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태규 전 오카사 총영사, "일 우경화 작업 더 강하고 빨라져, 교과서 왜곡 심화될 것"
일 문부성, 초등교과서 '독도는 고유영토', 강제징용 등에서 '강제성' 희석
'정상회담' 퍼부기, '강제징용 제3자 변제안'… 日에 '브레이크 잡지 않겠다는 신호" 의미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일본 총리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 [사진=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지난 3월 6일 '강제징용 해법'으로 내놓은 제3자 변제안과 이후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에서의 양보가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대해 사실상 브레이크를 잡지 않겠다는 신호의 의미로 읽혔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태규 전 오사카 총영사는 2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은 차근차근 진행돼 왔다"고 전제하면서 "과거 1982년도에 일본 검정교과서에서 '침략'을 '진출'로 표현하고, 한국 식민지 지배를 미화하면서 한국이 강력히 항의했고, 이후 '근린제국조항'을 만들어 주변국의 견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오 전 총영사는 이어 "그런데 이런 근린제국조항이 쭉 반영되다가 결국 아베 정권이 들어서면서 정부의 통일된 견해를 교과서에 반영시켜야 된다는 2014년 각의결정 이후 근린조항이 없어지고, 일본의 우익적인 역사관이 교과서에 강화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006년 아베 1차 정권 때 교육기본법이 제정됐다며 가장 중요한 항목이 애국심과 애향심을 고취해 건전한 일본인을 육성한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과거 침략을 전혀 가르치지 않고, 일본이 아주 좋은 일을 했다는 것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자긍심을 고취하는 일본인을 만들겠다"는 취지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오 전 총영사는 이런 배경으로 이런 역사 교과서를 배운 학생들은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배한 역사, 아시아를 침략한 역사를 모르게 되고, 따라서 한일 간 역사인식은 더 벌어져 평화적인 분위기는 더욱 멀어지는 젊은 세대가 육성된다고 보면 된다며 일본의 일련의 역사 왜곡 과정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일본 학생들 상당수가 이런 역사에 대해 모르고, 한국이 당한 고통과 피해를 배울 기회 자체가 없어 일본 침략의 역사에 대해 거의 무지하다고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진행자의 '일본의 우경화(역사 왜곡)을 제어할 힘이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오 전 총영사는 "첫 번째 일본 내부에서 그런 문제에 대해 반성하는 흐름이 있을 수 있고, 그 다음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나 중국 등 피해를 직접 당한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일본이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잘못된 역과관, 왜곡에 대해 강하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일본의 이런 흐름을 억제하는 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82년도에 그런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항의해 한국에서 독립기념관을 만든 계기가 됐다고 상기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지난 2014년 각의결정으로 근린제국조항도 무력화되고, 우익 세력들이 내각을 장악하면서 교과서 왜곡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 전 총영사는 특히 "최근 한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게 강제징용 피해자 해법이었는데, 그 갈등의 뿌리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불법이었다는 한국 쪽과 합법이었다는 일본 쪽의 시각 차의 대립"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해법이라고 우리 정부가 내놓은 것들은 결국 일본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한국 정부의 태도에서 일본은 자신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판단하고, (한국 정부가) 과거사에 대해서 더 이상 크게 문제 삼지 않겠구나라고 볼 수 있는 충분한 신호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를 비롯한 우경화 작업이 더욱 강하고, 빨리 전개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한다"고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오 전 총영사는 "(한일 정상회담이) 우리가 일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에 대한 강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을 스스로 풀어놓는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아랍 속담에 '개가 짖어도 마차는 달린다'는 말이 있는데, 일본은 아무리 옆에서 뭐라 해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자세를 확고하게 보여준 것이 이번 일본 교과서 검정 결과가 아닌가 평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히 약화됐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남은 것은 우리 시민사회 쪽에서 어떻게 목소리를 더 높여 대응하느냐가 가장 큰 부분"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