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재원 마련하려 마구잡이식 세원 확보 나서 마찰
국세청 정보화로 촘촘해진 감시망 활동영역 넓어져
◆…국세청의 정보시스템 발달로 탈루 세액의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졌다. 징세당국의 활동 반경도 그만큼 넓어졌다. (사진 = 김용진 기자)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조세행정이 끝 간 데를 모르고 있다. 복지재원 마련의 늪에 빠진 정부가 세수증대를 위해 대상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식 세원 확보에 나선 데다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나서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세금폭탄을 맞은 기업의 조세불복과 자영업자들의 조세저항이 잇따라 후유증이 심상치 않다. 경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세무조사를 강화해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세수확보 정책은 아파트 부녀회가 주축이 되어 벌어들이는 잡수입에 까지 세금을 부과할 정도로 저인망식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샐러리맨의 부당소득 공제 조사대상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서민들의 유리지갑을 뒤지는 것은 당연지사가 됐다.
세무전문가들은 “국세청의 정보시스템이 발달함에 따라 과거보다 탈루세액을 찾아내는 등의 세원을 추적하기가 쉬워졌다”며 “국세청의 감시망이 촘촘해진 만큼 일선 징세당국의 활동 반경이 넓어져 납세자의 피로도가 증가할 여지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세입예산을 지난해 추경보다 8조 1천억 원 증액한 218조 5천억 원 규모로 수립했다. 이에 따라 올해 정부가 거둬들여야 할 세액은 지난해보다도 16조 6천억 원이 더 증액돼 과세당국의 쥐어짜기 세수 확보 노력은 불가피해졌다.
올 세입예산 중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총 예산의 93.8%인 204조 9천억 원으로 지난해 실적 190조 2천억 원에 비해 7.7% 늘어났다. 국세청은 이같은 세수목표 달성을 위해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현장정보 수집과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활용해 성형외과, 룸살롱·나이트클럽 등 유흥업소, 대형음식점 등 탈루 가능성이 큰 업종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여 탈루 소득은 철저하게 환수할 방침이다.
또 부동산 임대업, 고금리 대부업, 금 거래, 리베이트 수수 등 탈세 가능성이 큰 분야에 대해서도 현장 정보와 과세자료를 적극 활용해 수입금액과 비용의 적정성 여부를 정밀 검증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난해 실제 거둔 세입보다 16조 6천억 원이나 많은 올 세수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달리 전반적인 경제상항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근저를 이루며 부동산 경기와 내수시장 침체 등이 지속되면서 소위 돈 나올 구멍이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으나 추경을 거쳐 감액한 목표액조차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세수확보에 나서는 바람에 세무행정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조세저항이 거세지는 후유증을 불러왔다.
이한구 의원(새누리당)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세관련 행정소송에서 과세당국의 패소율이 2012년도의 11.7%에서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12.9%를 기록, 징세행정이 무리하게 추진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신한은행의 브랜드사용료에 대해 세금을 추징한 사례는 밀어붙이기식 징세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국세청은 신한은행이 2008년 이후 5년간 지주사에 지급한 브랜드사용료에 대해 1300억원의 세금을 추징 통보했다가 철회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세수확보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다보니 과세논리가 오락가락하는 줄도 모르고 추징 통보부터 하고 보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국세청은 불과 2년 전만해도 신한금융지주가 신한은행으로부터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은 것은 금융지주사의 부당지원이라며 지주사에 거액의 세금을 부과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반대 논리로 또 다른 과세를 하는 바람에 비난을 자초했다.
세수부족 타개를 위한 정부의 칼날은 지하경제양성화를 구실로 주로 개인사업자를 겨누고 있는 모습이다. 김현미 의원(민주당)은 국정감사를 통해 지난 2009년 이후 4년간 법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17.6% 증가한 반면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같은 기간 3069건에서 4563건으로 48.7%나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증세 없는 세수확보를 추진하다보니 마땅히 거둘 데가 없어 자영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뚜레주르에 이어 파리바게뜨 가맹점을 대상으로 매출 누락분을 신고 받으며 프랜차이즈 업계를 집중 관리하고 나선 것은 메가톤급 파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프렌차이즈 본부와 가맹점의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를 크로스 체크하다 보니 세원을 파악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파리바게뜨 이후에는 POS를 사용하는 커피, 학원, 약국, 외식업체, 분식집 등 프랜차이즈 업계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관련업계가 추산한 커피·치킨·피자·편의점·패스트푸드·학원 등 국내 67개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약 7만~8만개에 달한다.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부족한 세수를 메우려 애쓰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연말 쌍꺼풀 수술, 코성형 수풀, 지방흡입술 등 미용목적의 성형수술에까지 부가세 부과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또한 그동안 비과세로 처리하던 대학병원의 임상시험 연구용역비에 대해 부가가치를 납부하라고 통보, 세수 부족으로 인한 불똥이 의료연구분야에 까지 튀고 있다.
세무전문가들은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기업 자영업자 근로소득자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것은 하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제는 세수부족에 대한 대응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에 대해 무리한 과세는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세무조사를 상시화 하는 등 땜질식 접근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고 국민들의 조세저항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활성화를 통해 파이를 키움으로써 기업의 세수가 커지고 투자와 소비가 늘어나도록 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