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이어지는 격무와 악성민원에 시달리다보면 모든 것을 다 잊고 어디론가 확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잠시나마 업무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머리를 식히며 재충전할 기회를 갖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쌓여있는 일거리를 마주하는 순간, 행복한 상상은 말 그대로 '물거품'이 되고 만다. 주말을 이용하고 싶지만 주차장을 방불케하는 도로상황과 북적이는 인파로 재충전은커녕 또 다른 스트레스만 받기 일쑤다.
최근 국세청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힐링캠프'가 국세청 안팎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힐링캠프를 다녀온 직원들은 '상상 그 이상'이라는 반응을 내비치며 국세청의 변화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위로 받는 느낌…앞으로도 계속 했으면"
국세청 직원 대부분이 막무가내 민원으로 인해 힘들어하지만 특히 개인납세분야는 납세의식이 낮은 다수의 영세 개인납세자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악성민원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세청은 이에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관리와 사기진작을 위해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힐링캠프'라는 심리치유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총 10회(1회당 60명), 목~금요일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8월 20일~21일 1기 교육을 시작으로, 지난 10월22일~23일 7기 교육까지 순항을 이어가고 있으며 내달 12일~13일 10기 교육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KGC 인재개발원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며 교육을 접한 직원들은 조직의 배려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라며 기존 교육과 다른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기 교육을 다녀왔다는 한 직원은 "국세청이 업무에 지친 직원들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처음에는 아무리 힐링캠프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어차피 교육이기 때문에 꺼려하는 직원들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원하는 직원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이어 "1박2일 일정이라 짧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바쁜 일상에서 이틀정도 마음껏 쉬어간 느낌이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아울러 "심리 상담 전문 강사분이 있었는데 상담하는 1:1상담을 의외로 많은 분이 신청했다. 음식이나 숙박시설도 좋았고 부담없는 프로그램도 마음에 들었다"라고 전했다.
2기 교육을 받은 한 직원 역시 "피곤한 업무속에 교육 전체 프로그램이 힐링 자체로 편성돼 편하게 다녀왔다"며 "특히 첫날 저녁을 먹고 정확한 명칭은 모르나 '같이 웃을 수 있는 웃어야 웃을 일 생긴다'는 주제 하에 교육을 진행했는데 전문 강사님이 재밌게 진행해 주셔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정이 짧기 때문에 가기전에는 무슨 변화가 있겠는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다녀온 직원들 평이 대부분 좋다"며 "10회까지 계획된 것으로 아는데 내년에도 교육 문화로 정착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힐링캠프에 참석한 직원들이 교육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
"직원들의 힐링, 납세자 만족으로 이어지길"
힐링캠프는 관서별 인원 수를 고려해 균등하게 선발된다.
격무수행정도가 높은 직원, 개인납세분야 장기근무자, 재충전이 필요한 신고·신청·체납 등 업무 우수 직원, 악성민원 등 과중한 업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원 등을 우선으로 선정해 스트레스 예방 및 심신안정을 유도하고 업무능률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국세청의 복안이다.
나아가 민원인의 마음과 통하는 감성마인드 향상으로 납세자의 만족도를 제고시키는 궁극적인 목적도 갖고 있다.
전문 심리상담사를 초빙해 진행되는 1:1 심층상담은 희망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1일차에는 ▲마음열기 & 스트레스진단 ▲나를소개합니다 & 라이프사이클 ▲내 삶의 탄성(야외활동) ▲소통 & 화합의 장(레크레이션, 영화상영)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일차는 ▲바디밸런스(스트레칭, 요가) ▲블랙컨슈머 응대기법(민원인 유형별 사례를 통한 응대기법) ▲블랙컨슈머 만들기(최악의 고객 그리기, 표현 예술치료 작업, 스토리 나누기) ▲버킷리스트&긍정피드백 등의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교육 장소인 KGC 인재개발원은 차령산맥이 건물전체를 둘러싸고 있어 숲으로부터 나오는 여유를 느낄수 있다. 아울러 덕산저수지가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 산책을 통한 힐링도 가능하다.
숙소는 2인 1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숙소에서 저수지를 내려다 볼 수 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식당에서도 저수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식사 중에도 아름다운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하고 최선의 교육편의(교통·숙박·식단·교육장소 등)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향후 부족한 부분은 지속적 모니터링을 통해 개선하겠다. 앞으로의 운영계획은 컨트롤타워 회의 및 일선 직원 간담회를 거쳐 확정지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획취재팀 : 이희정, 이현재, 류성철, 박지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