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원 "법인세율 인하, 장기적으로 세수확대 효과"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는 재정위험 상황을 타개하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인하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인세율 인하가 단기적으로는 세수감소를 불러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수확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곽태원 서강대 명예교수는 20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조세일보 주최 '중장기 조세개혁방안 토론회(1차)'에 참석, '중장기 조세정책의 여건과 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법인세 법정최고세율과 평균세율을 경쟁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교수는 "법인세율 인하는 단기적으로 세수감소를 가져올 수 있지만 중기적으로는 기업투자 확대, FDI(외국직접투자) 유입증가, 이익유입, 수출경쟁력 강화 등으로 법인세수의 증가는 물론 고용과 성장의 개선에 따른 소득세나 부가가치세 등 전반적인 세수확대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비중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부가가치세 비중을 서서히 높여가는 방향의 조세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법인세율 인하 필요성에 대한 이유로 곽 교수는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가계저축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이에 따른 외국자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해선 외국자본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세연구원에 따르면 법인세 한계초과부담 추정결과 자본과세 29.8%, 노동과세 21.2%, 일반소비과세 15.5% 등 자원배분의 왜곡이 심각한 수준이다.

곽 교수는 "글로벌한 경제에서 우량기업 유치를 위한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국적 기업들은 명목세율이 낮은 나라로 이전가격 조작을 통해 이익을 이전하고 있다"며 "지금의 법인세 구조는 우리나라 같은 수출중심 경제에는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자본소득세와 관련해선 "법인세 자본소득세 귀착패턴이 (과거와 비교해)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자본소득세 하면 기본적으로 대기업 대주주들이 중요한 납세자였는데 지금은 자본이 법인세율이 낮은 다른 나라로 가버리면 근로자들이 그 세금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법인세 인상이 정의롭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정의롭지 않다"라며 "상속세와 고액자산에 대한 세금도 자본을 외국으로 빼돌리게 하는 효과가 있는 세금이다. 과거같이 조세정책이 소득재분배의 중요한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우리나라 조세정책의 여건이 전례없이 높은 재정위험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그 원인으로 ▲복지재정지출의 빠른 팽창 ▲통일안보와 관련한 잠재적·현재적 재정수요 ▲안전투자 및 안전관련 규제강화 등 새로운 재정수요의 발생 ▲경기회복의 지연 등을 꼽았다.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정부가 발표하는 국가채무의 대 GDP 비율을 보면 재정이 건전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공공기관의 부채를 포함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선진국의 경험에 의하면 국가채무 비율은 삽시간에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속적이고 충분한 성장은 재정 지속가능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성장률의 둔화는 그 자체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다"며 "경제성장은 그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담세력을 증가시키고 복지재정수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