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 부담하고, 능력별 차등 두는 '누진적 보편증세' 필요"

27일, 22대국회 조세·재정 분야 입법 방향 모색 토론회

정세은 교수 "유효세율 높이는 보편적 누진증세 필요.. 목적세 도입 검토시점"

김우철 교수 "넓은세원‧낮은세율에서 '적정세율로의 과세정상화' 필요"

조상호 대표 "현 세부담 상위 1% 쏠림 심화.. 전반적인 증세해야 복지 가능"

이상민 연구위원 "단순 재정건정성 논쟁 벗어나 '재정의 지속가능성' 논의해야"

보편적 누진증세를 통해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일부로 쏠린 세부담을 해소해 모든 국민이 세금을 부담하고, 능력에 따라 세부담 차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세무사모임(가칭) 및 참여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구갑),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대구 서구)의 공동주최로 열린 '22대국회 조세·재정 분야 입법 방향 모색'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현재 우리 사회는 기존의 (소득)양극화 위기에 저출산,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위협, 기후위기로 인한 재생에너지 전환 등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혁신적 생태복지국가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특히 현 위기 해결에 있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한데 국가가 적극적인 조세 재정정책을 펼쳐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낮은 복지로는 저성장‧양극화‧저출산‧고령화 모두 대응이 불가능하다"면서 "현 저출산 현상 속에서 성장 정책이 생산성 제고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적 자본 제고가 필요한데, 이민노동자 활용은 단기적인 대응에 불과해 근본적으로 복지확대를 통해 양극화 해소로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감세정책을 지적하며 대안으로 '보편적 누진증세'를 제안했다.

그는 "현 정부에서는 부자감세(부동산세금 완화‧금투세 폐지‧법인세 인하 등)와 건전재정(정부지출 감소)으로 지출을 통제해 복지지출이 줄어, 복지가 민간 영역으로 넘어가게 됐다"며 "이러한 감세로 인해 전 정부에 비해 지난해 경제성장률과 일자리 증가폭은 더 낮아 감세정책이 성과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의 저부담‧저복지 구조를 탈피해 보편 증세를 통해 국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부자감세 철회, 누진증세, 보편증세 순으로 나아가면서 모든 국민이 부담하고, 능력에 따라 차등을 두는 누진적 보편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교수는 "한국은 GDP 대비 소득세 비중이 낮고, 소득과 자산을 기준으로 하면 법인‧상증‧보유세의 유효세율이 낮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세수 축소정책과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과도한 공제‧비과세 혜택을 정비해야 한다"며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낮춤과 동시에 전 구간에서 세율을 인상하고,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 과표구간 하향과 세율 구조를 단순화해 최저~최고 세율 사이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 교수는 최종적으로는 '목적세(복지세 등 특정 목적을 위한 세금)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재원으로 복지재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복지지출을 위해 소득‧법인‧상증세 등을 인상하는 것보다는 (저출산‧고령화)복지를 위해 목적세를 만들어 복지국가로 나아가야 한다"며 "모든 직접세 납세자를 대상으로 기존 납부한 세액의 10%를 별도로 복지세로 거둔다면 2022년 세수(254조원) 기준 약 25조원 상당액을 저출산‧고령화를 위한 복지예산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장치인 재정준칙을 정해 무분별한 재정적자를 막고, 현재의 넓은세원 낮은세율에서 '적정세율로의 과세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5년간 연평균 약 100조원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해, 각 30조원의 세입확충과 지출삭감을 통해 적자규모를 40조원대(GDP 대비 2%)로 낮추는 재정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세입확충을 위해서는 '넓은 세원 적정 세율'이라는 원칙 하에 과세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비과세‧감면혜택 축소로 실효세율을 회복하고, 적정 세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목세율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소득세 최저세율(6%) 등 현재의 낮은 소득세율로는 복지가 힘들어 과표구간을 낮추고,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상호 조세정의 실현 세무사모임 대표 역시 저출산‧고령화 속 혁신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증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2023년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현재 상위 약 1% 납세자가 종합소득세 세수의 50%, 법인세 세수의 90%를 부담하는 상황에서 증세 정책은 한계가 있다"면서 "소득세의 경우 발제자 정 교수님의 의견(최고세율 과표 하향 및 전 구간 세율 인상)이 바람직해 보이고, 법인세의 경우 최저세율을 인상하고, 개인 유사 법인에 대해서는 개인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상속세의 경우 현 유산세 체계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하는 게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은 상속인의 입장에서 상속재산가액에 상응한 세부담의 배분이라는 측면에서 조세정의개념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단순 재정건정성 논쟁에서 벗어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재정지출은 재정여력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재정건정성은 우리나라에서만 벌어지는 논쟁이라며 다른나라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OECD 등 다른 나라에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는 게 일반적이다"면서 "재정건정성은 부채가 적을수록 재정수지가 흑자일수록 좋다고 평가하나,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중장기적인 재정의 건강 상태 유지에 관심을 둔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지금 빚을 지더라도 필요한 투자를 하게 되면 제정의 지속가능성은 높아져, 즉 단기적인 재정건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국가부채에 대한 큰 오해는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인데 사실 부채는 적을수록 좋은 것이 아닌 적절할수록 좋은 것이다"고 언급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재정준칙을 단기에 적용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재정 건전성의 핵심은 결국 경제성장 자체라고 밝혔다.

안 당성인은 "(수출국가인) 우리나라는 경제상황에 따라 세수변동성이 큰데 작년처럼 세수결손이 발생했을 때 재정건정성 자체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경기침체를 해결해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세수 증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더불어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저성장으로 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정부는 중장기 재정건정성을 생각해 인력추원 및 R&D 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국민들의 낮은 납세의무 인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현장에서 일을 하다보면 세금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증세 논의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납세의무에 대한 의식개선을 위해 국가 교육에서 국민들에게 납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