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수십년 관행 하루 아침에 뒤집고 '중과세'

정유업체 관계자는 “투입된 원재료를 구분해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관세환급규정에도 구체적인 적용규정이 없었다”며 “그동안 업계와 세무당국이 서로 협의한 기준을 관행적으로 적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관세청은 작년 7월 수출품에 대한 관세환급금 산정 기준을 처음으로 만들어 발표하고 이를 적용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정유회사들은 부랴부랴 새로 만들어진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내부규정과 서식을 고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지난 12월 난데없이 7월에 만들어진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이전 5년치 관세환급금이 과다 계상되었으니 그 차액을 추가징수하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원가기준을 바꾸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제대로된 현장 조사나 실무협의도 없이 무리하게 기준을 만들었다”고 지적하고 “더욱이 새로 만들어진 기준을 과거 5년치에 적용하는 것은 세무와 회계규정을 떠나 일반 상식에도 어긋나는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관세청 관계자는 "환급금 추징은 2012년부터 진행된 사안으로 새로 제정된 고시와 관련이 없다"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 때도 업체들과 충분히 협의했고 새로운 기준 적용도 고시일 이후 부터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 시행 앞두고 합리적인 예고기간과 절차 거쳐야

이번 조치에 대해 세무전문가들도 지나친 행정편의식 발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세수확보를 위해 이같은 일이 빈번한 점을 우려했다.

인천대 홍기용 교수는 “업계의 오랜 관례이고 세무당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면 ‘관습법’으로 간주할 수 있다”며 “과거 실행분을 소급적용하는 것은 조세저항이 클 것”이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중견기업 세무결산을 해주고 있는 세무사는 “오랜 업계 관행은 이미 조세당국과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추징을 당한 기업과 불복소송을 준비중인데 이전 판례나 유사 사례가 많아 승소를 예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전경련 홍성일 팀장은 “해당 기업들이 추징금액을 당기비용으로 떨지 않고 이연법인세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며 “세무사나 변호사 등과 협의한 결과 조세심판 청구 등을 통해 추징금을 되돌려 받을 것이 확실시 돼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지 않았다”고 무리한 조세행정에 대한 기업들의 반발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해 조세불복으로 국세청이 되돌려 준 돈은 8121억원으로 2012년이나 2011년에 비해 3배가량 늘어 난 것으로 국회에 보고되기도 했다. 

무리한 과세가 기업의 경영행위를 저해하고 경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세무담당 임원은 “오랫동안 반복된 행위에 대해 갑자기 규제를 하면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기업경영이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12월 전경련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세관련 설문조사에서도 기업들은 과세당국의 과도한 법해석을 가장 먼저 고쳐야 할 항목으로 꼽았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서는 기업을 압박한다고 세수가 늘지 않는다”며 과도한 과세가 세수확보는 못하고 기업활동만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경련 홍성일 조세금융팀장은 “새로운 법과 적용기준의 시행을 위해서는 충분한 예고나 계도 기간을 두어 법을 지키고 따를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줘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