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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본 조세]

권리확정주의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 보도 : 2018.06.12 09:00
  • 수정 : 2018.06.12 09:00

소득세법상 소득의 귀속시기를 정하는 원칙인 권리확정주의는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확정시기와 소득의 실현시기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소득이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당해 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소득세법 제24조 제1항은 "거주자의 각 소득에 대한 총수입금액은 해당 과세기간에 수입하였거나 수입할 금액의 합계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리확정주의는 기본적으로 과세의 편의를 위해 마련된 제도로서 조세법률주의 및 재산권보장의 측면에서 헌법 위반이 아닌지 문제될 소지도 있는데, 대법원은 "납세의무자의 자의에 의하여 과세연도 소득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함께 징세기술상 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권리확정주의에 기초한 소득세법 규정이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재산권보장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 등에 위반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1. 9. 8.자 2009아79 결정).

대법원이 설시한 이유와 같은 사정 등으로 권리확정주의에 따른 과세표준산정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실질적 조세법률주의, 재산권보장의 원칙이 본질적으로 침해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후적으로 발생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납세의무 성립 후 그 근거가 소멸되는 것과 같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당초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에 납세자가 그 사실을 증명하여 잘못 과세된 세금을 감액해 달라고 청구하게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를 구제해 주는 제도이다.

국세기본법령에 따르면 '최초의 신고ㆍ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에 후발적 경정청구가 허용된다.

최근 대법원(2018. 5. 15. 선고 2018두30471) 판결에서는 후발적 경정청구 허용 범위가 문제되었는데, 대법원은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관점에서 권리확정주의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원고 회사는 2013. 10. 회생절차를 신청하여 개시 결정을 받았고, 회생절차가 개시되자 그 임원 또는 대주주 14명에 대한 급여 및 2013. 10.에 퇴직한 임원 5명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보류했다. 

이후 위와 같이 미지급한 급여와 퇴직금에 대한 지급명세서를 제출하고 이에 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했는데, 2014. 3. 인가된 회생계획에는 위 급여와 퇴직금 채무 대부분을 면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원고 회사는 "회생계획의 인가 결정으로 급여와 퇴직금 채무가 면제되었으므로 이를 근로소득세 과세대상 급여에서 제외하고 급여 및 퇴직금을 받지 못한 임원에 대한 근로소득세와 퇴직소득세를 다시 계산하여 2013. 11. 10. 이미 납부한 원천징수세액과 다시 계산한 금액의 차액을 환급해 달라"는 경정청구를 했다.

이에 과세관청은 회생계획의 인가 결정으로 급여와 퇴직금 지급이 면제되었다는 사정은 국세기본법이 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 회사의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처분을 내렸고, 원고 회사는 위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에서는 납세의무가 성립된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회수할 수 없게 된 사정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되는지가 문제되었는데, 원심은 과세관청과 같은 논리로 원고 회사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권리확정주의의 의의와 기능 및 한계 등을 고려할 때 급여와 퇴직금 채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그 후 이를 면제하는 내용의 회생계획이 인가됨으로써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이로써 원고 회사의 급여와 퇴직금에 관한 소득세 원천징수의무도 그 전제를 잃게 되었다"는 논리로 원심의 판단을 파기했다.

한편 원심은 "국세기본법에서 경정청구를 허용하는 후발적 사유들은 처음부터 권리의무 성립의 기초가 잘못되었거나 관련 인허가의 취소, 해제 등으로 인해 소급해 권리의무성립의 기초가 상실되는 경우들"이라는 전제에서 "기존 권리의무가 유효하고 장래를 향해 이를 변경시키는 것에 불과한 경우는 후발적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권리확정주의는 실질적으로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의 실현을 전제로 미리 과세하는 것으로, 일정한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소득이 실현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실질적 조세법률주의의 관점에서 당초 성립했던 납세의무는 허용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무법인(유) 지평
김태형 변호사

경기과학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학부 졸업, 제49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39기 수료, 서울지방변호사회 제14기 조세연수과정 이수, 서울지방변호사회 제3기 회계연수원과정 이수, 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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