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50년 숙원사업 지키고…남은 과제 해결 적임자"
정 회장, “회원들 넘치는 칭찬, 진심인지 확인해 보고싶어”
정구정 현 세무사회장은 지난 2003년 4월부터 2005년 3월까지 23대 회장으로 재임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당선되어 오는 6월말까지 임기를 5개월 남겨두고 있다.
그는 23대회장으로 재직시에는 세무사법 개정에 몰두해 변호사들의 세무사 진출을 막아냈고, 지난 2011년에는 회계사들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던 세무사자격을 앞으로는 못주도록 관련 세무사법을 개정해 내는데 성공함으로써 세무사들의 50년 숙원을 해결한 회장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를 세무사업계의 영웅이라고도 하고 있다.
그런 큰 명예를 얻었으면서도 왜 욕을 먹으면서까지 또 세무사회장에 도전하려 할까? 적지 않은 세무사들이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세무사회 회칙상 순조롭게 도전이 가능하다면 아무도 말릴 사람이 없겠지만 현행 세무사회 회칙 23조가 중임을 제한하고 있는데도 이를 '유권해석'이라는 방법으로 제한을 푼 후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를 동원하고, 박수칠 때 떠나라는 등 주위의 만류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왜 욕먹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3선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임시총회 소집요구서'에서 그 이유를 읽을 수 있었다.
정 회장은 지난 2003년과 2011년 그리고 2012년에 개정한 세무사법과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의하여 △공인회계사와 변호사가 세무사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공인회계사에 대한 세무사자동자격을 폐지하였으며 △2004.1.1. 이후 매년 배출되는 2500명의 변호사(사법시험합격자 1천명 +로스쿨졸업변호사 1,500명)는 세무사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를 개선한 공을 가지고 있다.
또 △공인회계사와 경영지도사가 독점적으로 수행하였던 기업(재무)진단업무를 세무사도 할 수 있도록 했고 △경영지도사는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한편 세무사에 대한 전자신고세액공제와 지급조서전자제출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등 세무사들에 큰 도움이 되는 제도개선은 모두 자신이 이루어 내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즉 과거 세무사회가 성취하지 못했던 50년 숙원사업들을 자신이 대부분 성취했다는 긍지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무엇보다 3선을 고민하게된 큰 자신감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자신감과 함께 자신이 이뤄놓은 50년 숙원사업들을 지키고, 조세소송대리권 획득 등 세무사의 업무영역을 확대하고 위상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대내외적인 업무추진능력이 탁월한 정구정 회장이 다시 한번 회장을 맡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또한 '중임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변호사회, 회계사회, 관세사회, 노무사회, 변리사회, 건축사회,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회 등 다른 자격사단체의 경우처럼 회원의 이익증대와 세무사회 발전 그리고 회무의 연속성을 확대하기 위해 세무사회도 일 잘하는 회장이 한번 더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도 그를 고민하게 했던 이유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그는 자신이 지금 떠날 경우 새로운 회장이 자신만큼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툭 깨놓고 지금 세무사업계에서 거론되는 후임 회장후보군들은 아무도 '감이 안된다'고 보는 것.
다른 후보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일이지만 실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함께 정 회장은 사석에서 "그동안 세무사회를 위해 많은 일을 해 왔습니다. 제가 회장을 해서 회원들이 손해본 것이 전혀 없습니다. 회원님들은 남는 장사를 했다고 저는 자신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했다는 칭찬을 보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칭찬이 진정인지 알고 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회원들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유권해석에 찬성을 해준다면 저는 행복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미련없이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회장을 다시한번 '하고 안하고는' 제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회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면 죽기 살기로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무사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약이 될 것입니다. 2005년 음해를 당해 황망하게 회장을 물러면서 마음의 찌꺼기가 너무 많았지만 이번에는 담담합니다"라는 말도 했다.
◆정구정 회장 3선(選)도전 가능할까?…반대의견 만만찮아 장담 못해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정구정 회장의 3선도전은 가능할까?
내달 5일 소집해놓은 임시총회에서 쟁점인 '유권해석'에 대해 회원들의 찬성비율이 과반수를 넘게되면 정구정 회장은 3선에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정 회장은 임영득, 나오연 전 회장에 이어 논란을 일으키며 3선에 도전하는 세 번째 회장으로 기록된다.
정 회장이 3선에 도전하게되면 두 전직 회장들의 선례에 따른 것으로 특히 두 전직 회장(임영득, 나오연)중 임영득 전 회장의 경우와 유사하다.
나오연 전 회장은 2년씩 연임(4년)을 한 후 한번 더 도전한 케이스인 반면 임영득 전 회장은 1979년 4월부터 1981년 3월까지 제10대 회장으로 재임한 후 4년을 건너뛰어 1985년 4월부터 1987년 3월까지 14대 회장을 재임한 후 87년 4월 상임이사회에서 회칙의 '유권해석'이라는 과정을 거쳐 재출마했고, 당선됐다.
1979년 세무사회칙에 중임제한 규정이 도입될 당시의 부칙조항에 따라 당시 회장이었던 임영득 전 회장은 87년 3선출마에 장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상임이사회에서 이 문제가 왜 논란이 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구정 회장은 임기 2년(2003년 4월~2005년 3월)의 회장을 지낸 후 6년이 지나 다시 임기 2년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한번 만 더(2년) 연임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식상으로 임 전 회장의 수순과 비슷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문제는 정 회장의 3선도전이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가 관건이다.
현재 세무사회 회칙 23조 6항 "회장 및 감사는 1차에 한하여 중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법상식은 '평생 두 번만 할 수 있다'는 의미라는 게 법전문가들의 확고한 해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회칙에도 불구하고 전직 두 회장들이 걸림돌 없이 3선에 도전을 했고, 그 중 한 명은 회원들로부터 선택을 받아 당선되어 회장직을 수행했다는 선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무사회에 따르면 이들 전직 회장들이 3선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은 중임제한 규정에 대한 회칙을 '유권해석'이라는 방법과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성사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회장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 법원을 통한 방법보다는 회원들의 뜻을 묻는 '유권해석'을 통한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이 유권해석을 통한 방법을 선택하면서 상임이사회에서도 처리가 가능한 문제를 굳이 임시총회를 소집해 회원들의 직접적인 의견을 묻기로 한 것은 회원들로부터 자신에 대한 출마여부를 묻는 일종의 '신임투표'까지를 염두에 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이 3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가 내놓은 카드인 전체 회원들에게 묻는 임시총회에서 참석회원들의 과반수의 득표를 얻어야 한다.
정 회장측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이사회에서 유권해석으로 밀어 붙일수도 있지만 이후 불어닥쳤던 '당선무효소송과 회장직무정지 가처분' 등 법적 파장을 감안해 임시총회에서 전체회원들에게 총의를 묻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
이와 관련 정 회장측 관계자는 "정 회장은 당초에는 참석회원 2/3의 동의가 필요한 회칙개정까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안다"며, "일부 반대측에서 반대논리를 들고 나오겠지만 정 회장이 그동안 세무사회의 발전을 위해 희생하고 뿌린 열정이라면 과반수의 득표는 무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정 회장측의 생각이 순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가장 먼저 왜 26년전 사례를 들어 깔끔하지 못한 '유권해석으로 가느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회원들의 2/3 동의가 필요한 회칙개정을 피하고, 과반만 필요한 유권해석을 선택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정 회장측의 반론은 아직 듣지 못했다.
이와 함께 유권해석과 관련한 반대논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의 3선을 주장한 임시총회 소집요구서의 중임에 대한 유권해석 논리와는 달리 일반적인 법 해석의 논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 일관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무사고시회를 비롯해 전현직 서울지방세무사회장단이 유권해석보다는 회칙개정을 요구하고 나서는가 하면 업계의 여러 임의단체들도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