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면서
안녕하십니까. 저는 2015년 제 50회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 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하게 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 정제원(27)이라고 합니다. 회계사 공부를 하면서 힘들 때마다 회계사 선배님들의 수기를 읽으며 힘을 내고는 했었는데, 제가 이렇게 수기를 작성하게 되니 영광스럽기도 하고 감회가 새롭습니다.
준비생 시절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수기를 쓰는 입장에서 수험생 시절을 미화하고 과장하는 것보다 제가 느꼈던 감정과 했던 공부를 솔직하게 보여드리는 것이 읽으시는 분들께서 더욱 공감하고 참고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소한 수기가 힘들고 지치신 분들에게 공감을 가져다 드리고 더 나아가 힘을 낼 수 있는 조그마한 계기가 되면 정말 뿌듯할 것 같습니다.
2. 수험기간별 공부일지
① 공부를 시작하면서 (2012.05~2012.08)
군대생활을 하면서 제대 후 회계사 공부를 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왔지만, 회계사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제가 정말 하고 싶은지, 주위에서 많이 한다고 그 흐름에 편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대 후 무엇이라도 빨리 시작해야한다는 촉박함이 있었고 무턱대고 중급회계, 원가회계 기본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을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회계사 공부에 진입하는 것에 대한 불안함과 끊임없는 자기물음이 반복되었고, 이 시기에 오랫동안 만난 여자 친구와 헤어지기도 하면서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방황과 슬럼프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수강하는 중급회계 수업 교수님이 빅펌 회계법인 파트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교수님께 회계법인에 직접 방문하여 상담을 받고 싶다고 말씀드렸고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회계법인에 방문하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회계법인 내에서 일에 몰두하며 업무를 수행하는 수많은 회계사 선배님들의 모습과 회계법인에서의 파트너로서 말씀해주시는 이야기들이 저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실제로 어떠한 일을 하는지, 어떠한 성향의 사람이 즐겁게 일 할 수 있는지를 들으면서 저는 회계사가 되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회계사 공부를 해야 하나 여부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은 회계사 공부를 결코 쉽게 보고 진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학생들이 회계사 공부를 하는 것을 보며 크게 고민하지 않고 진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고통스럽고 젊은 나이에 포기해야 할 것도 많으며 몇 년을 이 공부에 매달려 있을지 함부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회계사 수험생활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자신이 이 공부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확신을 갖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결과의 결심이 강한 만큼 힘든 과정도 이겨내고 남들보다 좀 더 목표 지향적으로 생활하여 합격확률을 높이고 수험기간을 줄이는 것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② 본격적인 공부 그리고 1차 시험의 낙방 (2012.08~2013.02)
본격적인 공부의 시작을 위해 2학기를 휴학하고 종로 주변에서 자취를 하며 가을 종합반 현장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하지만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촉박함 때문인지 현장강의는 온라인강의와 달리 1배속으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랑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으로 다니다보니 수업 중에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았고 하루 종일 강의만 듣고 혼자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결국 저는 한 달 반 만에 현장강의 환불을 받고 인천으로 돌아와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수강하였습니다.
현장강의가 결코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 강의 특성상 규칙적이고 변동성 없이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며, 앞에서 선생님이 직접 가르치기 때문에 오히려 집중이 잘 되고 즐겁게 공부하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온라인 강의는 배속을 조절할 수 있어 빨리 강의를 수강하고 자신의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다른 유혹에 흔들리기 쉽고 자신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는 온라인 강의가 맞는 타입이었지만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무턱대고 현장강의를 신청하여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온라인 강의와 현장 강의 중 무엇이 답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본인이 현장강의 스타일인지 온라인강의 스타일인지 꼭 생각해보고 공부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1차 시험 때 까지 집주변 도서관에서 혼자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며 공부하였습니다. 온라인강의를 통해 전 과목 기본강의와 재무회계, 원가관리, 경제학 객관식 강의만을 수강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2013년도의 난이도를 감당하기에 저의 공부양은 부족했고. 결국 낙방의 쓴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③ 마지막 도전 그리고 1차합격 (2013.07~2014.02)
1차 시험을 낙방하고 나서 저는 이 공부를 계속하여 결국 합격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이 무척 크게 느껴졌습니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그 누구보다 확신을 갖고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낙방을 하고 나니 이 공부를 계속하고 내년에도 똑같이 낙방을 한다면 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드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결국 저는 봄학기에 복학하여 학교 강의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꽉 채워서 학교를 다녔습니다. 집이 인천이고 학교는 서울이라 통학을 하며 딱히 CPA를 공부할 시간이 있지도 않았고 학교에서 전공으로 듣는 관련과목 몇 과목이 이시기에 제가 했던 CPA의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내면서도 ‘미련’이 남았습니다. 인천에서 서울로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동안 계속 이렇게 패배감을 안고 생활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결국 정말 마지막으로 모든 걸 쏟아보자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먹었고 가을학기 때 휴학을 하여 7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다시 인천주변 도서관에서 홀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전년도에 제일 어려워했던 세법강의는 기본강의부터 충실히 다시 수강하였고, 재무회계와 원가관리 동차강의와 재무관리, 세무회계 심화강의를 수강하며 이전에 어렵다고 생각했거나 놓쳤던 부분들에 대해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어보면서 자신감도 얻게 되었습니다.
심화강의와 동차강의들을 수강하고 나서는 바로 객관식 강의들을 수강하였습니다. 작년 1차 시험을 보며 아는 것과 문제를 푸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뒤 한 과목도 빠짐없이 객관식강의를 수강하였습니다. 모든 과목을 객관식 강의를 수강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분들도 계시지만 객관식강의 역시 기본 개념설명도 수반되기 때문에 개념 복습과 많은 문제들을 푸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혼자 1차 공부를 했던 이시기는 심적으로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평소 활발하고 사람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제가 가족이 집에 없는 날에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기 까지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 알고 혼자 무척이나 우울해하고 외로워했던 기억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매일 혼자 밥을 먹는 시간은 공부시간을 위해 그저 빨리 배를 채우는 시간일 뿐이었고 하루 공부양 중 한 과목을 마치고 5분 정도 바람을 쐬며 음악을 듣는 것이 유일한 하루의 낙이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합격수기에는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공부를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불안감 같은 것은 없다는 글들을 보았지만 저는 그들과 달리 하루 종일 공부를 하고 집에 갈 때도 항상 불안하고 걱정하고는 했습니다. 불면증과 강박증은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1차 시험장에 들어갈 때 전년도와 다르게 들었던 유일한 생각은 ‘정말 할 만큼 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역량에 한해서 할 수 있을 만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어진다면 그것은 제가 회계사가 될 깜냥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결과 2014년 1차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1차 시험이 전년도와 다르게 쉽게 나와서 많은 수험생들이 커트라인에 대한 고민들을 많이 하고는 했는데, 다행히도 안전하게 합격할 수 있는 가채점결과가 나와 큰 불안감 없이 2차공부에 돌입할 수 있었습니다.
④ 2차 공부 그리고 최종합격 (2014.3~)
2차 공부를 시작하면서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차 공부를 홀로 하며 심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지친 상태였고 4개월 동안 매진하기 위해서는 나보다 더욱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저는 학교 주변에 고시원을 구했고 학교 고시반에 들어갔습니다.
사실 1차 공부 할 때에는 1차만 통과하면 2차 시험 정도는 쉽게 통과하겠지라는 잘못된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의 유형과는 비교 할 수 없는 2차 과목들의 문제 크기와 양에 압도당하였습니다. 한 문제를 푸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고, 가뜩이나 휘발성이 강한 기존 내용에 더하여 새로운 개념들을 머릿속에 넣는 것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예상과 달리 하루에 앉아있어야 하는 시간은 1차 공부 때 보다 더욱 많이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강의를 듣고 복습을 했지만 항상 목표량을 채우지 못하고 지쳐버렸습니다. 저는 ‘억지로라도’ 복습을 하는 동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세무회계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스터디에 참여하였습니다. 당시 고시반에서 알게 된 저의 친구들이 서로 마음도 맞을 뿐만 아니라 무척이나 성실하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스터디를 구성하였고 매일 매일 스터디를 참여하여 회독수를 늘렸습니다.
2차 공부할 때는 1차 공부시기와는 달리 큰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동차 때 회계감사 1유예라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유예시기에는 겨울 때 시작한 유예강의를 수강하고 회계감사 모든 선생님들의 GS강의를 수강하며 최대한 보수적으로 공부하였으며 그 결과 2015년 최종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3.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
위에 수험기간동안의 내용 중에 기재된 것들 외에도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의 성격과 특성이 반영된, 어쩌면 주관적일 수도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반드시 그렇게 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참고하시고 본인에게 맞는 사항이라고 생각하시는 것만 취하시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① 꼼꼼히 공부하기보다는 빨리 공부하는 것
CPA 수험생 분들의 성향은 크게 둘로 나뉘는 것 같습니다. 꼼꼼히 모든 것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분들과 진도를 빨리 빼서 회독을 끝내고 다시 회독을 시작하는 분들로 나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의 성향 즉, 빨리 진도를 빼고 처음으로 돌아가 복습을 하는 준비생이 CPA 수험공부에서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CPA 과목들의 공부양은 정말 방대합니다.
또한 오늘 공부한 것이 1주일 후면 가물가물 해지는 것처럼 휘발성이 무척 강합니다. 강의를 수강할 때 물론 선생님께서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판서해주는 것들은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당일 날 배운 것 혹은 오늘 복습하는 것들을 시험장 들어갈 때까지 머릿속에 넣고 있겠다는 마음으로 복습을 하게 되면 복습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회독 수는 줄어들게 됩니다. 회독 수 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열심히 공부를 하는 수험생 사이에서의 회독 수는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똑같은 책을 한번 꼼꼼히 공부하는 것 보다 빨리 여러 번 공부하는 것이 다음번에 복습 할때도 시간을 단축시키고, 해당 개념을 다시 습득하고 상기시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차 줄어들게 됩니다. 힘드시겠지만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다음 회독 때 제대로 하고 지금은 넘어가야지’라는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독수를 늘리다보면 쉽고 기본적인 것들은 복습속도가 빨라지고 이에 따라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② 서로 잘 통하는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를 찾자
앞서 언급했듯이 저는 1차 공부할 때가 더욱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2차 공부양이 주어진 시간을 고려하면 해야 할 것이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제가 2차 공부를 큰 시행착오 없이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와 잘 통하면서도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과 수험기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2차 수험기간을 보낸 친구들은 같이 이야기 할 때 너무나도 재미있고 서로의 어려움과 고민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동시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친한 친구들이지만 제가 나태해질 때마다 항상 저에게 자극을 주었고 제가 모르는 것들을 쉽게 푸는 친구들을 보며 긴장하고 정신을 바로 차리고는 했습니다.
친구들이 열심히 하지 않는 친구들이었다면 저 역시 그것에 영향을 받아 나태해지거나 게으르게 생활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2차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에게 항상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 ‘너네 없었으면 난 지금 1차 공부 다시하고 있거나 CPA 포기 했을거야’입니다. 그만큼 저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다.
③ 힘든 몸과 정신을 회복하려고 하기보다는 당연하게 생각하기
우선 1주일에 주말 하루 정도는 반드시 휴식을 취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6일 중에 갑자기 멘탈이 너무 흔들린다거나 몸이 너무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찍 공부를 마치는 것은 추천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저 역시 평범한 수험생인지라 수험기간 동안 몇 번 씩이나 평일에 위와 같은 이유로 일찍 공부를 마치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수험기간을 지내오며 터득한 노하우 덕분에 그러한 날들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냥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체력적으로 원래 뛰어나거나 원래 멘탈이 누구보다 강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저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은 당연히 이러한 수험기간이 체력적으로 힘들고 정신적으로도 힘이 듭니다. 이처럼 당연한 것들이 마치 그래서는 안 되는 것처럼 쉬거나 행동한다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공부하는 중에도 온 몸이 쑤시고 쪼그라드는 느낌으로 하루를 보냈고 정신적으로도 밤에 불안하여 잠을 못자는 불면증, 해야 할 것을 못했을 때 느끼는 강박증을 달고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몸이 힘들고 정신이 힘든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니 오히려 이렇게 힘든 것이 내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증거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전환을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나처럼 힘들어 한다는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④ 계획표를 꼭 작성하기
저는 원래 꼼꼼한 성격의 사람이 아니라 일기나 계획표 같은 것들을 쓰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CPA수험기간 만큼은 계획표를 작성하였고 이를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 수험공부의 최종 목표인 합격만을 목표로 설정하고 하루하루 공부하기에는 그 목표가 추상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주 일요일 밤에 다음 주 계획표를 작성하고는 했습니다. 매일 공부를 끝마치고 계획표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 것을 체크할 때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계획표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스스로 반성하게 되고 더욱 채찍질하는 계기를 제공해주었습니다.
또한 계획표 작성은 전체적으로 내가 어느 단계에 와있고 다음에 공부할 과목은 무엇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매일 계획표를 확인하게 되면 본인의 페이스나 수험기간 전체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데 도움이 되고 시간을 보다 효율적이며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⑤ 2차 동차 공부 시 Tip
1차 시험의 점수가 2차 점수로 이어지지는 것은 아니지만 2차 수험기간의 전략을 짜는데 참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남들보다 높은 점수로 1차를 통과하셨다면 5과목 모두 가져가거나 회계감사를 제외하시는 것이 전략적일 수 있습니다. 1차 시험의 점수가 남들보다 높다는 것은 재무회계, 세무회계, 원가관리, 재무관리에 있어서 비교우위가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5과목을 모두 공부하였지만 중간에 남은 공부양을 고려했을 때 회계감사를 제외해야겠다는 판단을 하였고 이것이 전략적으로 작용했습니다. 1차 시험을 통과하였지만 낮은 점수로 통과하신 분들은 세무회계를 제외하고 공부하시는 것이 전략적이실 수 있습니다. 세무회계는 양이 방대하고 공부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하는 과목입니다. 따라서 1차 때 모두가 공부하지 않은 회계감사를 선택하고 세무회계를 제외함으로써 다른 1차 합격생들과의 경쟁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유리하게 끌고 나가는 것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가관리와 재무관리는 당일 컨디션에 영향도 많이 받고 다른 과목들 보다는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꼭 들고 가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저는 2차 공부할 때 온라인 강의를 최대한 빨리 수강하였습니다. 하루에 8~9강을 매일 같이 듣고 당일에 빠르게 복습하였습니다. 당해 연도 강의가 업데이트 되지 않은 경우에는 전년도 강의를 수강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강의를 듣다보니 5월 첫째 주까지 모든 과목(회계감사제외)을 수강하였고 그 이후에는 회독수를 늘려가며 문제를 풀었습니다. 2차 합격을 위해서는 문제를 혼자 많이 푸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강의를 듣고 있으면 무척이나 불안할 것이라고 저는 판단하였습니다.
4. 과목별 공부 방법
① 재무회계
재무회계는 CPA공부의 가장 기본이 되는 과목입니다. 모든 수험생들이 제일 먼저 시작하는 과목이고 제일 많이 보는 과목이기 때문에 경쟁력은 얼마나 빠르게 풀 수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재무회계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문제 푸는 틀을 반복적으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해당 단원의 문제가 나오면 아무것도 쓰지 않고 깊이 고민하기 보다는 단원에서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틀을 그리면서 생각을 하는 습관을 길들였습니다.
가끔 고급회계를 제외하고 1차 시험장에 들어가도 되냐고 묻는 후배들이 있습니다. 고급회계 과목 이름이 ‘고급’이라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는데 고급회계는 중급회계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는 고급회계보다 중급회계가 양이 더 많고 휘발성도 강하게 느꼈습니다. 고급회계가 주로 두 개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겠지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중급회계의 문제들보다 쉽고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것이 고급회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② 세법
세법은 제가 수험공부를 하면서 가장 힘들어 했던 과목이었습니다. 우선 압도적인 양과 암기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 공부할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게 되는 과목이었습니다. 저는 세법만큼은 정말 자신과 맞는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대세를 따르기 보다는 여러 인터넷 강의 오리엔테이션을 들어보고 선생님과 본인 간에 성향이 맞을 것 같은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이 끝이 안 보이는 세법과목을 견디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한 저는 세법 기본서에 충실하기보다는 서브노트 위주로 공부하였습니다. 세법 기본서를 볼 때 마다 이 많은 양을 소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이 너무나 컸었고 이에 따라 서브노트 위주로 하되 이 안의 모든 내용은 숙지하자라는 자세로 공부하였습니다. 서브노트를 위주로 공부하다가 어느 정도 내용이 숙지가 되고 논리가 이해가 되었을 때 기본서를 보는 것이 부담도 적고 기본서의 논리 역시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모든 과목들이 한 가지 책으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특히 세법만큼은 한가지 책으로 밀고 나가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법적인 내용을 묻는 것과 계산을 묻는 것들이 혼합되어서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회독수를 늘려가며 어느 위치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어렴풋이 떠올리거나 어떠한 풀이과정을 필기했었는지가 떠오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목이기 때문입니다.
③ 재무관리
개인적으로는 다른 과목들보다 저의 적성에 맞다고 생각하며 공부했던 과목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암기량이 적은 대신에 풀이를 생각해 내는 센스나 감각이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끔 재무관리 문제를 푸는 것에 대해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문제를 풀면서 문제 해결능력을 익히고 또한 문제를 풀면서 개념에 대한 이해가 확실해 지는 과목 중 하나입니다.
하루 공부계획을 짤 때 암기과목인 세법, 상법, 경영학등과 병행하여 공부하게 되면 하루 공부에 있어 부담도 줄어드는 느낌이 있고 재무관리를 공부하며 개인적으로 환기를 시킨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문제를 풀면서도 단순히 짜여진 틀에 모든 문제를 기계적으로 풀려고 하기 보다는 사용하는 식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각 기호들이 어떠한 것을 나타내는지 항상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④ 원가관리
1차 시험에 있어 회계학 시험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단순히 재무회계에 집중하고 원가관리에 소홀히 한 채 시험장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원가관리 문제가 단순하고 쉽게 나오면 정말 빠른 시간에 답을 구해서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연습을 하게 되면 문제를 단순히 읽어보고 자신이 풀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 다른 과목들 보다는 쉽게 판단이 되므로 1차 공부에 있어서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2차 공부 시에는 원가관리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1차 공부를 하며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놓지 않으면 2차 공부를 하면서 제일 힘들어 하고 포기하게 되는 과목이기 쉽습니다.
바로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2차 공부를 하며 난이도가 제일 급격히 상승하는 과목이 원가관리과목입니다. 문제가 워낙 크게 나오고 너무나 많은 자료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해야 하며 문제가 긴만큼 언어적인 이해 능력도 요구됩니다. 그 어떤 과목들 보다 한 문제를 푸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차 수험기간 내내 꾸준히 문제를 푸는 것이 그나마 원가관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⑤ 상법, 경제학, 경영학
상법은 법조문 뿐만아니라 해당 법의 판례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중요한 법 문구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외우면서 판례를 떠올리고, 판례를 공부하면서 이것이 무슨 법조문과 관련된 것인지 항상 생각하는 것이 서로 상호보완적으로 도움을 줍니다. 암기과목에 약했던 저는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외우려고 하기보다는 법 문구를 읽으며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암기하였습니다. 그 어떠한 과목보다 순수 암기과목이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점수로 보상받는 과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밥 먹는 시간이나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활용하여 틈틈이 보는 것도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경제학은 크게 미시경제학 거시경제학으로 나뉩니다. 미시경제학은 조금 더 숫자적이고 거시경제학은 조금 더 논리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시경제학을 공부할 때에는 그래프를 혼자서 많이 그려보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각 종 표나 그래프에 친숙해지면 문제를 해석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기 때문에 실전에서 응용문제를 접하게 되어도 크게 당황하시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거시경제학이 미시경제학보다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조금의 가정이라도 변하게 되면 답이나 논리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변수들 간의 상호관계를 완벽히 이해해야만 좋은 점수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경영학은 다른 과목들보다는 쉽고 투자되는 시간도 많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정말 기본적이고 꼭 암기해야 할 것들은 확실하게 암기를 해야 고득점을 할 수 있습니다. 다른 과목들 보다는 문제를 푸는 연습을 하는 필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막상 문제를 풀게 되면 기존에 자신이 공부하는 책으로 눈에 익히고 암기한 것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으니 적당한 정도의 문제는 풀고 시험장에 들어가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상법과 더불어 밥을 먹거나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틈틈이 보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되는 과목입니다.
저는 상법, 경제학, 경영학 모두 기본서 위주로 공부하기보다는 서브노트를 직접 만들어 단권화 시켜서 공부하였습니다. 강의를 들음과 동시에 직접 쓰고 그리면서 막연하게나마 익숙해지는 효과도 있으며 복습할 때에도 해당 내용을 다시 기억해내는 것에 있어서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만든 서브노트 내용만큼은 확실하게 머릿속에 넣고자 노력한 것이 1차 고득점에 있어서 큰 역할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수험생 분들마다 기본서가 맞는 분들이 계시고 서브노트가 맞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자신이 어느 쪽에 맞는 성향을 갖는지 파악하시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⑥ 회계감사
동차 때는 시간의 제약상 목차 위주로 공부하는 것이 불가피하겠지만 유예 때 회계감사를 공부하면서 느꼈던 것은 기본서와 목차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동차생 때에는 목차를 기반으로 하되, 목차만 공부하는 것은 추천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본서에만 적혀있는 말들이나 논리가 실제 2차 답안지 작성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으니 회계감사를 꼭 합격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기본서를 등한시 하시지 마시고 기본서안에 있는 중요한 문제들도 꼭 풀어보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유예생들에게는 되도록 모든 선생님들의 GS강의를 수강하시고 문제를 풀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간혹 선생님들마다 쓰는 용어나 논리가 충돌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러한 부분은 자신이 베이스로 하는 기본서에 충실하여 정리하고 GS의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으니 다루어 보지 않은 개념이나 문제들을 암기해 가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5. 마치며
저의 미흡한 수기가 준비생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큽니다. 타고나게 머리가 좋은 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그 어떤 공부보다 노력하는 분들이 좋은 성과를 얻게 되는 시험이 CPA자격증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지금 공부하시다가 집중이 안 되거나 동기 부여를 받고 싶어서 저의 수기를 읽으셨다면 저의 수기가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마음을 다잡고 집중하여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