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 : 오형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감사보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이다.
회계 업계의 열악한 환경과 개선의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하나 중요한 공익 인프라로서 외부감사의 보수를 논하기에 앞서 업계가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다소 회의적이다. 자업자득인 측면도 있다.
회계 업계 스스로 덤핑 경쟁을 하면서 퇴직 관료 전직 임원들을 고문으로 영입해 영업하고 있다. 특히 4대 회계법인이 그러한 경쟁에 앞장서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피감 기업들의 불만도 팽배해 있다. 신입 회계사들을 오히려 가르쳐가며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당경쟁-덤핑-저품질의 악순환이다.
감사 업무 과잉의 문제를 살펴보면 연결재무제표 중심 IFRS의 도입으로 감사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회계 당국이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 범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지분 10%만 있어도 연결 대상이 다 된다고 보는 것은 문제이다.
실제 거래 규모, 자산 부채 규모, 우발채무, 특수 관계 규모 등 지배기업에 영향이 큰 종속기업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연결재무제표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
지정감사를 확대해야 하는 기업은 재무구조 개선 약정기업, M&A 기업, 이밖에 주주 20~30%가 주총에서 요구하는 경우 등이 있다. 재무구조 개선 약정기업은 문제 기업이기 때문에 회계 투명성의 확보가 필수이다. 또한 합병 후 말썽의 예방을 위해 인수기업도 최소 1년 이상 지정감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신용등급 기준으로 현저하게 나쁜 투기등급이면서 회사채 CP를 발행한 기업도 예방 차원에서 지정감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반면 지정감사를 줄여야 할 대상은 금융회사나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이다. 금융회사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고, 내부통제와 데이터가 잘 돼있다.
감사 수요의 분산도 필요하다.
12월로 집중된 결산월을 분산시킬 방법은 없다. 유일한 대안은 분기 감사이다. 유가증권시장 및 코스닥 기업, 비상장 금융회사 등에 대해 분기 감사로 가면 1분기 감사 집중에 따른 부실감사의 소지를 덜 수 있다고 본다. 조기에 코스닥 기업의 분식회계를 가려내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