 수사권 조정이 가능하므로 위헌법률이 아니며, 법무부장관은 이런 국회의 법률에 대해 권한쟁의심판의 청구인적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법무부가 시행령(수사준칙 개정안)을 통해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고 검찰의 수사종결권을 넓히려는 시도 역시 과거 법률로 정한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하위 규범인 시행령을 통해 형해화를 시도한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겉으로는 서민 생활과 민생사건 수사를 앞세우고 있지만, 그 본질은 검찰권한을 어떻게든 유지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시도가 올바르지 못함은 법률가 출신의 한 장관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우리 헌법 체계상 상위 규범을 벗어난 하위 규범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심판' 제도를 통해 규율되고 있다.

법무부의 이번 시행령은 과연 경찰의 (제한적) 수사종결권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과 조화될 수 있을까?

법 체계상 헌법과 법률의 아래에 위치한 시행령은 말 그대로 법률의 위임범위를 넘어서는 안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법률 유보의 원칙)

다만 법률의 특성인 일반성, 추상성 때문에 구체적인 개별 사안(사례)에 있어서 시행령을 통해 행정의 재량을 발휘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역시 법률과 헌법의 의미를 넘어서는 안되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 법률의 체계 조화적 해석이다. (법률 우위의 원칙)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하거나, 국회의 입법 사항을 침해한다면 위헌, 위법의 문제가 발생하고, 시행령은 악법을 넘어 위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헌재도 지난 번 한 장관의 권한쟁의심판 청구에 대해 국회의 손을 들어주면서, 시행령으로 검수완박법을 무력화하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 바 있다.

최근 법무부가 수사준칙을 개정해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축소하고, 검찰권한을 확대하려는 시도 역시 법률의 취지에 반할 소지가 커 보인다.

한편 시행령으로 법률을 무력화 시키는 행위가 반복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지적돼야 한다.

왜냐하면 시행령의 경우 법률의 범위 내에서 다양한 재량을 발휘해야 하는 행정 영역이 많은데, 오히려 국회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면 상황에 맞는 신속한 대처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행정 공백이 생겨 오히려 재난 상황이라든지 현장에서의 긴급한 판단이 필요한 때에 '복지부동' 행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시행령을 통한 법률의 형해화가 귀결되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부당과 위법의 어디쯤이 아닐까.

그 해결을 위한 국회의 통제가 강화되면 행정의 유연성과 재량은 줄어들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 긴급성이 필요한 행정이 '복지부동'으로 얼어붙는다면 그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위한 변명'으로 한 장관의 시행령 정치의 위험성을 지적해 둔다.

"악법은 법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