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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무관심 속…'세무사 등록전쟁', 업계 대혼란

  • 보도 : 2020.02.04 11:09
  • 수정 : 2020.02.04 11:09

개정시한 넘긴 세무사법…세무대리 등록절차 '중단'
법사위 법안 계류 中 '2월 임시국회' 처리 여부 불투명
조세전문가들 "입법공백에 납세자 혼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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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노력 끝에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한 청년은 입법공백으로 세무사 개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좌절했다. 반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들은 세무사 등록 장벽이 무너졌다며 세무업계 진출을 노리고 있다.

# 지난해 제56회 세무사 시험에 합격 후 일찌감치 세무사무소 개업을 준비해온 한 새내기 세무사는 올해(1월2일)부터 세무사 등록부에 등록 할 수 없다는 청천병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수년 동안 밤잠을 쪼개가며 공부해 세무사자격증을 따냈지만 '입법공백' 사태 여파로 세무사로서 활동할 수 없게 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어야 할 처지가 됐다.

경자년이 시작된 지 1달이 훌쩍 지난 지금도 세무대리 업계 분위기는 뒤숭숭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까지 세무법인 등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사무소 개업을 하려던 세무사들의 등록길이 막힌 데다 세무사 자격을 갖춘 변호사(2004년∼2017년, 1만8000여명)들의 대규모 유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한국세무사회와 세무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월2일 이후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세무사 등록절차가 중단됐다. 헌법재판소에서 세무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법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관련 조항이 효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공수처법과 선거법 개정안 처리 등 여야 패스트트랙 정국에 세무사법 개정이 밀려나면서 생긴 공백으로 등록이 제한되는 상황까지 이른 것이다.

현행 세무사법(제6조 : 등록규정)에는 세무사 시험 등에 합격해 자격증이 있더라도 세무대리등록부에 등록을 해야만 관련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회의 '무관심'… 세무사법 개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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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들의 세무대리를 허용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계류되어 있다. 사진은 불이 꺼져 있는 법사위 회의실 앞 복도 모습. (사진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8년 4월 2004년~2017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자에게 세무대리업무등록을 제한한 세무사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 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제시한 개정 시한은 지난해 말(2019년 12월31일)까지였다.
 
국회가 처음부터 세무사법 개정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변호사들에게 세무대리영역을 일정 부분 개방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차가 크지 않았지만 장부작성대리(기장) 등 업무 허용범위를 놓고선 시각차가 뚜렷했다.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기획재정부는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영역을 허용하되, 회계지식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장부작성 대리·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한 개정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업무를 제한한 부분을 두고 위헌이라는 주장을 펼치면서 제동이 걸렸고, 이후 국무조정실의 조율을 거쳐 '세무교육'을 전제로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개정안을 냈다.

국회에서는 장부작성대행(기장대리)과 성실신고 확인 업무를 제외하는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이 발의됐다. 곧이어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전면 허용'을 골자로 하는 같은 당 이철희 의원 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법 개정은 안개 속에 빠졌다.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수 차례 논의 끝에 '기장대리'와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제한하는 내용(김정우 의원안)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 기장대리 업무 등은 회계 관련 지식이 요구되는 만큼 변호사 업무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데 여야 의원 간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본회의 표결 전 법의 자구·체계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논의를 기다렸지만 번번이 안건에서 제외되면서 개정 시한을 놓치게 됐다.

지난 3일 여야 교섭단체는 2월 임시국회를 열어 검역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하기로 최종 합의한 상황.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22일 세무사법을 포함한 민생법안을 조속히 처리하자고 제안한 지 2주 만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2월 임시국회 개회를 합의했지만 총선준비와 정부의 신종 코로나 대책 등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면 세무사법 등 처리는 또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극적 반전이 없다면, 세무사법 개정안은 제20대 국회임기 종료(5월 29일)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세무대리 뛰어든 율사들… 변협 "1000여명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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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12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무사법 개악안 반대' 궐기대회를 열고 헌법불합치 결정에 반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가 세무사법 개정안을 개정시한까지 처리하지 않자 변호사 업계는 '세무사 등록 카드'를 꺼내들며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 이하 대한변협)는 지난 21일 288명의 변호사들에 신청을 받아 세무대리 등록부 신청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1000여명에 가까운 세무변호사회 구성원들을 포함한 다수가 개별 등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변협은 세무사 등록을 희망하는 인원이 많아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신청 기간을 연장, 2차 대행 신청서를 접수받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세무사법 규정이 실효된 이후 헌재 결정 취지로 볼 때 세무사 등록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졌지만 국세청 홈택스 코드를 부여받기 위해 등록 신청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세무대리 등록을 관할하는 국세청은 세무사 등록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 조항이 실효가 됐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의 입장에 따라 처리할 문제라는 것이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이미 포화인데…" 절로 한숨 나오는 세무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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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역 앞 광장에서 진행된 '세무사법 개정안 철회 궐기대회'에 참석한 세무사들이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전면 허용하는 개정안에 반대 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세무대리인 등록과 관련한 세무사법의 입법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세무사들의 걱정은 날로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세무사법이 계속해서 발목이 묶인다면 정상적인 세무대리 활동에도 제동이 걸릴 뿐만 아니라 이미 포화상태인 세무대리 시장에 변호사들의 대거유입은 명약관화이기 때문이다.

세무사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단체인 한국세무사회(회장 원경희)는 당장 3월 법인세 신고와 5월 종합소득세 신고부터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등록 조항이 무효가 됨에 따라 이미 활동 중인 세무사들이 첨부한 장부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법인세법과 소득세법에 따르면 세무사를 통한 세금 신고과정에서 세무대리인이 작성한 세무조정계산서를 첨부해야만 적법한 신고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등록회원들의 업무 추진과 타 자격사 단체의 업역침해가 없도록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세무사회 관계자는 "당장 2월에라도 세무사의 세무전문성을 고려해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대로 기획재정위원회가 의결한 세무사법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하루빨리 의결해 국회 본회의에 상정시켜 법을 통과시켜야한다"고 말했다.

"세무사법 입법공백에 혼란은 납세자 몫?"

세무사법 개정안이 제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 등록규정(제6조)이 무효가 되므로, 세무사 자격이 있다면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세무대리 수행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다수설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입법조사처는 현 상황에서 세무사자격이 있는 변호사들이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세무대리를 위한 소관 행정기관의 세무사등록거부처분 또는 세무대리 승인거부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도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는 세무사 등록 없이 세무대리 업무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대한변협도 이 같은 근거를 앞세워 변호사들의 등록을 권하고 처분에 따라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대리 등록 소관 행정기관인 기획재정부는 법률효과 및 세무대리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관련부처와 협의해 결정할 사항으로 아직까지 검토 중에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있다.

한국세무사회는 법 해석에 따라 기존에 활동 중인 세무사들마저 세무사 등록이 무효화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입법공백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납세자 몫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세무사법이 '민생법안'으로 취급되는 이유이기도하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국세기본법에 모든 납세자는 세금 신고 시 세무대리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입법공백이 길어져 법적 불안전성을 방치하는 것은 납세자 권익의 상당한 침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국회는 조속히 관련법을 개정해야한다"고 말했다.

세무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결정한 헌법재판소 역시 입법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무사들과 변호사들의 이해관계를 넘어 납세자들의 혼란을 막아야 할 국회는 아직도 법 개정을 주저하고 있다.

여야 교섭단체 원내수석부대표가 합의한 2월 임시국회가 열려 세무사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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