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정 현 한국세무사회장을 둘러싸고 있는 논란거리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세무사회공익재단, 회장 연봉인상 등 표면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문제들과 더불어 또 하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바로 정 회장이 회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정을 입맛대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 2014년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기간 중에는 선거 직전 임원선거관리규정을 개정,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주는 한편 상대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이 지지한 후보는 낙선하고 말았다).
오는 6월 치러지는 제29대 세무사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도 벌써 2차례에 걸쳐 선거관리규정을 개정, 특정후보 밀어주기 의혹을 다시금 불지핀 상황이다.
세무사회 역사는 50여년. 세무사회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정은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런 규정을 바꾸려면 충분한 사유와 토론,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1만1000여명 세무사들의 지도자를 뽑는 룰인 임원선거관리규정이라면 더더욱 신중하고 후보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개정해야 한다.
다수의 세무사들은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규정개정에 대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제27대, 28대 임기 4년 동안 회 규정을 떡 주무르듯 한 정구정 회장의 행보를 되짚어 봤다.
"선거용지 당일 파쇄하라", 정구정 3선 원동력?
정구정 회장은 지난 2013년 6월 제28대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세무사회 역사상 두번째 3선 회장이 됐다. 하지만 개표 직후 임원선거 출마자들이 선관위에 이의신청을 제기, 세무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특정지방세무사회에서 정 회장이 타 지역과 비교해 납득이 안갈 정도의 월등히 높은 득표율을 보였다며 '투표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임정완 윤리위원장, 백정현 감사, 이창규 세무사는 투표함 보전 신청 및 선거투표용지를 인쇄한 업체명 및 전화번호, 개표과정 CCTV 영상 등을 요구했다. 이러한 의혹의 제기는 정 회장이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하면서부터 예상이 됐던 대목이다.
당시 개정된 선거관리규정은 종전까지 사용분과 미사용분 투표지를 구분해 세무사회로 통보하게 했던 것을 고쳐 미사용분 투표지를 선거 종료 직후 즉시 파쇄하도록 했다.
이 것이 투표용지와 관련해 무언가 조작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키운 '단서'가 된 것이다.
당시 선거개표과정을 지켜 본 한 세무사는 "당시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없었다" (서울지방세무사회장 선거 때는 일련번호가 있었다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 "일련번호가 있으면 의혹이 있을 때 번호를 대조하면 의혹을 풀 수 있다. 하지만 번호가 없으면 투표함을 몰래 바꿔치기하더라도 대조하기가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선거를 앞두고 미사용분 투표용지를 즉각 파쇄하도록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에 용지를 몇 장이나 찍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며 "이런 부분들이 부정선거 의혹의 불쏘시개가 된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부정선거의혹의 불길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다
당시 세무사회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한 일부 세무사회원들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A세무사는 "한국세무사회 임원 선거 후 이런 저런 말들이 들린다. '특정지방세무사회에서 납득할 수 없을 만큼 특별한 투표결과가 나왔다'는 말들이 천리를 달리고 있다. 한국세무사회 선관위는 한 점 의혹없이 밝혀야 할 것이며, 굴러다니는 말들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큰 대가를 지불해서라도 밝혀야 한다. 법으로 먹고사는 우리가 '좋은게 좋지'라고 한다면 우리의 미래를 없을 것이다. 선거에 관한 불법 등이 있었다면 총회까지 기다릴 사유가 아니다"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에 B세무사는 "선관위원에게 문의하니 개표과정이 어느 지방회에서 득표율이 어떠한지 알 수 없는 형식으로 개표작업을 한다고 하더라. 즉, 투표함을 한꺼번에 개봉해 한 곳에다 쏟아부어 개표를 하므로 어느 것이 어느 지방회의 것인지를 모른다는 것 이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당시 이의신청을 했던 한 세무사는 "당시 개표를 참관하던 참관인 중 한 명이 모 지방회 표를 쏟아부은 곳에서 참관했는데, 여기서 정 회장에게 몰표가 나왔다는 얘기를 전해온 바 있다"며 "하지만 차후 사실여부 확인이 어려워 이의신청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부정선거 의혹은 오는 6월 제29대 세무사회장 선거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분위기가 당시보다 더 험악한(?) 상황.
투표용지 미사용분 처리에 관한 선거규정 즉 임원등선거관리규정 제11조 제3항의 개정사항을 보면 변화를 알 수 있다.
지난 3월 세무사회는 '선거 후 투표용지 미사용분은 해당 지방세무사회 위원장 또는 파견된 선거관리위원 및 투표참관인이 확인하고 투표가 종료된 장소에서 즉시 파쇄하여야 한다'로 개정됐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규정 개정에 따라 미사용분 투표지에 대한 확인이 더 어렵게 됐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잔뜩 키워 놓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무사회장 출마를 선언한 손윤 역삼지역세무사회장은 "이번 선거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세무사회선거사무를 위탁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정구정 회장은 받아 들이지 않고 있다.
1만1000여 회원을 거느린 한국세무사회, 과연 누구를 위한 세무사회인가?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