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여를 받을 때는 한 사람보다 여러 사람이 나누어 받는 것이 세금(증여세)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증여세의 경우 누가 얼마를 받았는가를 중심으로 세금이 계산되며 이에 여러 사람이 재산을 쪼개 받으면 더 낮은 세율이 적용되게 됩니다.
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이른바 '교차증여'를 활용하는 납세자들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많은 금액을 증여하기보다 두 사람 이상이 교차해 증여하는 게 세금이 적어지기 때문이죠. 이를 테면 동업자가 각각의 자녀들에게 서로서로 증여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교차증여로 세금을 줄이려던 납세자가 국세청의 제동으로 세테크가 실패하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을까요.
□ "합법적 절세, 뭐가 문제냐?" = 남매지간이었던 B씨와 C씨는 자신들이 소유한 모 중견기업 주식의 일부를 각각의 자녀들에게 증여를 합니다. 아들, 딸을 막론하고 손자들에게까지도 교차증여 대상이 됐습니다.
교차증여는 세무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절세방법 중 하나입니다. 즉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교차증여 행위에 국세청이 제동을 걸고 나섰습니다. 이들의 행위를 편법으로 간주, 세금을 부과한 것입니다.
이에 즉각 반발한 이들은 교차증여에 대한 예규 등을 토대로 합법적 절세로 인정되어 온 관행을 신뢰해 교차증여를 했음에도 불구, 과세당국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법령해석을 바탕으로 과세했다며 과세처분 취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제3자를 이용, 부당한 목적으로 증여세를 감소시키려 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세당국은 "이들의 교차증여 행위는 오직 부당하게 증여세를 감소시키려는 목적 외에 어떠한 합리적인 이유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면서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상대방의 자녀에게 교차증여를 했다는 것은 증여자들이 서로 짜고 서로(제3자)를 이용한 것"이라고 과세처분의 정당성을 주장했습니다.
□ "교묘한 교차증여, 수상한 목적 인정된다" = 이들이 제기한 불복사건을 심리한 조세심판원은 결국 과세당국의 정당성을 인정했습니다.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려는 목적으로 동일한 주식수 만을 서로의 자녀에게 증여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남매지간인 이들이 자녀들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동일한 주식수만을 증여하도록 계약서를 작성했다"며 "이 같은 교차증여는 청구인들의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키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또 "현행법상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나 둘 이상의 행위 또는 거래를 거치는 방법으로 상속세나 증여세를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당사자가 직접 거래한 것으로 보고 세법을 적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증여세 과세처분이 종전 비과세 관행을 변경한 새로운 해석으로 보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과세관청이 청구인들의 교차증여 행위에 대해 과세한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2서53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