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려는 나눔 활동이 활발하다. 도심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사랑의 온도탑’ 온도는 코로나19의 어려운 여건에도 쑥쑥 올라가고 있다.
이런 중에 전국 지자체의 기부받기 경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0만 원을 기부하면 10만 원 세금공제와 3만 원의 지역 특산품 그리고 고향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 효과의 고향사랑기부제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기 때문이다.
1. 지방재정 확충을 위한 또 하나의 묘책
1960년대 이후 우리 국토계획의 목표는 수도권 과밀해소와 국토균형발전이었다.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1977년 이호철의 소설 제목이 그 절실함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면서 수도권 과밀화와 지역 황폐화 그리고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 심화는 심각한 국가적 문제가 됐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 2021년 9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이하 ‘고향사랑기부금법’ 또는 ‘고향세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고 시행이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고향세가 도입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문재인 대선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되고 이어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다. 나는 ‘더문캠’비상경제대책단장으로 있을 때 지방자치단체 간 재정 격차를 완화하여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이 제도를 대선후보 공약에 포함시켰다.
물론 그전에도 고향세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2007년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최초로 제안했고, 2010년에는 한나라당에서도 주민세의 최대 30%를 고향 등에 납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들 제안은 기부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거주지 지자체에서 부담토록 해(2008년에 도입된 일본의 고향납세제도 벤치마킹) 수도권 등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예를 들면 서울에 사는 사람이 전남에 기부할 경우 서울시의 지방세 수입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액공제 혜택의 90% 이상을 국가 세금에서 부담하도록 설계하여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2. 10만 원 기부하면 13만 원 돌려받고 고향 발전에 기여 ‘일석삼조’
고향사랑기부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내년부터 모든 국민(법인은 불가)이 자신의 주소지 이외의 지자체에 500만 원까지 기부가 가능하다. 예시>수원시민은 경기도와 수원시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 가능
② 기부금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금에서 공제받고, 10만 원 초과분은 16.5%를 공제받는다. 공제액은 국가(소득세)에서 91%, 거주 지역 지자체(지방소득세)에서 9% 부담한다. 예시>10만 원 기부시 세액공제 10만 원. 100만 원 기부시 세액공제 24만8500원
③ 기부를 받은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한다. 예시>10만 원 기부자에게 답례품 3만 원어치, 100만 원 기부자에게 답례품 30만 원어치 제공 가능
④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기부금을 활용하여 주민복리 증진, 지역 문화 사업, 산업 활성화 등 지역 발전에 사용할 수 있다. 개인의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이 확충되고 지역 간 재정격차가 완화됨은 물론 지역 특산품 등이 답례품으로 제공되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내년부터 고향이나 지역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답례품(1년에 10만 원 기부하면 13만 원, 100만 원 기부하면 548천 원=세액공제248.5천 원+답례품300천 원)을 받으면서 고향 발전에 도움을 준다는 자긍심까지 갖게 되고, 지자체는 재정이 확충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 지자체에 떨어진 특명 “기부자의 마음을 움직여라”
일찍이 이 제도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도입 첫해인 2008년 기부금이 86 5억원에 불과했으나 지역 특산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등 국가와 지자체의 노력에 힘입어 2021년에는 8 조여 원으로 약 92배가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고향사랑기부는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자체가 아니라면 고향과 상관없이 전국 지자체 어디에나 기부할 수 있다. 따라서 기부금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최근 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6%가 답례품을 보고 기부 지자체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그런 만큼 지자체들은 매력적인 답례품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은 쌀, 과일, 발효식품, 축산품, 공예품 등 지역 특산물이나 지역상품권과 공공시설 이용권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외에도 산소 벌초, 지역 문화공연 초청권, 지역 농가들을 이용한 숙박 이벤트, 한 달 살이 지원 등 특색 있는 답례품 발굴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2021년) : 가장 이용이 많았던 답례품은 육류였고 해산물, 잡화 일용품, 과일류 순. 과거에는 여행권도 인기가 있었으나 코로나19영향으로 휴지 등 소모품, 조리용품, 캠핑 용품 등의 수요가 증가.
또한 지자체들이 기부받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보고 기부를 결정하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기부자가 정하는 용도에 사용하는 것도 기부를 촉진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4. 국가·지자체·국민들의 적극적 참여가 고향세 성공여부 결정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지자체들이 도입 취지와 혜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행이 불과 20여 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제도를 잘 모르고 있다. 현행 고향세법이 과도한 유치 경쟁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홍보나 모금 방식 등에 많은 규제를 하고 있는데 앞으로 시행 추이를 보아가면서 완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종합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을 운영한다. 전국 243개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답례품을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고, 기부금 납부 방법, 답례품 선택과 배송, 국세청과 연계해 자동 세액공제 처리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고향세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과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병존한다. 나는 전자 입장이다. 기부금 모금 규모가 곧 선출직 지자체장의 역량 평가와 직결될 터라 지자체장들이 앞장서서 경쟁적으로 노력할 것이며, 또 하나는 우리 국민들의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상부상조의 정신이 어려움에 처해있는 지역에 대한 기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앞으로 고향사랑 기부금 내고 지역 특산품 받는 일이 우리 사회의 또 하나의 문화이자 재미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큰 물길을 만들 듯, 우리 국민들의 즐거운 기부 생활이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