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계좌에 꽁꽁 숨긴 '검은 돈' 꺼내실건가요? = 정부가 주요국과의 과세정보 교환에 앞서 과거 미신고된 해외 소득이나 재산에 대해 자기시정 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오는 10월부터 6개월 동안 자진신고제도를 시행, 자진신고한 납세자에게는 혜택을 끝까지 버티는 이들에게는 엄정한 처벌을 내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세당국의 역외탈세 역량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납세자들이 모르쇠로 일관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변칙적인 자금관리를 통해 소득이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조세회피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하고 있으나, 정보접근의 한계로 과세당국이 역외 세원을 추적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이에 정부가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통해 그동안 '과세사각지대'에 놓였던 해외은닉 소득이나 재산을 양성화시키기 위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독일 등 51개국과 '다자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체결했다. 미국과도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에 서명, 올해부터 정보교환을 할 예정이었으나 조세정보 교환에 관한 협정 비준안 국회통과가 지연되면서 정보공유는 내년부터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들 국가로부터 해외 금융·과세정보를 넘겨받게 되면 역외금융계좌나 역외회사를 이용해 조세피난처에 숨긴 자산이나 소득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정보교환을 통한 본격적인 역외탈세 추적에 나서기 직전,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일종의 '회유책'을 내놨다.
정부가 정한 시한까지 그동안 숨겼던 해외 소득이나 재산을 신고하고 관련 세금을 납부하면 과거 의무위반으로 인해 발생한 가산세나 과태료 등을 면제해주거나, 형사관용조치로 '조세범죄자' 딱지를 떼어주겠다는 것이다.
그간 과도한 처벌 등이 두려워 역외은닉 소득·재산과 관련세금을 제대로 신고하지 못한 납세자들이 다수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자진신고에 따른 처벌면제를 받기 위해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부의 관측이다.
앞으로 외국과의 조세정보교환을 통해 과세정보가 낱낱이 공개되면 재산상의 불이익은 물론, 엄정한 처벌까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납세자들을 제도권내로 편입시키기 위한다는 조치로 '미신고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제도'를 시행, 자진신고기한을 오는 10월1일부터 3월31일까지 6개월 동안으로 정했다.
소득 구분에 따라 신고 기간은 달라지며, 부과제척기간 기준으로 최대 15년(상속·증여세 등) 이전에 소득까지 신고대상에 포함된다. 자진신고 대상자에게는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제외한 가산세나 과태료, 명단공개를 면제해주고, 조세포탈 등 범죄에 대해 형사관용조치도 실시할 계획이다.
세계 주요국과의 조세정보를 공유하겠다는 압박과 자진신고 혜택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해외은닉 재산이 수면 위로 올라올지는 추정하기 어려우나, 해당 제도를 시행한 주요국 사례를 비추어볼 때 세금징수에 효과를 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앞서 미국을 비롯한 OECD 회원국에서 해외에 비밀계좌를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일부 사면을 조건으로 자진신고를 유도한 바 있다.
미국 세무당국은 2009년부터 2014년까지 5년 동안 4만5000건의 자진신고를 통해 65억 달러(약 7조원)의 세금과 이자, 벌금을 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도 유사한 사면 제도를 활용해 각각 20억 유로(약 2조5000억원), 13억 유로(약 1조7800억원)의 세금을 거둬들이는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자진신고제도를 통해 우리 정부가 거둬들일 세수효과는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우리나라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호주가 지난해 자진신고제 시행으로 6억 호주달러(약 5000억원)의 세수를 거둬들였다는 점을 비추어볼 때, 호주와 근접한 규모의 세수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외국과의 조세정보자동교환협정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자진신고제도에 응해달라고 납세자들을 압박하고 있으나, 과세당국의 역량 판단 기준에 따라 해외은닉 재산이 양성화 될 가능성이 낮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즉 재산을 은닉한 납세자 입장에서 자동정보교환이 확대된다는 '위험성'을 인지했다고 하더라도, 국세청의 역외탈세 추적 역량이 없다고 판단될 시 신고를 안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감사원 조사에서도 과세당국이 역외탈세인지 뻔히 알면서도 3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징수하지 못한 사례가 발표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