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세무사회보, 도 넘은 '회장님' 홍보…비판회원 글은 '칼질'

미국의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H. Maslow)가 인간의 동기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5단계 욕구이론이 있다. 

각 욕구는 ▲1단계 생리적 욕구 ▲2단계 안전의 욕구 ▲3단계 애정과 공감의 욕구 ▲4단계 존경의 욕구 ▲5단계 자아실현의 욕구 순으로 하위부터 충족되어야 상위 욕구로 올라가는 '피라미드식'으로 설명된다. 

4단계인 '존경의 욕구(남들에게서 존경을 받고싶다는 욕구)'는 욕구 피라미드의 최상위 바로 아래 위치하는 욕구.

지난 1~2년 사이 세무사회 예산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무사회보를 둘러싸고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는 평가는 '세무사신문이 아니라 정구정 회보다', 라는 것이다.

물론 정 회장이 세무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했고, 그 중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만한 일들도 있다. 하지만 낯 뜨겁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구정 회장의 자화자찬이 가득 담긴 세무사회보를 보고 있으면, 매슬로우가 말한 존경의 욕구에 지나치게 사로잡힌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특히 자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좋지 않은 평가가 담겨 있는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글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칼질을 하고 있다. 비판을 도통 수용할 줄 모르는 태도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세무사회원들의 돈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무사회보와 회원들의 소통의 장인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에 대해 많은 세무사들이 혀를 끌끌차다 못해 분노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행보는 임기말이 다 되어가는데도 변할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가 그동안 세무사회보,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을 어떻게 이용해왔는지 추적해 보자.  

"회장님은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드셨다"

각 개인마다 시각이 다를 수는 있으나 현재의 세무사회보에 정 회장을 찬양하는 기사가 수시로 등장한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다. 세무사회보의 정 회장 찬양은 지난 2013년 말 국회에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가 무산됐을 당시 극에 달했다.

당시 회보는 조세소위원들이 정 회장의 능력을 칭송하는 말들과 회원들이 정 회장에게 '우리의 위대한 회장님입니다' '세무사회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나신 분 같습니다'라고 보낸 문자 내용들을 제목과 소제목으로 넣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북한의 노동신문을 연상케 했다. 

정 회장이야말로 세무사회를 구원하기 위해 강림한 메시아요, 그의 능력은 범인(凡人)과 비교할 바가 못 된다는 식의 황당무계한 기사가 난무했다.

주목할 점은 세무사회보 1면 상단에 발행인이 '정구정'으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자신을 찬양하는 기사로 도배된 회보를 회원들이 낸 돈으로 만들어 다시 1만1000명 세무사회원들에게 발송하는 것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의 '땡전뉴스'의 부활이며 회비를 사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난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방어를 교묘하게 공익재단 후원 독려로 연결시키기도 했다.

정 회장이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를 막아냈으니 공제받은 금액의 50%를 공익재단 후원금으로 납부하자는,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논리를 개발해 자신의 측근세력인 지방회장들을 앞세워 회원들을 압박했다.

지난 2013년 12월2일자 회보에는 <대구지방회 등, "정구정 회장이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저지하면 공제받는 전자신고세액공제 50% 공익재단 기부하자" 결의'>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014년 1월2일자 회보에서는 <최00 대구지방회장 "정구정 회장이 아니면 이뤄내지 못할 큰 성과이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간 뒤 2014년 2월3일자에는 <공제받는 전자신고세액공제금액의 50%를 공익재단에 기부하자 "전자신고세액공제 혜택의 수혜자는 우리 회원들, 이제 우리가 나설 때">라는 최 회장의 기고문이 실리기도 했다.

2월3일자 회보에는 또한 <전자신고세액공제 존치의 고마움을 세무사회 공익재단 후원으로…>라는 제목으로 최상곤 부산지방회장, 최성탁 대구지방회장, 이영모 광주지방회장, 유병섭 대전지방회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마저도 모자랐는지 그의 부인인 정 모씨도 세무사회보에 버젓이 출연시켰다. 

2014년 1월16일자에 실린 해당 기사의 제목은 <정구정 회장, 공익재단 후원회원 339명 모집…배우자 정00 박사(무용가)도 130명 모집 내조>. 사실 여부를 떠나 부인이 내조를 통해 후원회원을 모집했다는 것을 알리는 기사였다.

2014년 7월1일자 회보에는 <"정구정 회장님을 둔 한국세무사회가 정말 복 받은 단체다">라는 보기 민망할 정도의 제목이 달린 제52회 정기총회 축사 기사가 실렸다. 

이외에도 정구정 찬양 기사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또한 정 회장은 지난 2014년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당시 선거를 앞두고 임채룡 후보(당시 세무사회 부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올해 6월 세무사회장선거를 앞두고서는 후보로 출마하는 백운찬 전 청장의 인터뷰 기사를 회보에 싣는 등 세무사회보를 '내편 밀어주기' 용으로 사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욕구를 가지고 있다. 아무리 먹을 것이 풍부하고 에덴동산 같은 안락한 곳에서 별 걱정 없이 산다 해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 받지 못하면 침울해지는 것이 바로 사람의 속성이다."

"심리학자들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인정을 얻지 못한 사람은 성장한 후 지위나 명성에 집착하게 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도 있다. 즉 인정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병이 들게 마련이며 그 병은 끝내 몸의 병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트라우마 테라피' 저자 최명기(정신과 전문의)

한편 2014년 세무사회 일반회계 예산안에 따르면 세무사신문 편집위원회 회의비로 연 576만원(15000원×16명×24회), 세무사신문 웹진 개발비로 2000만원이 책정되어 있다. 또한 수익사업특별회계 예산안에 따르면 세무사신문발간비는 2억1717만8000원이다.

2014년 한해만 세무사신문을 발간하기 위해 2억4293만8000원의 회비가 쓰여지고 있다.

어딜 감히 회장님께! 군사정권 시절 연상케 하는 '검열 갑질'

최근 한 세무사회원(이하 A회원)이 수일에 걸쳐 회장 집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사건이 있었다. A회원은 회장실을 찾아오기 전 세무사회 전산팀장과 상근부회장에게 연락을 하는 등 충분한 절차를 거쳤으나 민원이 해결되지 않자 회장실을 직접 찾은 것이다.

그의 주장은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 운영자들이 특정 회원의 이용약관 위반을 눈감아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세무사회 홈페이지 이용약관'에는 ▲신문사의 기사를 링크하는 행위 ▲타인에게 욕설·비방 등 폭력적인 표현을 하는 행위 ▲과실 또는 고의로 허위의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 등은 관리자에 의해 임의 삭제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A회원은 "나는 게시판에서 손대원 회원에게 비방수준을 넘은 저주와도 같은 모욕을 당했다"며 "평소 정 회장을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는 글을 쓰는 손대원 세무사는 수시로 타 회원들을 공격하고 비방하지만 삭제나 이용정지 등 제재를 당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손대원 세무사는 '정 회장이 그의 아이디를 빌려 게시글, 댓글을 대신 쓰는 것 아니냐'는 식의 소문이 업계에 자자할 정도의 황당한 글을 수시로 올리며 정 회장을 비호하고 회원들을 공격하는 주인공이기도 하다.

손대원 세무사가 A회원을 향해 남긴 댓글은 다음과 같다.

<'자기 스스로 저지른 악(惡)은 스스로 그 악과(惡果)를 받는다'는 자작자수(自作自受)라는 말이 있지요. 속된 말로 자기 똥 구린지는 모르지!! 나 같으면 할복(割腹)하겠어!!>

세무사회 관계자는 "평소 정 회장을 두둔하거나 칭송하는 글을 쓰는 몇몇 회원들이 있다"며 "이들은 정 회장을 비판하는 회원들을 주로 공격하곤 하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이용약관이 적용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현재의 홈페이지는 회원을 위한 게시판이 아닌 특정인만을 위한 게시판인 듯 하다"며 "기사를 토대로 한 글을 올린 바 있으나 허위사실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삭제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회원게시판은 자유롭게 회원의 의사를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약관위반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화하고 회원에게 공지해야 한다. 비판적인 내용이 담겼다는 이유를 들어 일방적으로 회원들의 글을 삭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