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가가치세 면세대상 범위 EU·OECD 비해 넓어
면세제도 도입 취지 어긋나…자원배분 효율성 부정적 영향
"역진성 완화 거리 먼 제도 손질…경감세율 도입도 고려"
정부가 세입확충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비과세·감면 제도를 축소하고 있지만 정작 세수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가가치세 관련한 과세특례 제도는 대부분 정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EU(유럽연합),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면세대상 범위는 넓고 최근 미용 성형(치료 제외)에 대해서 과세로 전환된 것 이외에는 여전히 기존 면세 품목은 '성역화' 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면세제도가 당초 제도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소비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면세가 소비자에게 직접 적용되지 않고 재화·용역의 거래 중간단계에 적용되는 경우에는 환수·누적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조세의 역진성(소득이 낮은 사람이 세금부담을 더 지는 것) 완화와는 관련이 없는 비과세 제도를 과세로 전환하거나, 예외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이른바 '경감세율'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표한 '조세의 이해와 쟁점(부가가치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종전 면세대상이었던 치료 이외의 미용 성형 등의 의료영역(2013년)과 금융·보험용역 가운데 부수적 용역(2014년) 등에 대해 과세로 전환됐지만, EU 및 OECD 국가들에서 운영되는 표준면세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면세범위가 넓었다.
실제 기초생필품과 관련해 OECD와 EU는 주택임대 분야를 제외하곤 전부 과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가공식료품 등을 빼면 수도, 연탄 및 무연탄, 여객운송(일부과세) 등 품목에 대해 면세 해주고 있다.
국민후생 문화 부문도 과세와 면세가 균형을 이루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미용 목적 이외에는 비과세 되고 있다.
예정처는 보고서를 통해 "넓은 면세범위는 대체 또는 경쟁관계 있는 다른 재화·용역의 가격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부가가치세 부담을 회피하려는 경향 때문에 자원배분의 효율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어떠한 기준으로 면세적용 대상을 줄이느냐다.
예정처는 조세부담의 역진성 완화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거나, 주로 사업자와의 거래로서 누적과세를 유발하는 각종 수수료 등의 항목이 검토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말해 면세품목을 최종적으로 공급받는 대다수 최종소비자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설정돼야 한다는 소리다.
특히 예정처는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는 10%의 단일세율을 적용하나, 다른 많은 국가들은 표준세율과 경감세율 등 복수세율 구조를 두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경감세율을 도입한다면 면세사업자들이 과세사업자로 전환이 되어 면세제도의 모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조치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재화·용역을 공급하는 사업자도 부가가세법상 사업자에 해당되어 세금 신고·납부의무를 지게 되므로 매입부가가치세의 부담을 회피하고자 하는 탈세 유인이 없어질 뿐만 아니라, 매입세액공제를 100%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누적과세효과도 발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