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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지겠다"던 자세에서 한발 물러난 이동걸 산은 회장

  • 보도 : 2019.10.28 09:24
  • 수정 : 2019.10.28 09:24

이 회장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을 승인받는 주체는 현대중공업"
민변·참여연대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 입증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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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금융감독원 제공

KDB산업은행의 자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책임지겠다”고 호언했던 이동걸 회장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이 불투명한 국면을 맞게 되자 한걸음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인수합병을 승인받는 주체는 현대중공업”이라며 한국조선해양 측에 인수합병의 책임을 넘기려는듯한 답변을 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9월 11일 취임식에서 “뜻을 정하고 노력하면 하늘을 이길 수 있다”면서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만 감안해야 한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하며 구조조정의 책임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1월 31일 현대중공업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55.72%(5973만8211주)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넘겨줬다.

산업은행은 반대급부로 현금 대신에 한국조선해양의 보통주 지분 약 7.9%와 전환상환우선주 911만8231주를 받기로 해 그동안 7조~12조원의 세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헐값으로 넘겼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월 31일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 되면서 설립된 지주회사다. 한국조선해양은 인적분할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과다한 부채를 떠넘기고 지주회사는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합병 과정에서 외부 기관에 사업타당성 용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대우조선해양 합병은 산은 내부에서만 검토했다”며 “대우조선해양 합병 사업타당성 용역 없었다”고 공식 밝혔다.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대우조선해양 합병을 위해 EU(유럽연합) 등에 사전협의 없이 허가를 냈나'고 추궁했고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이 승인 절차를 밟고 있고 합병 절차에 대해 입장을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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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여전히 오리무중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은 한국을 비롯해 EU, 중국,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일본 등 세계 6개국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더구나 국내에서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마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인수합병)와 관련한 의견서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하며 반대의견을 표명하고 나섰다.

지난 7월부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나선 일본이 쉽사리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을 문제 삼으며 “한국 조선업을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이토 다모쓰 일본조선공업회 회장도 “압도적인 조선 그룹이 탄생하는 것은 매우 위협적”이라며 “각국 공정위가 그냥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U의 기업결합 심사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EU는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초대형 철도 합병안을 불허할 정도로 독과점에 대한 거부반응이 크다.

EU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으로 선박 제조비용이 크게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대우조선매각저지대책위원회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민변과 참여연대가 공정위에 제출한 M&A 의견서에는 “세계 1·2위 업체 합병으로 시장 경쟁성의 심각한 제한이 예상된다”며 “기업 결합으로 인한 선가(船價) 인상 외 효율성 증대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지역경제 활성화, 하도급거래 공정화 등 조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공정위가 합병을 불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 한곳에서라도 기업결합 심사가 부정적으로 나올 경우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이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에서마저 기업결합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책임론 시비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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