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저소득층의 자산 형성을 돕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대한 정책효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저축상품에 비과세 혜택을 부여했을 때 과세상품에서 비과세상품으로 자금 이동만 일어났을 뿐, 저축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입법추진 과정에서 대수술이 예고된 상황이다.
특히 ISA 가입대상이 근로·사업소득자로 한정, 대부분의 소득이 비과세되는 농어민의 경우에는 과세대상 소득이 없어 가입이 불가하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작성한 '조세관련 안건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통합 금융상품인 ISA를 도입하는 정부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ISA는 하나의 통합계좌에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발생한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 농어촌특별세를 면제 또는 감면해 주는 금융상품이다.
ISA의 연간 납입한도는 2000만원으로, 이자 및 배당소득을 합쳐 5년 기준(청년 3년) 200만원 이내이면 비과세 적용을 받고, 2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9% 분리과세를 하게 된다.
ISA는 중산층의 노후 준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국가가 미래에 부담할 재정지출이 늘 수 있다는 우려에서 도입이 추진됐다.
보고서도 "가계저축률의 하락은 미래소비여력의 축소를 의미하므로, 저축에 대한 세제지원을 통해 가계저축률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적 노력이 견지될 필요가 있다"며 제도 신설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러나 ISA에 대한 정책효과에 잇따른 악재가 끼고 있다는 점이 향후 국회 세법심의 과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선 ISA의 운용을 통한 세제혜택의 범위가 저축여력이 있는 일부 고소득자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서민만 가입할 수 있는 재형저축의 연 평균 불입액이 240만원(월 20만원)에 불과하고, 중산 서민층의 경우 소득정체, 주거비 부담 등으로 저축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가입요건의 경우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앞서 지난 9월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가입기준에 근로소득이 없는 농업인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도 역시 "농어민의 신분이 확인된 자에 대해서는 과세대상 소득이 없는 경우에도 ISA 가입을 허용함으로써 농어민의 재산증식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출제한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청년(15~29세)이나 저소득의 경우에는 ISA 의무가입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으나, 유동자산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3년의 의무가입기간도 가입을 주저하게 하는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더욱이 최근의 전월세가격 인상으로 2년마다 큰 폭의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세입자의 경우 3년간 계좌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고, 자녀 교육비 등 목돈지출 상황 발생 시 계좌해지 외에는 대안이 없을 가능성도 높다.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의무가입기간 요건을 추가로 완화하는 등 저소득층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영국, 캐나다, 일본, 남아공 등 ISA를 도입한 모든 국가의 경우 중도인출 제한 없이 납입한도 범위 내에서 언제든지 인출납입이 가능하다.
다만 ISA가 재산형성을 비롯해 금융부분으로의 자금유입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의견도 다수 제기되면서, 내년 제도 도입이라는 기본틀은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ISA 도입에 따라 장롱 속에 있는 돈이 금융권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면서 "젊은층의 재산형성과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