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보수가 너무 낮아 감사시장은 붕괴 직전에 이르고 있습니다. 감사서비스에 대한 적정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품질의 저하가 우려되고 감사보고서의 유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기업과 금융회사의 분식회계가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며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수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조세일보 주최 '회계감사품질 대토론회'의 발제를 통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감사수수료가 지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삼성, 매출은 GE의 1.6배, 감사보수는 2~3%= 지난해 우리나라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약 228조원. 미국 GE의 1.6배에 달한다. 반면 감사보수를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37억원에 그쳐 매출액 대비 표준화 후 비교해도 GE의 2~3%에 불과하다. GE가 삼성전자에 비해 약 23배의 감사보수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해도 상장기업 평균 감사시간은 한국의 1~3배이다. 2012년 기준 감사보수는 상장기업 한 곳당 일본 4억6000만원, 한국 1억1000만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권수영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감사서비스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감사 수행 후 미래의 결과에 대해 불확실성을 줄이기가 상당히 어렵다. 또 수혜자 부담의 원칙에 입각하지 않고 수혜자와 구매자 간 불일치로 인해 공공재적 성격이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 감사보수를 얼마큼 지급하는 게 적정한가 하는 것은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나 혜택을 얼마나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임을 위해 가격경쟁을 벌이고 덤핑을 일으키는 구조 하에서 경제적인 독립성이 결여돼 있다"고 덧붙였다.
또 "과당경쟁에 관계없이 감사인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제도를 감독 당국에서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CEO와 CFO의 인식 제고…"기업의 장기적 성장 추구해야"= 그동안 정치권과 당국, 업계에서는 적정한 수준의 감사보수를 형성하기 위해 감사인 지정제 확대나 컨설팅, 세무조정 등 비감사업무를 금지하는 방안이 논의돼 왔다.
권 교수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는 피감 기업과 감사인의 갑을 관계를 완화시키고 비감사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감사보수 덤핑 후 다른 업무에서 (매출을) 보전 받지 못하게 하는 부분이 긍정적이다. 하지만 둘 다 자생적인 수요 공급에 의해 시장 기능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회계감사 공영제와 감사보수 공공부담제의 경우 감사인의 독립성을 유지시키고 감사보수 덤핑을 방지할 수 있으나 경쟁 없이 강제 자동 배정 시 감사인의 도덕적 해이와 안일한 업무 태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EO와 CFO의 인식을 제고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높은 품질의 감사서비스를 제공 받고 적정 수준의 감사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이 감사보고서의 유용성을 높이는 동시에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으며 합리적인 주가를 형성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에 혜택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권 교수는 "이러한 인식의 제고는 시장의 성숙도와 맞물려 있어 적정 감사보수가 형성되기 위한 효과로는 다소 요원하다"고 지적도 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내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증대하고, 결산월을 분산해 감사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감사보수 규정을 마련해 규모별 산업별 감사보수 하한선과 상한선을 명시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권 교수는 "어떠한 사안에 대한 직접적인 원인을 규명하되 문제가 있다고 시스템을 바꾸는 극단적 방법은 잘못이다. 산업 및 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