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사치품으로 여겨졌던 향수, 녹용·로열젤리 등이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과세대상 품목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소득수준이 향상되어 이미 대중화된 제품들은 더 이상 사치성 소비재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석과 귀금속도 사치품 딱지를 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과 업계를 중심으로 귀금속 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도한 세금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까지 사치품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을뿐더러, '부자감세'라는 정치적 논란을 씻어내기 힘든 만큼 세금 폐지 방향성이 꺾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작성한 '조세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향수, 녹용·로열젤리 등의 제품을 개소세 과세대상에 제외하려는 정부안과, 보석·귀금속에 대해 개소세를 물리지 않는 의원입법안(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개소세를 부과한지 38년이나 지났으나, '시대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주를 이루면서 개소세 과세체계 정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동안 지속되어 왔다.
결국 정부도 생활수준의 향상 및 경제여건 변화에 따라 사치품도 변화했다고 판단, 일부 품목에 대해 세금(개소세)을 폐지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세법개정안을 통해 내년부터는 방향용 화장품(7%), 녹용·로열젤리(7%)에 대해 개소세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내용을 포함시킨 것이다.
보고서도 역시 "개별소비세가 도입된 1977년과 비교해볼 때, 현재(2015년)는 국민 소득이 크게 성장해 녹용·로열젤리, 방향용 화장품이 사치성물품으로 인식되고 있지 않다"며 개소세 과세체계 조정에 힘을 보탰다.
일각에서는 이 조치로 인한 세수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세수입 여건이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녹용·로열젤리, 방향용 화장품을 개소세 과세대상 제외하려는 조치가 현실화 될 경우 세수입은 연간 225억원 감소, 향후 5년간 총 1125억원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품목의 개별소비세수가 크지 않아 개소세 폐지에 따른 재정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조세형평성 입장에서 과세대상을 조정해야 한다는데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는 "녹용·로열젤리 업체들 입장에서 유사한 건강식품인 홍삼은 개소세를 부과 안하는 것을 두고 형평성 문제를 이야기 할 수 있다"며 "향수 업체도 향수를 제외한 고가화장품은 개소세가 없는데 왜 향수에만 개소세를 부과하느냐는 반발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 수입브랜드와의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보석·귀금속에 대한 개소세 폐지를 요구하는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에 있다. 하지만 이 법안의 국회 통과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석과 귀금속이 갖고 있는 '사치성 소비재'라는 속성을 아직까지는 부인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해 "보석·귀금속 제품의 소비가 대중화 되었으나 여전히 사치재의 개념이 강하다"라며 "개소세의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보다 기준가격 상향등을 통해 향후 추이를 살펴 중장기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 경제환경 변화에 맞게 보석·귀금속의 개소세 과세기준가격을 상향조정(200→500만원)한 만큼, 상당기간 동안은 전면적인 세금(개소세) 폐지 요구를 하기에는 명분이 다소 딸리는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보석·귀금속에 대한 개소세 폐지는 중장기적 과제로 남겨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고서는 "주얼리 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품목의 개소세 폐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