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여행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공항 대합실이나 시중에 설치한 비과세 상점'. 면세점(免稅點)의 사전적 의미다.
면세점은 말 그대로 외국인 여행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세금을 면제해 주는 상점이지만 지금 우리의 시내면세점을 가보면 70% 이상이 검은머리 외국인(내국인)들이다.
면세점은 관광진흥법과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마련됐으나 내국인도 출국할 경우 외국인과 같이 면세점 구매가 가능해 많은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갈 때 거의 필수코스로 들르고 있기 때문.
특히 시내면세점은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통해 외국인관광객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설치됐지만 공항에 있는 출국장 면세점보다 이용이 편리하다는 장점 때문에 오히려 내국인들을 더 북적이게 하는 역효과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배를 불린 곳은 면세점 업계.
시내면세점 업계의 내국인 구매액은 지난해 6억7327만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가장 높은 면세점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호텔롯데(롯데면세점)의 경우에도 지난해 내국인 구매액만 3억7951만달러, 호텔신라(신라면세점)는 1억2114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황금알을 낳는 시장이다 보니 최근에는 유통거인 신세계까지 시내면세점을 설치하겠다고 떼를 쓰고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면세점의 매출 대부분이 이른바 명품으로 불리는 고가브랜드에 집중돼 있다는 점으로 과소비를 조장한다는 지적 또한 적지 않다.
지난해 3000억원에 달하는 면세점 매출을 올린 서울시내 某면세점의 경우 화장품 467억원, 시계 151억원, 향수28억원 등으로 매출을 구분하고 있으며 사넬 75억원, 구찌 164억원, 루이비통 1791억원 등 해외브랜드 구매액을 별도로 관리할 정도이다.
업계에서는 내국인들에게 시내면세점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 너도나도 외국에서 구매해 올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화유출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없으면 안 사게 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싸게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의 욕구를 이용한 상술, 애초부터 부실했던 면세점설치규정 등으로 인해 면세점의 기본 설치취지인 관광진흥효과보다는 내국인의 해외고가브랜드 소비효과로 변질되고 있는 것.
다행히 최근 본지를 비롯한 언론보도와 지난 관세청 국정감사에서의 지적으로 관세청이 시내면세점을 포함한 보세판매장 관련고시개정안을 입안예고 해 시내면세점에 대한 개혁의 발판이 마련됐다.
개정안은 시내면세점의 이용객 중 외국인수와 매출비중이 50% 이상 돼야만 신규허가와 갱신허가를 내주겠다는 강력한 방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시내면세점이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18일 최종 접수된 한국면세점협회의 의견에는 관세청의 입안예고안의 취지를 최대한 수용하되 외국인 비중부분을 전체 관광객변화에 따라 유동적으로 가져가달라는 한발 물러선 요청이 담겼다.
실제로 현재 30%도 되지 않는 외국인 비율을 업계 스스로가 50%까지 올리기란 쉽지않다는 점에서 현행 입안예고대로 시행될 경우 시내면세점들은 현실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관세청의 이번 개정안이 한번에 과감한 수준의 개혁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반발은 애초에 예상됐던 부분이다. 그래서 관세청이 이번 개혁안을 그대로 밀어부칠지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묘안을 내놓을지 자못 궁금해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