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현대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등 철도 관련 공기업들이 브라질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입찰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지난해 브라질 정부의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배타적인 사업 요건으로 고속철도 건설 입찰이 결렬됐지만, 한국과 브라질 정부 사이에 고속철도 건설·운영분야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합의하며 입찰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획재정부는 11일 IMF·WB 연차총회를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인 박재완 장관이 도쿄 뉴오타니 호텔에서 기도 만테가(Guido Mantega) 브라질 재무장관을 만나 '제3차 한·브라질 재무장관 회의'를 갖고, 양국간 경제협력 확대 방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국 장관은 이날 회담을 통해 브라질 정부가 추진 중인 고속철도 등 인프라 건설 사업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약속하는 등 협력 논의를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인프라 개선을 위해 리오데자네이로에서 깜피나스를 잇는 브라질의 고속철도 건설 사업은 총 구간만 511km에 달한다.
박 장관은 브라질 고속철 사업 입찰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을 만테가 장관에게 전달했고, 뛰어난 운영능력과 안전성을 갖춘 한국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고속철 운영 경험 10년 요건 등 브라질 정부가 내세운 입찰조건을 다소 완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정부에 따르면 브라질 고속철 사업은 그동안 브라질 정부가 입찰에 참여할 다국적 기업들에 대해 다소 배타적인 요건을 내걸어, 세계 각국의 고속철 관련 기업들이 입찰을 꺼려왔다.
우리나라도 이미 코레일, 한국철도시설공단, 철도기술연구원을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로템, LG CNS, 삼성 SDS, 효성, LS 산전, 일진전기, 선구엔지니어링 등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입찰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최근 들어 브라질 정부가 입찰 요건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임에 따라 브라질 고속철 입찰을 위한 사업단을 새로 꾸리고, 수익성을 면밀히 검토해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재정부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내년도 상반기에 고속철 사업에 대한 최초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며, 하반기 내로 계약을 체결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재정부 관계자는 "현재 정부와 관련 기업들이 입찰을 목표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지금 조건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지만, 앞으로 수익성이 날 것으로 검토되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양국 장관들은 고속철 건설 사업 이외에도 한·MERCOSUR(남미공동시장) FTA 등 양국간 무역·투자 확대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브라질 측에 한·MERCOSUR FTA 협상의 조속한 개시를 위한 정부 차원의 협조를 요청했다.
작년 9월부터 브라질 정부가 한국 차량을 비롯한 수입차에 대해 기존 7∼25% 수준의 공산품세(IPI)를 한시적으로 37∼55%까지 최대 30%p 인상하는 등 최근 강화되는 브라질의 수입관세 확대 정책에 대해 우려의 뜻도 전달했다.
또한 양국 경제정책 수장들은 G20, 국제금융협력, 재정관리, 국유재산 등과 관련된 양국간 협력도 보다 내실화하는 등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협력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고, 이번 회의에서 논의된 사안을 실무급 채널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협의하기로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