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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성역을 침범하다…'금융거래정보' 탐내는 국세청, 왜?

  • 보도 : 2020.02.03 08:29
  • 수정 : 2020.02.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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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지난 2013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정보를 세무조사 등 행정에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한지 6년만에 보다 광범위한 금융정보 획득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갈 수록 커지는 재정지출 확대와 세수부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휘발성이 높은 이 사안을 수면 위로 부각시켜 여론을 몰아보자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개인의 금융거래정보는 지극히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 국세청이 이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세무행정에 활용하겠다는 것은 탈세차단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허용되기 힘든 중대한 사안이다. 

개인정보 보호에 배치되고 자칫 잘못할 경우 납세자 권익 침해 등 논란 소지를 잔뜩 안고 있는 문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열린 국세행정포럼에서 금융실명법을 개정해 금융기관에서 직접 제공받은 금융거래정보를 '세무조사 선정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관련 내용의 발제는 학계(박명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맡았지만 그동안 국세청이 국세행정포럼을 통해 국세청이 필요한 사안들을 이슈화 시켜 여론조성의 장으로 활용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학계 차원의 논의로 치부할 수 없다.

김현준 국세청장도 국세행정포럼에 참석 인사말을 통해 "금융정보의 과세 활용도 제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실한 과제"라고 장단을 맞췄다. 이는 금융거래정보의 세무행정 활용 확대가 국세청이 절실하게 바라는 염원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은 셈이다.   

2013년 데자뷰… '판도라의 상자' 앞에 선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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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금융거래정보 활용 확대를 주장하는 속내를 들여다보려면 먼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FIU에서 생산한 정보를 통상 'FIU 정보'라고 부르는데,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보고받은 자료를 자체 분석 의미있는 정보로 만들어 국세청에 넘겨준다.

FIU 정보는 크게 고액현금거래(CTR)과 의심거래(STR)로 나뉘는데, 기존에는 금융기관에서 2000만원 이상(2019년 7월부터 1000만원)의 거래가 발생되면 금융기관은 FIU에 CTR 보고를 한다.

STR 정보는 주로 범죄자금 은닉, 테러자금, 자금세탁 등의 범죄와 관련된 것으로 금융기관 직원이 주관적으로 판단해 의심이 되는 거래라면 FIU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FIU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STR 정보를 자체분석해 정보분석심의위원회를 거쳐 탈세 혐의가 의심되는 부분들만 추려 국세청에 제공해왔고 국세청은 처리결과를 FIU에 회신해 주는 방식으로 금융정보 활용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세청은 CTR 정보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분위기는 복지재원 마련이 대선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었고, 정권을 잡은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복지재원 마련의 핵심 테마로 선택했다. 

실제 당시 큰 규모의 세수결손이 전망되던 시기라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2012년 3000억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0조9000억원 등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커녕 세수부족에 시달렸다. 

당시 마련된 방안 중 하나가 국세청이 STR 정보 뿐만 아니라 CTR 정보를 제공받고, 이에 더해 탈세 혐의 확인에만 제한적으로 FIU 정보를 활용할 것이 아니라 세무조사 및 세금추징, 체납징수 등 전방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국회에서 극심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부와 여당이 강공 드라이브가 성공하면서 여야는 국세청이 CTR 정보를 활용하는 대신 정보 활용 사실을 당사자인 개인에게 통보해주는 것으로 협의점을 찾았고 FIU법 개정안은 2013년 11월 국회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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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이후 FIU 정보를 세무조사에 활용한 실적을 살펴보면 2014년 1만254건·부과세액 2조3518억원, 2015년 1만1956건·2조3647억원, 2016년 1만3802건·2조5346억원, 2017년 1만2391건·2조3918억원, 2018년 1만4514건·2조4635억원으로 큰 편차가 없다.

FIU 정보를 체납업무에 활용한 실적은 2014년 체납자 2175명·현금징수 2112억원, 2015년 2428명·3244억원, 2016년 4271명·5192억원, 2017년 7148명·6670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어나다가 2018년 5035억원으로 감소했다.

2017년 기준 FIU가 생산한 정보 중 STR은 51만9908건, CTR은 958만4381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세청이 세무행정에 활용한 정보의 건수는 굉장히 미미한 수준이다. 막상 확인해보면 '헛방' 정보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부분을 고려해도 수치상 적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물론 FIU 정보를 세무조사에 활용해 매년 2조원 이상의 세수실적을 내는 것은 분명 유의미한 결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매년 유사한 수준의 세수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여러 측면의 해석을 가능케 하는 부분이다.   

즉 CTR과 STR 정보를 모두 합쳐 연간 1000만건 안팎인 FIU 정보를 국세청이 모두 손에 넣는다 한들, 일정 기간 이상의 시간과 전담 인력들이 소모되는 확인절차(세무조사)가 동반된다는 측면에서 국세청의 '소화력'이 한계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쉽게 말해 FIU 정보 활용 건수가 매년 1만건 수준에 머무른다는 것 자체가 국세청이 현재의 인력과 시스템으로 최대한 소화할 수 있는 정보량이 이 정도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세청이 FIU 정보를 이용해 현재 보다 2배, 3배 이상의 실적을 낸다면 이미 가질 것은 다 가지고 있는 국세청에 또 다른 금융거래정보 활용 권한을 쥐어주는 문제에 대한 반발심리가 더욱 커져, 입도 뻥긋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금융거래정보 활용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 등 쟁점들을 압도할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 체제의 수치적인 한계를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즉 현재 국세청이 내고 있는 FIU 정보 활용을 통한 실적은 고도의 '관리'가 가미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 체제보다 더 고차원적인 수단만 쥐어준다면 개인정보 보호 등 논란 소지에도 불구하고 탈세 차단과 세수확보, 이 두개의 가치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이 정립한 제도 개편의 논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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