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익 익금 산입하면서, 위법비용 왜 손금 불산입할까?

대법원은 얼마 전 담합사례비의 손금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담합사례비가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원고인 A사는 건물 난방설비 중 유독가스를 외부로 배출하는 파이프(연도)를 설치하는 시공업체이다.

A사는 동종 업체들과 사이에, 입찰 포기의 대가인 담합사례금을 가장 높게 제시한 업체가 공사를 낙찰받기로 하고, 나머지 업체들에게 공사대금의 일부를 담합사례금으로 분배하는 대신, 나머지 업체들은 낙찰예정 업체의 투찰 금액 이상으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하였다.

이에 따라 A사는 동종 업체들과 담합사례금을 수수하였다.

과세관청인 피고는 A사가 동종 업체들로부터 수령한 담합사례금을 익금산입하고, 동종 업체들에게 지급한 담합사례금을 손금불산입하여 A사에게 법인세를 각각 경정·고지하였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담합사례금 지급액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위반하여 지출된 것으로서 손금의 요건인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사회질서를 위반하여 지출한 비용에 관하여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에서 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고(2014두4306), 이후 유흥주점의 성매매 수당 사건에서 이를 재확인함으로써(2014도16164) 위와 같은 법리는 확고한 판례로 자리 잡았다.

법인의 비용에 법에 저촉되는 요소가 있다고 하여 언제나 손금산입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무허가 폐기물처리업자에게 폐기물을 매립하게 하고 지급한 대가는 손금산입이 인정된다(96누6158). 그리고 법에 위반되는 비용의 지출이라고 해서 반드시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은 아니다.

대법원이 사회질서에 반하는 지출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자체는 정책적 판단으로서 수긍할 수 있다. 다만, 그 근거에 관해서는 다소의 의문이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A사가 지급한 담합사례금이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중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통상적인 비용'이 아니라는 부분은 별 이견이 없다. 담합사례금의 수수를 통상적인 것이라고 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은 다소 의문이다.

이 사건의 경우 A사가 다른 업자들로부터 받은 담합사례금은 익금(수익)에 산입되었는데, A사가 다른 업자들에게 담합사례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다른 업자들로부터 담합사례금을 받을 수 있었을까?

이 사건에서 문제된 담합사례금 지급액은 수익인 담합사례금 수령액과 밀접한 관련을 갖고있으며 둘 사이는 동전의 양면에 해당한다.

따라서 담합사례금 지급액이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이 아니라고 보기보다는 오히려 그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위 유흥주점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참고할 부분이 있다.

대법원은 성매매 수당이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더라도 사회질서에 반하는 경우에는 필요경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위법소득을 얻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라는 판단은 '수익과 직접 관련된 비용'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다시 담합사례금 사건으로 돌아와서 볼 때, 대법원이 담합사례금 지급액을 손금으로 인정하지 않은 결론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 다만, 그 근거에 관해서는 담합사례금 지급액이 수익과의 직접 관련성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반사회질서 비용이기 때문에 손금요건의 충족 여부에 관계없이 손금산입이 부인된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였을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A사가 수령한 담합사례금은 익금으로 보아 과세하면서도 A사가 지급한 담합사례금은 손금에 산입하지 않았는데, 이러한 결과가 가혹한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A사가 담합행위로 기소되어 형사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면 담합사례금 수령액은 몰수·추징되었을 것이다. 그 경우 A사는 위법소득의 상실을 이유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2014두5514) 그러한 결과가 부당하다고까지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대법원 2017. 10. 26. 선고 2017두51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