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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세제개편안]

[해설]한국의 '현실', 정부의 '한계' 실감나게 담아내다

  • 보도 : 2018.07.31 09:29
  • 수정 : 2018.07.31 09:34
세제발전심의위원회

◆…'환담' = 지난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오른쪽)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지난 30일 기획재정부가 '2018년 세법개정안'을 공개했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종합부동산세제 및 근로장려세제 개편안 등의 뼈대와 내용이 이미 공개되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언가 대단한 내용이 추가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부터 없었다.

상세 내용보다는 세법개정안 전체를 휘감고 있는 정부의 정책기조, 즉 '분위기'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불과 1년 전, 정부는 소득세율 및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등 증세정책을 선택했었다.

그 영향인지 몰라도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세수가 '플러스(세입예산 대비 22조8000억원 규모)'로 전환됐고 올해도 최대 20조에 육박하는 초과세수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정부가 돈을 쓰는데 있어 확실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적당한 명분, '트리거(trigger)' 또한 확보됐다.

'경기침체'다.

애초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론은 지방선거 이슈에 파묻혀 있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론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암암리에 흘러나왔었다. 그리고 이는 현실화되어 진행되고 있다. 곳곳에서 심각한 수준의 '앓는 소리'가 뿜어져 나오는 등 경기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날로 증폭되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까지 더해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비판여론은 크게 부풀려진 상황이다. 불과 1~2달 전 70% 중후반대에 육박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60% 초반대(2018년 7월30일 현재 61.1%-리얼미터 여론조사 기준)로 폭삭 주저앉았을 정도로 현재 돌아가는 판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정부는 결국 돈을 쓰기로 했다.

대표적인 정책이 '근로장려금' 확대다.

지난해에도 최고 지급액 한도 인상 등 상당 수준의 제도개편을 단행했던 정부는 이번에는 작정이라도 한 듯 소득요건을 상향하는 한편 최고 지급액 한도를 올리고, 재산 요건을 하향조정하는 등 지급 범위를 크게 넓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혜택은 크게, 대상은 넓게' 만들었다.

올해 166만 가구였던 근로장려금 수급 가구는 내년 334만 가구로 2배 증가한다. 이러한 조치로 향후 5년 소득세수 15조4000억여원(누적법 기준)을 정부는 포기하기로 했다.

현 시점에서는 지난해와 올해(예상) 폭발적인 초과세수가 만들어졌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감당이 가능한 수치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부의 돈 쓰기가 여기서 끝이 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한번 올리거나 내린 세율은 다시 내리거나 올리기 힘들고, 한번 주기 시작한 나랏돈은 어느 순간 '내 수입'으로 고정되어, 나중에 지급을 중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황에 따라 더 주면 더 줬지, 덜 주겠다고 했다가는 엄청난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어느날 갑자기(?) 초과세수가 신기루 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의 경제지표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금 당장 소득양극화 등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돈 쓰기에 나선 것을 맹목적으로 비판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그만큼 소득양극화 등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퍼 주는 정도가 다소 과하게 설정된 것은 미구에 닥칠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걱정을 남겼다. 

무언가 다른 목적(정치적)과 의도가 배경에 깔리면서 정책 주도권을 쥐어야 할 정부가 페이스를 잃고 쫓기듯 만들어 낸 것 아닌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찌됐건 정부가 돈을 써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의도인 듯 한데, 그동안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일단 재계는 발표된 세법개정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으로 화답했다. 세법개정안이 기업의 투자 등에 대한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성을 견지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가치이면서도 골치 거리인 '일자리' 문제에 대한 절박함을 세법개정안 곳곳에 담아 냈다. 지난 1년 동안 쏟아낸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들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보조적인 수단'인 세제를 통해 효과를 좀 더 끌어 올려보겠다는 복안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기존 제도들을 일자리 창출 기업에 더 유리하도록 손질 했는데, 문제는 방향성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까다로운 요건이 덕지덕지 붙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매력이 덜한 제도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더 많은 돈을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설비투자 등에 사용하게 하려면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않고,보다 과감한 세제지원책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듣기는 한 것 같지만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놓은 모양새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세금지원 정책의 남발을 막아야 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한계가 적절히 뒤섞이면서 이러한 세법개정 내용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함부로 하기 애매한 상황.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혼재할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소위 '가혹세'로 불리는 가산세제도 개편이다.

그동안 학계와 재계에서 꾸준히 지적해 왔던 가산세율 인하를 과감하게 결정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만한 대목.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했지, 행동은 꺼려했던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하폭이 다소 미흡하다.

현재의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난다면 실제 체감되는 인하폭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상황이 지금보다는 훨씬 좋아져야 한다. 경제가 언제 회복될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가산세 제도가 탈세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징벌적 개념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단순실수 등으로 인해 문제되는 경우도 많다는 점을 감안해 조금 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과세특례 적용기한을 연장한 부분도 마찬가지.

그동안 이 제도는 내국인 근로자를 역차별하는 제도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우수한 기술과 지식을 보유한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이라면 이러한 세금혜택을 통해 우수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끌어들여야 했겠지만, 지금도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대학교육까지 마친 고급 인력들이 직장을 얻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가늠하기 힘든 특정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세금혜택을 줄 필요가 있는지 좀 더 냉철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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