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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으로 본 조세]

전자송달제도의 헌법상 한계

  • 보도 : 2018.03.13 09:00
  • 수정 : 2018.03.13 09:00

2015년 도입된 차세대국세통합시스템(NTIS)은 자타공인 세계적 수준이다. 지난 1월 필리핀 재무당국이 우리나라의 전자세정(電子稅政) 경험을 전수받기 위하여 국세청을 방문하였을 정도다.

전자세정을 위하여 전자송달제도는 필수적이다. 정부는 2002년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행정업무 등의 전자화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홈택스 서비스(Home Tax Service)를 처음 도입하고, 국세기본법에 전자송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납세자들은 세무서에 가지 않고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각종 세무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전자송달에서는 송달하는 서류가 송달받을 자가 지정한 전자우편주소에 입력된 때, 국세정보통신망에 저장하는 경우에는 저장된 때에 그 송달을 받아야 할 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본다(국세기본법 제12조 제1항 단서). 이와 같은 송달일은 심사청구기간 등의 기산점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전자우편주소는 납세자의 관리영역에 속하는 반면, 국세정보통신망은 과세관청의 관리영역에 속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국세정보통신망에 저장된 때 곧바로 송달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도달주의 원칙을 지나치게 훼손하여 헌법상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실제로 그 위헌 여부가 문제된 사례가 있다.

청구인은 2015. 4. 29. 납세고지서를 열람하고 그로부터 90일 내인 2015. 7. 24.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국세청장은 위 납세고지서가 2015. 4. 10. 국세정보통신망에 저장되었다는 이유로 위 청구를 각하하였다. 이에 위 청구인은 관할세무서장을 상대로 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위 국세기본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달랐다. 국세정보통신망에 저장만 되어도 납세자가 그 내용을 알 수 있는 상태에 놓이는 점, 일정한 경우 과세예고통지도 받을 수 있는 점, 정보통신망에 장애가 생긴 때에는 교부 또는 우편송달도 가능한 점 등에 비추어 납세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거나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사자가 당해 처분이 있었다는 사실을 추상적으로 알 수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안 날을 기준으로 심판청구기간을 기산한다. 설령 처분 서류가 당사자의 주소에 송달되었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현실적으로 알 수 없었다는 반증이 있다면, 그 처분이 있음을 알았다는 추정은 깨어진다고 본다.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위 국세기본법 조항이 헌법에 합치된다고 본 헌법재판소 결정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 않다.

대법원이 운영중인 전자소송의 예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국세기본법 조항이 침해최소성 원칙에 부합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자소송의 경우, 법원이 송달할 서류를 전자소송상에 저장하더라도 당사자가 이를 열람하여야만 송달의 효력이 발생하고, 당사자가 열람하지 않을 경우 그로부터 1주일이 지나야 비로소 송달간주의 효력이 발생한다.

과세행정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납세자의 권리를 더욱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이를 구현하는 것이 헌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전향적인 법률 개정을 기대한다.

법무법인(유) 지평
구정모 변호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현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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