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세무조사의 기준과 허용 한계-국세기본법

1. 개관

대법원은 지난해 과세관청의 거듭된 세무조사에 제동을 거는 다수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및 지방세법 전반에 걸쳐 가산세와 관련한 실무관행을 바로잡는 취지의 의미있는 판결을 다수 선고하였다.

법인세법 분야에서는 리베이트와 관련하여 손금에 산입할 수 없는 비용의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판시한 판결이, 부가가치세법 분야에서는 이동통신 단말기 구입 보조금이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제외되는 에누리액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판결이 눈길을 끈다.

증여세법에서는 흑자법인에 대한 증여나 비특수관계자 사이의 금전의무상 대여에 관하여 증여세 완전포괄주의의 적용범위와 그 한계를 설정하는 다수의 판결이 선고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전체적으로는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법적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하에서는 각 세목별로 2015년 주요판결의 내용과 의미를 살펴본다.

2. 국세기본법

▲ 중복 세무조사의 기준과 허용 한계[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두6206 판결]

피고가 2001년경 원고의 2000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세무조사를 하였음에도 2005년경 2000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거듭된 세무조사를 한 후 그 결과에 기초하여 법인세 부과처분을 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은 이러한 과세처분은 그 조사 대상이 중복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국세기본법 제81조의3 제2항에서 금지하는 '같은세목 및 과세기간에 대한 중복된 세무조사'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법원은 "세무공무원이 어느 세목의 특정 과세기간에 대하여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한 경우는 물론 그 과세기간의 특정항목에 대하여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다시 그 세목의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고, 세무공무원이 당초 세무조사를 한 특정 항목을 제외한 다른 항목에 대하여만 다시 세무조사를 함으로써 세무조사의 내용이 중첩되지 아니 하였다고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본 것이다.

국세기본법은 원칙적으로 중복 세무조사를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재조사를 별도로 규정하고있다. 그러나 국가의 조세채권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과세관청의 특성상 세무조사권의 행사가 적정한 한도를 넘을 가능성이 존재하고, 실무상 과세관청의 세무조사권이 어느 범위까지 확대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2015. 2. 28. 선고 2014두12062 판결을 통해 "과세기간의 특정 항목에 대하여만 세무조사를 한 경우에도 다시 그 세목의 같은 과세기간에 대하여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에, 대상판결에서는 실제 세무조사의 내용이 중첩되지 않았더라도 두 차례의 세무조사가 같은 세목 및 같은 기간을 대상으로 하였다면 원칙적으로 위법한 중복 세무조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러한 입장을 재차 확인하였다.

이 처럼 세무조사권의 남용을 방지하고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임을 유추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은 "당초 세무조사 당시 모든 항목에 걸쳐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 경우에는 당초 세무조사를 한 항목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에 대하여 향후 다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에서 금지하는 재조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를 명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특별한사정'은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이를 입증하는것 또한 쉽지 않을것으로 예상되므로, 대법원은 원칙적금지와 예외적허용이라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감사과정에서의 질문조사 등이 중복세무조사금지 원칙에 위반 되는지 여부[대법원 2015. 5. 28. 선고 2014두43257 판결]

원고가 취득한 부동산에 대한 자금 출처를 파악하기 위한 피고의 세무조사가 2009년경 이루어진 이후에, 지방국세청이 피고에 대한 정기 업무 종합감사를 실시하면서 세무조사 당시 작성된 자료를 재검토하고 추가로 자료 등을 수집하여 피고가 이를 근거로 원고에게 증여세를 부과한 사안에서, 대상판결은 지방국세청이 감사 과정에서 행한 조사는 '과세관청인 세무서(피고)가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 또는 취득한 과세자료를 처리하기위한 조사'로서 중복세무조사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시하였다.

즉, 대상판결은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63조의2 제2호 전단에 정한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재조사에서의 '각종 과세자료'란 세무조사권을 남용하거나 자의적으로 행사할 우려가 없는 과세관청외의 기관이 그 직무상 목적을 위하여 작성하거나 취득하여 과세관청에 제공한 자료로서 국세의 부과·징수와 납세의 관리에 필요한 자료를 의미하고, 이러한 자료에는 과세관청이 종전 세무조사에서 작성하거나 취득한 과세자료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지금까지 선례가 없었던 국세기본법 시행령제63조의2 제2호의 '각종 과세자료의 처리를 위한 경우'의 명확한 범위에 대해서 처음 판단한 사건이다.

실무상 상급 과세관청의 업무감사중에 납세자나 관계인들에 대한 조사나 확인을 통해 세금이 부과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대상판결을 통해 이와같은 실무관행에 따른 과세처분은 중복조사금지원칙에 위배된 과세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상판결은 중복세무조사의 예외적 허용사유에 관한 엄격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과세관청의 중첩적인 질문조사권의 행사로부터 납세자의 권익이 두텁게 보호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약력]강석훈 변호사

강석훈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 율촌 조세그룹의 그룹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1990년 서울남부지법의 판사를 시작으로 2007년까지 서울고등법원, 대법원 등 각급 법원에서 판사로 재직해 오다가 대법원 재판연구관 조세팀장(부장판사)을 끝으로 율촌에 합류했다. 이후 조세법에 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서울시립대학교 조세법 겸임교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강사,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 기획재정부 예규심사위원,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 지방세법 개정 자문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